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어려움 겪는 목회자 지원 계획 다루지 않아
교단 내부 문제와 이단 연구 정도만 간신히 통과
주요 교단의 가을 정기총회가 모두 마무리된 가운데 하루 일정의 짧은 총회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목회자의 생계 문제와 관련된 안건들은 구체적인 결실을 맺지 못했다. 코로나 팬데믹 2년차를 맞이하면서 성도 수의 급감과 교회의 폐쇄, 주일학교의 감소 등이 보고됐으나 목회 현장을 지원하는 총회의 정책적 고민은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기장총회가 사회적 약자인 중증장애인도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는 법 개정을 이루어낸 것 정도가 성과로 꼽힌다. 9월 총회 주요 결의 내용을 살펴본다.
교회 분쟁에 강경 대응
예장 합동총회는 좀처럼 화해가 어려운 노회 분쟁에 칼을 뽑았다. 앞으로 분쟁 노회가 생기면 사고노회 지정일로부터 6개월까지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헌법에 따라 해산시키기로 했다. 이러한 조치는 한번 분쟁이 발생하면 수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는 갈등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분쟁의 조정을 위해 총회의 행정과 재정을 투입하며 화해를 권고했지만 해결된 사례는 거의 없을 정도다. 이미 ‘분쟁노회 수습 매뉴얼’을 채택한 합동총회는 당초 ‘만 2년이 경과해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해산시킬 수 있다’는 내용을 ‘6개월’로 단축하며 소모적인 갈등을 줄여 나가기로 했다.
교회의 명예훼손엔 엄격
한기총 대표회장을 역임한 전광훈 목사에 대한 성토도 여전했다. 예장 합동 이단사이비피해대책조사연구위원회는 “그의 광적 신앙이 편향된 정치적 성향으로 투사된 면이 있기에 계속 예의주시할 뿐 아니라, 그의 이단성 발언을 더 확실히 회개토록 하고 목사로서 지나치게 편향된 정치 활동을 하지 않도록 엄중히 경고하기로 한다”며 회개할 때까지 신앙집회 참여금지를 결정했다. 단순히 이단성에 대한 연구를 넘어 정치적 성향에 대해서도 주의를 요청한 것이다.
예장 고신총회는 고신에 대해 “율법주의적 사단적 이단”이라고 표현한 전광훈 목사에 대해 이단성이 있다고 판단, 이단옹호자로 규정했다. 고신총회는 전 목사의 특별계시 주장과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말한 것을 문제 삼았다.
코로나 집단감염으로 구설에 올랐던 인터콥에 대해서도 고신은 “이단성이 있는 불건전한 단체”로 규정했으며, 예장 통합은 ‘예의주시 및 참여자제’ 유지를 결정했다.
여성·장애인 기회 확대
한국장로교회 역사 100여년 만에 교회수 1,500개가 넘는 중형교단에서 처음으로 여성 총회장도 탄생했다. 기장총회가 직전 부총회장 김은경 목사를 신임 총회장으로 추대하면서 첫 여성총회장의 역사를 기록했다. 남성 중심의 중대형 교단에서 여성 총회장이 탄생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교회 내 여성 지위 향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장총회는 헌법에 명시된 목사의 자격 중 ‘신체가 건강하고’라는 표현을 삭제함으로써 장애인도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도록 문호를 확대했다.
목회자 생계 관련 안건은 미결
코로나19 여파를 직접 겪고 있는 미자립교회와 목회자들을 위한 근본 대책에 대한 요청이 많았지만, 막상 총회 석상에서 결의된 안건은 매우 부족했다. 생존 문제에 직면한 미자립 목회자들의 현실 대책을 수립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문제는 이번 총회 중요 관심사 중 하나였다. 통합총회와 백석총회에는 이중직 목회자에 대한 제도 마련이 청원됐지만 현장에서 논의되진 않았다. 다만 임원회 등 후속조치 사항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합신총회 목회자빈부격차해소위원회 설치, 고신총회 가칭 교회자립성장원 준비위원회 설치의 건 등 청원안건도 결의로 이어지진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