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 목사님이 축구하다가 발을 다쳤습니다. 그 목사님은 입원해 있는 병실 입구에 발을 다친 이유에 대해 자세하게 써 놓았다는 겁니다. 병원에 오는 사람마다 물어보는데 대답하기 힘들어서 그렇게 했던 모양입니다.
얼마 전 제가 팔을 다쳤는데요. 만나는 사람들마다 “목사님 팔 다치셨어요? 어쩌다가 다치셨어요?” 물어보시는데, 대답을 안 할 수도 없고, 또 매번 설명을 하려고 하니 힘들기도 했습니다.
다친 사정은 이렇습니다. 2주 전 토요일에 고양시에 있는 배 과수원으로 남성 교인과 청년 30여명이 일하러 같이 갔습니다. 성은숲속교회 목사님께서 2300평 땅에 배 농사를 짓는 곳인데, 올해부터 우리 교회가 빌려서 배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배 농사에 대해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배나무는 처음에 잘라주고 꽃을 꺾어주고, 배 열매가 많이 달린 것은 따주기도 해야 합니다. 그리고 포장만 잘해주면 그 다음에는 별로 할 일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사다리를 이용해 배를 포장해야 하는데, 그날 함께 갔던 청년 중 한명이 무척이나 사다리에 올라가 포장을 해보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다리를 양보하고 저는 플라스틱 배 상자 두 개를 올려놓고 포장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미끄러져 넘어졌습니다. 그 와중에 팔을 땅에 짚어 팔을 다쳤습니다.
병원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인대가 늘어났다고 했습니다. 아내에게 혼날까봐 다음날 주일에도 말하지 않고 숨겼는데, 우리 철없는(?) 교인들이 아내에게 일러바치고, 한의사인 집사님이 저렇게 손이 붓는 것은 문제가 있는 거라며 반드시 병원에 다시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국 처음 갔던 병원에서 CT 촬영을 했고, 결과는 왼쪽 검지 밑 부분 뼈가 떨어져 나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졸지에 뼈가 부러졌는데 버틴 황당한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그것 보세요. 그렇게 팔이 붓는데 깁스를 안 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라며 핀잔을 주었습니다.
교회에 돌아오니, 다시 교인들이 팔에 대해 물어보기에 7대 1로 싸우다 다쳤다고 말했습니다. 교인들은 당연하다는 듯 “목사님이 이기셨죠?”하고 되받아쳐 주었습니다. 우리 성도들은 제가 싸움을 아주 잘하는 줄 아는 모양입니다.
저에게 또 왜 다쳤는지 물어보는 분들이 있으면, 벌금 만원을 물기로 광고했습니다. 아마 물어본다면 그날 주일예배에 참석하지 않는 분들이 아닐까요? 그렇게 모은 벌금은 전도 많이 하시는 분들을 위해 지원하도록 할 것입니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만원이 어디입니까. 무지 감사한 일이죠. 그럼요. 하나님 나라를 위해 제가 왜 다쳤는지 많이 물어봐주면 좋겠습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
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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