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예배 소중함 깨달아”… 소유중심 교회 변화 필요
무시무시한 태풍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아직 태풍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남은 자리에는 부서진 잔해 위로 보슬비가 내린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지나 엔데믹으로 향하는 과도기에 선 한국교회의 모습이다.
정신 차리고 눈을 떠보니 교회 안에 남은 청년들이 많지 않다. 온라인 예배로의 전환, 바닥을 친 교회 이미지…, 청년들의 신앙생활을 흔들 대형사고들이 연달아 찾아왔다. 코로나19라는 폭풍우를 지나온 청년들의 솔직한 마음은 어땠을까.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청년들과 함께 기탄없이 대화를 나누고 펴낸 ‘코로나19와 기독청년, 사라진 것과 남은 것’에서 그들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혼자가 된 청년들
오죽하면 ‘뉴 노멀’이라는 말까지 등장했을까. 코로나는 우리 일상 전반에 변화를 가져왔다. 청년들의 신앙생활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현장 예배가 전면 중단됐고 만남과 교제의 맥이 끊겼다. 이전까지의 신앙생활이 다소 관성에 이끌려온 면이 없지 않다면 이제 스스로의 신앙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했다.
조혜진 씨는 “코로나19 발생 이후로 온라인 예배에도 잘 참석하지 않고 영성생활도 끊겼다. 예전에는 교회에 못가면 죄책감과 실패감이 컸는데 코로나 시대에는 예배에 가지 않는 것이 미덕이 됐기 때문에 교회에 가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며 “처음엔 온라인 예배를 시도했는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맥없이 무너져 내리지만은 않았다. 마치 혼자가 된 듯한 분위기 속에서 영성을 잃지 않으려는 청년들의 노력이 돋보였다. 의지를 갖고 유튜브에서 신앙 콘텐츠들을 찾아 보거나 신앙 서적을 통해 영성 생활을 이어가려 애쓰고 있었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며 생긴 SNS 소그룹 모임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직장 등의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미혼 청년들의 경우 외로움도 컸다. 최원영 씨는 “외향적 성격이라 동네 친구나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활력소였는데 퇴근 후 7평짜리 자취방에만 있으려니 우울했다”고 토로했다. 반면 교회 중심의 신앙생활을 할 땐 인간관계도 교회 안에 머물러 있었는데 교회에 나갈 수 없게 되면서 비기독교인들과의 관계가 넓어졌다고 답한 청년도 있었다.
온라인 예배 어땠을까
미디어에 익숙한 청년들이라고 해서 온라인 예배가 대면 예배를 완전히 대체할 순 없었다. 최원영 씨는 “비대면 만족도가 낮은 편이다. 대면 예배는 준비하는데 에너지가 들긴 해도 하나님과의 만남이자 대화이기 때문에 집중력도 높아진다. 하지만 비대면 예배를 할 때는 다른 일을 하거나 누워있기도 했다”면서 “메타버스 수련회를 할 때도 새신자들은 소외감을 느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며 대면 예배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기도 했다. 신근범 청년은 “비대면 예배는 예배의 현장감이 내 신앙에 어떤 의미이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게 했다. 대면으로만 느낄 수 있는 정서적, 영적인 유익을 알게 됐고 예배의 부르심과 상호작용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반면 온라인 예배의 장점이 컸다는 청년들도 존재했다. 김민영 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예배에 참석하고 모임을 끝내고 돌아오면 저녁 8시가 넘었다. 지금은 예배만 참석하면 돼서 오히려 몸이 편하고 부담이 없어졌다”고 답했다.
김현아 씨도 “온라인 예배를 드리기 시작하면서 그 전에 비해 더 자주 예배에 참석했다. 직장 생활에 학원까지 다녀서 일상이 빡빡했는데 온라인 예배는 그 시간에만 집중하면 돼서 설교도 더 잘 듣게 됐다. 직장이나 학교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온라인 예배도 불편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청년 문제 주목 해주세요”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나빠졌다.” 코로나 이후 교회에 대한 인식을 묻자 한 청년은 이렇게 답했다. 다른 청년은 코로나 초기 교회발 감염사태가 터졌을 때 친구들과 직장 동료들에게 몇 번이나 사과를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교회를 향한 비판이 지나치게 악의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청년들은 기존 한국교회의 예배당 중심, 주일예배 중심, 소유 중심의 신앙관을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혜진 씨는 “교회가 예배당을 팔고 고정비용을 줄였으면 한다. 교회가 돈을 쓰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상상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청년들의 실제 삶과 거리가 먼 교회와 목회자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최원영 씨는 “교회가 막연한 거대담론만을 이야기하고 청년들이 공감할 실제적인 문제를 이야기하지 않을 때 괴리감을 느낄 수 있다. 청년들에겐 주일 성수와 온라인 예배에 대한 신학적 논의보다 당장 빚과 직장, 결혼 문제가 눈앞에 있는데 교회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아 씨도 “교회의 사역자들은 ‘교회를 유지하는 것’에만 관심이 치중되어 있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교인과 청년들의 일상과 실제적인 문제에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청년들은 코로나 이전으로의 원상복귀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예배와 삶에 대한 태도가 전환되고 교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고민이 진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