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다 보내주시고, 사랑하다 보내주시고 …. 이것이 목사님의 사명 아닐까요?”
지난주 우리 교회 안나구역 할머니들과 설악산에 다녀왔습니다. 막상 설악산에 도착해 보니 교회 개척 이후 25년이 지나는 동안 정들었던 할머님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 겁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대부분 설악산까지 여행하기에는 몸에 무리가 되기 때문에 오시지 못했을 겁니다.
전에는 잘 웃기도 하고, 같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다니시던 할머니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교회와 함께 25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는 동안 세월이 그 분들의 육체적 건강을 가져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무릎이 아프신 분, 암으로 수술을 하신 분 등 이런저런 사정으로 정들었던 할머니들이 많이 보이지 않아 내심 조금 서운하더군요. 곁에 있던 한 권사님에게 “오랜 시간 곁에서 함께 기도해주시던 할머니들이 많이 보이지 않네요. 새로오신 분들이 더 많이 보이네요.”하고 한마디 건넸습니다.
그 권사님은 따스한 미소를 띠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그저 사랑하다 보내주시고, 또 오면 사랑하다 보내주시고…. 그렇게 하는 것이 목사님의 사명 아닐까요?”
권사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동행한 할머니들을 보니 또 그 분들이 그렇게 새롭고 싱그럽게 보입니다. 사람 마음이란 것이 참 이상합니다.
“주일날 강단에서 목사님의 설교를 듣고 얼굴을 보고, 나갈 때 잠깐 인사를 하면 뵙는 정도였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목사님 옆에 있으니까 좋네요. 목사님하고 늘 가까이 있고 싶었습니다~”
할머니 한 분은 소녀 같은 미소를 지으시며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이번 여행 중 척산 온천에 갔습니다. 남탕에서 먼저 나와 로비에서 기다리다가 할머니들이 나오자 엉기기도 하면서 장난을 치기도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뒤에서 어떤 할머니가 가만히 지켜보고 계셨습니다. 그리고는 어디 교회에서 왔는지, 저는 누군인지 질문을 하시던군요.
“목사 같이 생기지 않았어도 제가 목사이구요. 할머니들을 괴롭히는 게 취미입니다. 죄송해요 할머니들을 너무 괴롭혀서요”하고 농담을 건넸습니다.
나중에 그 할머니는 아들 같은 일행에게 “저 교회는 어떻게 모두 가족 같나”하시더군요. 당신이 보기에도 할머니들과 편하게 지내는 우리들의 모습이 그렇게 나빠 보이지는 않았나 봅니다.
이번 설악산 여정에서 또 다른 제 사명 하나를 발견하고 돌아온 것 같습니다. 성도들을 사랑하다 보내드리고, 사랑하다 보내드리는 거 말입니다.
앞으로도 이런저런 이유로 교회 곁을, 제 곁을 떠나는 성도들이 있겠죠? 그래도 말입니다. 제 사명은 그저 사랑하고 아껴주다 보내드리는 겁니다. 저는 맘 속에 서운함도, 안타까움도, 때론 속상함도 함께 있는 연약한 인간이지만. 목사의 또 다른 사명은 성도들을 사랑하다 보내드리는 거라고 해서 말입니다. 부천 성만교회 담임
이찬용 목사의 행복한 목회이야기 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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