리더가 달라져야 공동체도 바뀔 수 있다. 특히 한국교회 생태계에서 목회자의 결단 없이 정책을 결정하고 새로운 파도를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은 일. 교회가 우리만의 이기심을 내려놓고 환경운동의 중심으로 체질개선하기 위해서는 목회자들의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경목회를 결단하고 앞장서 실천하고 있는 목회자들은 한국교회의 소중한 자산이다. 기후위기가 당장 눈앞에 닥친 지금은 일부가 아닌 모두가 ‘환경목회자’가 돼야만 한다. 환경목회 기획 마지막 순서인 이번 주에는 좁은 길을 먼저 선택한 녹색교회의 선구자들을 만나봤다.
교회가 안 하면 안 된다는 절박함
강단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동참을 호소하는 일은 비교적 쉽다. 문제는 권면의 설교를 넘어 실천을 요구해야 할 때다.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옳은 일이라 해도 자신에게 조명이 비춰지면 머뭇거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성도들에게 불편과 손해를 감수하자며 깃발을 흔들어야 하는 목회자의 역할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이들은 무슨 계기로 ‘좁은 길’을 선택했을까. 서울제일교회 정원진 목사는 목사 안수를 받기 전부터 생태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케이스다. 정 목사는 “기독청년학생운동을 하던 1980년대부터 생태·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1991년 창간 때부터 ‘녹색평론’을 정기구독했고 설교준비를 하면서도 생태·환경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다”며 “환경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레 목회에 적용시켰다”고 회고했다.
그런가하면 최근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주목해 결단을 내린 목회자도 있다. 가장제일교회 소종영 목사는 “기후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진다. 이에 대응하는 일은 교회가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면서 “창조 질서의 파괴를 막는다는 관점에서 단순히 공적인 책임을 다하는 것을 넘어 신앙인의 책임을 다하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공동체로 확산된 환경운동
분명 좁은 길이었지만 성도들은 고맙게도 기꺼이 동참해줬다. 심지어 생계와 연결된 민감한 문제임에도 묵묵히 따라와 준 교인도 있었다. 소종영 목사는 “야간에 켜놓는 십자가 종탑도 에너지 낭비다 싶어 끄려고 했는데 우리 교회에 십자가 종탑 세우는 사업을 하시는 은퇴장로님이 계셨다. 개인적으로 장로님을 만나서 ‘죄송합니다 장로님, 다른 사업으로 수익이 더 창출될 수 있도록 두 배로 기도하겠습니다’하고 말씀드렸다. 장로님은 어려운 일임에도 기꺼이 함께해주셨다”고 전했다.
담임목사가 앞장서자 교인들도 주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 목사는 “녹색교회로 선정된 이후부터는 교인들이 스스로 카페에서 텀블러를 이용하고 일회용품을 없애자는 운동을 벌였다. 교회에 종이컵을 들고 오는 사람들에게 서로가 ‘우리 녹색교회잖아요’라며 텀블러를 쓰는 분위기를 만들어갔다”고 했다.
목회자로부터 시작된 환경에 대한 관심은 성도들의 일상으로도 퍼져나갔다. 정원진 목사는 “직분 임직식을 할 때 성도분들께 손수건을 선물했다. 화장실에서 종이타월을 사용하지 말자는 의미에서였다. 그러자 성도들도 평소에 손수건이나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는 게 당연해졌다”며 “우리 교회는 사순절에만 하던 탄소금식을 1년 내내 진행한다. 특정 기간에 잠깐 이벤트처럼 벌이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삶속에 생태영성을 실천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정 목사는 아직 환경목회를 망설이는 목회자들에게 도전의 메시지도 건넸다. 그는 “지금의 기후 비상사태를 체감하지 못하는 이들은 별로 없을 거라 본다. 사실 모든 교회가 녹색교회가 되어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면서 “우리가 먼저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는 희망을 품고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그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고 교회가 다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