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그 다음 날’ 징계하시지 않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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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 다음 날’ 징계하시지 않는 하나님
  • 노경실 작가
  • 승인 2018.08.28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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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경실 작가의 영성 노트 “하나님, 오늘은 이겼습니다!”-58
▲ 렘브란트, <사울과 다윗> 사울의 모습, 1650~1670년경

사무엘상19:4~6> 요나단이 그의 아버지 사울에게 다윗을 칭찬하여 이르되 원하건대 왕은 신하 다윗에게 범죄하지 마옵소서 그는 왕께 득죄하지 아니하였고... 중략... 여호와께서는 온 이스라엘을 위하여 큰 구원을 이루셨으므로 왕이 이를 보고 기뻐하셨거늘 어찌 까닭 없이 다윗을 죽여 무죄한 피를 흘려 범죄하려 하시나이까 사울이 요나단의 말을 듣고 맹세하되 여호와께서 살아계심을 두고 맹세하거니와 그가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리라

며칠 전, 학교 후배가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선배님이 나를 위해 기도해주신다는 말이 너무 와 닿았어요. 사람들이 보통 기도해줄게, 하지만 단 한번도 진심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기도해준다는 느낌도 없었고, 그러지도 않은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나도 그래왔고요. 나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기도해준다고 말했는지 몰라요. 그러나 냉정하게 생각해보니 한 두 번 하거나, 아예 안 한 인생이었어요. 그런데 선배님은 정말 나를 위해 지속적으로 기도해준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너무나 감사해요.”

나는 후배의 메시지에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하나님의 격려하심으로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나 역시 후배처럼 뒤돌아보았다. 나는 어떠했는가? 얼굴이 뜨듯해졌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도 후배의 고백처럼 그렇게 기도에 대해 함부로 약속했고, 함부로 부탁했었다. 만약 하나님께서 “네가 기도해주겠다고 말한 것을 지금 이 순간부터 다 실행하라! 그래야 나도 네 기도에 실행하겠다”라고 말씀하신다면 나는 갑자기 바빠질 것이다. 모든 일을 멈추고 기억을 다 끄집어내어 기도한다면 내 계산으로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오로지 기도만 한다는 전제 하에서- 나는 죽는 순간까지 기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하나님은 숨 돌릴 틈을 주셨다. 기도응답은 물론 마음 속 생각까지 헤아려서 인도해주심, 즉 살아계신 하나님을 보여주신 일들을 통해 나를 정신차리게 하신 것이다. 나는 이 모든 일들을 날마다 기도노트에 기록하고 있다. 남들이 보면 웃을 일일지도 모른다. 가령 부자라면 단 5분 안에 다 처리할 수 있는 일, 권세있는 자라면 눈짓하나로 즉시 해결할 수 있는 일, 학맥 인맥있는 자라면 바로 그 자리에 통과될 수 있는 일, 그리고 대단한 힘이 없어도 마트나 백화점에 가면 얼마든지 필요를 채울 수 있는 일상의 일들 속에서 하나님은 내 생각과 영혼의 골방의 주절임조차 들으시며 인도해주시는 것이다. 

또, 타인의 부탁을 받거나 스스로 타인을 위해 기도할 때 진행되는 주님의 임하심을 보고 듣는데 어찌 기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다보니 마음 속 생각조차, 가벼운 농담조차 함부로, 거짓으로 할 수 없게 된다.

나는 오늘 사울의 말을 요나단 뒤에 서서 들으면서 깜짝 놀랐다.(타임머신 타고 사무엘상의 시대로 간 것이다. 나는 이런 상상을 즐긴다.)  요나단이 사울에게 다윗을 위해 하지 말라고 하자, 사울은 고민이나 회개, 자기반성 없이 심지어는 자기변명조차 하지 않은 채 침을 뱉듯 툭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래, 주님께서 확실히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마. 내가 결코 다윗을 죽이지 않겠다.(새번역)”

아마 사울은 귀찮아서, 잠시 면피하려고 아무 생각없이 말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을 요나단 뿐 아니라 하나님도 들으신 것이다. 하나님은 사울의 말(기도)대로 일하셨다. 그래서 ‘확실하게’ 다윗을 죽이시지 않으셨다. 대신 그렇게 함부로 맹세하고 함부로 기도한 사울이 ‘함부로의 죽임’을 당하게 하신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 날부터 사울은 다윗을 시기하고 의심하기 시작하였다.(사무엘상 18;9, 새번역)” 사울이 즉, 악한 마음으로 작정하고, 기도하자. 하나님은 “바로 그 다음날, 하나님이 보내신 악한 영이 사울에게 내리 덮치자, 사울은 궁궐에서 미친 듯이 헛소리를 질렀다(10절)”는 상황이 되게 하신 것이다.

“바로 그 다음 날, The next day”

얼마나 정확하시며, 얼마나 가차 없으신 하나님이신가?

그런데 놀라운 것은 지금 이 순간, 나와 당신, 우리 모두가 아직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것이다. 사울처럼 당장 하나님의 무서운 징계를 받지 않은 채 뻔뻔할 정도로 온화하고, 그럴듯한 교양의 모습으로 직장에서, 학교에서, 가정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있지 않은가! 

하나님께서 기도의 빚 갚음의 시간을 또 주신 것에 감사해야 한다.

다시 한 번 우리의 기도나 마음 속 생각, 그리고 가벼운 우스개 소리조차 경건하고 정직하게 되도록 정신 차려야 한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몰라서 못지키는 게 아니라 너무나 가볍게 여겨서 함부로 여긴다는 것이다. 아예 잊어버린 채 스마트폰을 경배한다는 것이다.

 

함께 기도

하나님, 사울처럼 ‘바로 다음 날’ 징계하시지 않고, 다시 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기도할게요’ 하고 약속했으면 기도하고, ‘주님, 정직한 입술되겠습니다’ 라고 했으면 그리 하는 착한 사람되게 도와주소서.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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