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선 이들의 다친 마음 돌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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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선 이들의 다친 마음 돌려요”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08.29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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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 크리스천(20) 한국생명의전화 임애규 상담원
 한국생명의전화 임애규 상담원

야심한 밤 삶의 벼랑 끝에서 걸려온 전화가 있다. 수화기를 들자 누군가의 절절한 흐느낌이 들려온다. 생면부지의 관계지만 임애규(65·온누리교회) 씨는 그의 처지를 짐작할 수 있다. 분명 한강대교 위에서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다가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었으리라. 진심을 다해 경청해 주며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자 상대는 한결 진정되는 듯했다. ‘힘들다힘내자로 바뀌는 기적의 순간이다.

한국생명의전화 상담원으로 20년째 얼굴 없는 친구를 자처해 온 임 씨. 그와의 전화 한 통으로 그동안 생사의 기로에서 갈등하던 수많은 누군가는 또 다시 내일을 밝힐 용기를 얻고 귀중한 목숨을 건졌다. 현재 한국생명의전화에는 임 씨를 비롯해 300여 명(서울생명의전화 기준)의 상담원이 등록돼 있다. 이들은 나이와 성별, 직업도 다 다르지만, 모두 무보수로 사역하고 있는 자원봉사자란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는다.

임 씨가 처음 상담에 눈을 뜬 건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초등학교 보건교사로 근무하던 그는 자연스레 가슴에 크고 작은 상처를 지닌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이에 내가 어떻게 하면 저들을 도울 수 있을까를 궁리하던 찰나 운명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대학원에서 상담학 석사를 공부하던 와중 출강을 나온 한국생명의전화 사역에 매료된 것. 때마침 한국생명의전화가 자신의 일터 옆에 위치한 걸 알게 된 임씨는 하나님의 뜻임을 확신했다.

그 날로 한 달에 두 번 세 시간 반씩을 꼬박 헌신해오고 있는 임 씨. 한국생명의전화에는 가정불화나 우울증은 기본이고 실로 믿기지 않을 다양한 사연들이 접수된다. 임 씨 역시 그간 수화기를 사이에 두고 숱한 사람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접한 만큼 기억에 남는 일화도 많지만 특히 10년 전 통화했던 한 내담자는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한다.


이혼하고 홀로 지내는 노인이었어요. 전화기를 들자마자 대성통곡을 하는데 그때 그 슬픔이 아직도 느껴져요. 사실은 이 분도 살고 싶어서, 어디라도 하소연할 데가 필요해서 전화를 건 거죠. 물론 저도 초창기에는 내가 이런 걸 왜 다 들어줘야 하지?’라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 자리는 하나님의 마음이 머무는 곳이란 걸 깨달았어요. 우리의 어떠한 죄도 용서하고 구원하시는. 잃어버린 한 영혼을 향한 주님의 간절한 마음 말입니다.”

그렇기에 내담자 한 명 한 명을 기도로 대한다는 임 씨다. 그렇다고 지난 20년간의 사역이 결코 녹록했던 건 아니다. 직장생활과 병행하면서 사역을 꾸준히 이어 오는 것부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디 그뿐이랴. 이따금씩 욕설이나 폭언 등 당황스러운 전화가 걸려오기도 한다. 통화 중 위급한 상황임을 직감하고 신속히 119상황실에 신고해 목숨을 구하는 등 가슴을 쓸어내린 적도 왕왕 있었다.

무엇보다 한국생명의전화는 전화·사이버 상담으로만 이뤄지기 때문에 통화 이후 내담자의 안부를 알 길이 없다. 그 대신 임 씨는 통화 막바지에 살아갈 의미가 생겼다고 말하거나, 축 늘어지고 침울했던 목소리가 밝게 바뀔 때면 자신의 상담이 내담자에게 도움이 된 것 같아 안심이 된다고 말한다.


전화를 받기 전에는 저도 사람인지라 정말 상대방이 변화될까?’라는 의구심을 가질 때가 있죠. 그런데 대화를 나누면서 내담자들이 점점 마음을 열고, 전화를 끊기 전 목소리에 생기가 돋칠 땐 엄청난 보람을 느낍니다. 그들의 남은 인생을 주관하실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무척 기대돼 기쁩니다.”

한편, 임 씨는 오랜 경험과 상담학 박사학위를 십분 살려 현재 한국생명의전화에서 지도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재소자들을 위한 교정상담도 진행하며 오늘도 수많은 이들의 가슴에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제 건강이 허락되는 한 저는 언제까지나 우는 사람과 함께 울고 아파하는 사람과 함께 아파하며 하나님이 주신 귀한 사명을 감당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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