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 착취당해온 지구가 이제 인간에게 복수를 시작한 것이다.”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과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이 주최한 제4차 한국교회생명신학포럼이 ‘코로나19 이후 한국사회와 기독교’를 주제로 지난 4일 광교산울교회(담임:이문식 목사)에서 개최됐다.
대전신대 정원범 교수가 ‘생명문명으로의 전환을 위한 코로나19의 교훈’을 주제로 키노트 스피치를 맡았으며 첫 번째 주제발표에서 장윤재 교수(이화여대), 이승무 소장(순환경제연구소), 임종한 교수(인하대)가, 두 번째 주제발표에서 김의신 목사(광주다일교회), 이준모 목사(내일을여는집), 조샘 선교사(인터서브 대표), 유미호 센터장(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김승무 대표(인권실천시민행동)가 각각 분야별 발제자로 나섰다.
문명전환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장윤재 교수는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 제임스 러브록의 말처럼 인간에게 착취당해온 지구가 이제 인간에게 복수를 시작한 것”이라며 “지구는 열병을 앓고 있다. 성서적으로 보면 노아 호수 직전의 시기다. 지금이 바로 문명대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촉구했다.
이승무 소장은 순환경제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한국의 자연환경 파괴는 자연을 생계의 기반으로 돌보지 않는 수출중심 성장 일변도 경제가 만든 문제”라면서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런 구조에 제동을 걸었다. 이로부터 본격적으로 벗어나기 위해서는 원재료와 에너지원을 훨씬 더 적게 필요로 하는 순환경제, 노동력을 양적·질적으로 강화하는 사회적 경제, 일터 민주주의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종한 교수는 “한국교회는 코로나19를 통해 드러난 한국사회의 저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소외와 배제가 없는 사회로 나아가도록 공교회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면서 “보건과 돌봄의 위기에 교회가 대안으로 나서길 바란다. 지역공동체를 돌보기 위한 사회적 경제 발전도 교회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목회자의 관점에서 코로나 사태를 바라본 김의신 목사는 “코로나19는 전통적 가치에서 오랫동안 지켜왔던 주일, 예배당, 성직자 중심의 신앙에서 일상의 삶과 가정과 일터로 전환되는 새로운 길을 보여줬다”며 “교회의 존재와 본질을 회복하는 도전이 됐다”고 분석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발제자로 나선 이준모 목사는 “코로나 사태는 한국교회에게 ‘선교적 교회’로 나아갈 것을 제시하고 있다”며 “건강한 교회는 이론이나 구호가 아니라 지역사회에서의 관계 개선으로 나타난다. 한국교회가 지역사회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조샘 선교사는 해외선교의 변화에 대해 “지난 이백여 년 동안 우선순위를 가졌던 다양한 선교적 관행들이 현실의 벽 앞에 상대적으로 작동하기가 어렵다고 본다”며 “양적 확장과 내세 중심 선교에서 질적 성장과 관계 중심의 선교로, 중앙집권적 대규모 모임에서, 작고 진정한 관계 중심의 소그룹으로 양상이 변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미호 센터장은 “지금까지 지구가 보내는 신호에 둔감한 채 마냥 달려왔다면, 이제는 지구가 아픈 이유가 무엇이고 무엇이 필요한지 주목해야 한다”면서 “지극히 작은 바이러스에 상처입고 무서워 떨었던 고통의 기억을 나누며 그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코로나 이후의 삶을 살아낼 지혜도 얻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승무 대표는 시민사회에 대한 발제에서 “기존의 오프라인 방식에서 SNS 방식의 회의와 운동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사회적 재난 대응에 있어 시민운동의 역할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를 위한 법적, 제도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종합토론은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의 사회로 온라인으로 접수된 질문에 주제 발표자들이 답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