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그 잔인함과 관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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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그 잔인함과 관대함
  • 이찬용 목사
  • 승인 2019.01.15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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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세월은 노인에게는 잔인하고 아이에게는 관대하답니다. 신선욱 간사 부부가 송구영신예배를 드린 후 제게 카톡을 보내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목사님! 늦은 시간이지만 꼭 전해드리고픈 사진이 있어서요. 한결 같이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제가 강단에서 은총이와 지유와 함께 찍힌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은총이와 지유는 이번 송구영신예배 성경 봉독자로 선정됐습니다. 8살 은총이와 지유가 많은 성도들 앞에 서서 성경봉독을 하는 것은 아마 처음이었을 겁니다. 아직 한글도 제대로 떼지 못했음에도 성경을 읽는다는 게 큰 부담이었나 봅니다. 

어린 꼬마들의 성장이 아무래도 남자 아이보다는 여자 아이가 좀 더 빠르지 않습니까? 역시 여자 아이인 지유는 제대로 자기의 역할을 해냈지만, 제 꼬마친구 은총이는 자기가 읽어야 할 글자가 작았고 하여 조금 당황하면서 더듬거렸습니다. 그래서 제가 같이 앉아서 두 아이를 안고 성경을 읽어주었습니다. 

부부는 돌이 막 지날 무렵 제가 두 아이들을 안아주었던 사진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그 당시 사진과 이번 송구영신예배를 드리면서 두 꼬마를 안았던 사진을 제게 보내준 것이지요. 새삼스럽더라구요~

일본 여행도 함께 하고 제주도도, 금강산도 같이 다녀온 많은 어르신들이 “이제 그렇게 멀리 못가겠다”고 하십니다. 

“목사님~ 이제 밤에는 무서워서 못 다녀요”, “철야도 나오고 싶지만 밤엔 무서워요”, “목사님~ 이젠 다리가 아파요”,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휘청거려요”, “목사님~ 이젠 전처럼 밥을 잘 먹을 수가 없어요. 물에 말아 그저 조금 먹고 살아요”

이런 저런 사정들을 제게 말씀 하실 때가 있습니다. 몇 해 전 까지만 해도 깔깔거리며 웃고, 장난도 치시던 분들이 이제 기력이 딸리시니 걸음걸이가 예전만 못하십니다. 좋은 곳에 모시고 가고 싶지만, 당신들 몸이 따라주지 못해서 그렇게 못 다닌다고 하룻밤 자는 것도 이젠 못하겠다고, 하루 어디 잠깐 다녀오자 하십니다.

‘세월은 노인에게는 잔인하고 아이에게는 관대하다’는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교회 개척 26년이 지났습니다. 교회에 거의 처음 나오셨던 분들이 이제 노인 소리를 들어야 할 정도로 쇠약해 가는 동안, 세월은 젖먹이 꼬마들을 스스로 서게 하고, 교회의 공동체 속에서 아름답고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묘한 마술을 부렸습니다.

아이들을 보면 대견하구요, 노인들을 보면 괜히 짠합니다.

목회는요 울다가 웃다가, 슬프다가 기쁘다가, 짜증났다가 행복했다가… 아주 묘하게 세월이 이끌어 가는 것 같습니다. 그 세월이 마냥 행복하게 흘러가지만, 그렇다고 마냥 기쁘지만은 않습니다. 세월의 마술, 그 잔인함과 관대함을 같이 곁에서 보는 게 목회이기 때문인 것 같아서요.

2019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세월은 노인에겐 빨리, 아이에겐 천천히 라는 시간을 허락하며 우리 모두를 주님에게로 인도하겠죠.

부천 성만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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