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세종대학교에서 열린 제13회 입양인의 날 기념행사에서 오창화 집사(온누리교회)는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 입양문화 정착을 위해 기여한 공로를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것이다. 오 집사는 2011년 쌍둥이 현비와 현서 두 딸을 입양했다. 두 아들 현우, 현수와 딸 현지에 이어 다섯 자녀를 아내 유금지 집사와 품게 되었다.
기자와 만나 세 시간 가까이 인터뷰한 날이 지난 11일이었지만, 그는 표창을 받는다는 사실을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SNS 남긴 그의 묵상으로 알게 된 내용이다. 오 집사는 글에서 “가슴으로 낳은 현비, 현서를 더욱 기도로 키우겠습니다. 그래서 현비 현서를 통해 하나님께서 더 큰 일을 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라는 한 가지 다짐만 고백했다.
몸으로 낳은 자식과 가슴으로 낳은 자식을, 그것도 5명이나 두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가 궁금해서 만났지만, 그런 궁금증조차도 편견일 수 있다는 반성으로 이끄는 시간이었다.
넷째 보내고 입양한 딸 현비와 현서
오창화 집사는 청과물을 유통하는 진원무역을 비롯한 여러 기업체를 운영하며 매일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또 입양가족단체 대표를 맞아 입양정책 캠페인을 펼치고, 교회에서는 18년째 영아부를 섬기며, 근래에는 교회 입양가족부 팀장까지 맡아 사역하고 있다.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인터뷰 하는 내내 오 집사는 에너지가 넘쳤다. 그에게서 하나님, 예배, 기도, 사랑과 같은 단어가 수도 없이 언급됐다. 성인이 된 두 아들 현우와 현수, 11살 딸 현지를 몸으로 낳고, 현비와 현서를 가슴으로 낳아 기를 수 있는 근원적 동력은 신앙에 있음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선명하게 알 수 있었다.
오창화 집사와 아내 유금지 집사는 1998년 결혼해 세 자녀를 낳았다. 이후 많은 자녀를 낳고 싶었던 부부. 넷째 ‘온유’를 출산했지만 하루 만에 천국으로 보내야 했다. 이미 기도하고 있던 부부는 다시 입양을 준비하게 됐다.
“아버지에게 입양을 한다고 했을 때 너무 반대가 심하셨습니다. 저희 가족은 주일 저녁마다 부모님 집에서 가족예배를 드리는데, 그 때마다 허락을 요청했습니다. 결국 알아서 하라는 아버지 허락을 받았지요.”
쌍둥이도 좋다는 오 집사의 말에 2011년 당시 대한사회복지회는 쌍둥이를 결연시켜주었고, 지금까지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두 오빠와 언니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여동생들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주었다. 가족여행을 가거나 특별새벽기도회를 갈 때면 두 오빠가 여동생들을 업었다. 셋째 언니는 누구보다 쌍둥이가 믿고 의지하는 존재가 되어주고 있다.
대단하다는 말보다 행복하겠다는 말을”
과거에는 비밀입양이 보편적이었다면 2000년대 이후에는 공개입양이 더 일반화 되어가고 있다. 쌍둥이들을 가슴으로 낳았다는 사실은 가족은 물론이거니와 관계된 주변 사람들에게도 일러 주었다.
“입양을 했다고 하면 다들 대단하다고들 이야기 합니다. 큰일을 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예요. 그러나 자식을 낳은 것입니다. 자식을 얻었으니 축하를 받고 정말 행복하겠다는 말을 듣고 싶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가슴으로 낳아도 정말 똑같이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오 집사는 퇴근하자마자 달려와 쌍둥이들의 똥기저귀를 갈아주고 눈을 맞춰가며 젖병을 물렸다. 1970년생 한국나이 49세, 아빠에게 쌍둥이 딸들은 달콤하고 부드러운 솜사탕 같고, 보기만 해도 닳아질까봐 아까운 생명이었다. 그러한 시간들이 있기 때문에 부모가 되고, 자식이 되는 것이다. 몸으로 낳은 부모와 자녀 사이라고 해도 다르지 않은 사실이다.
오창화 집사는 혹시나 제도적 미비점 때문에 입양 시기가 늦어질 경우 입양아들이 겪을 정체성 혼란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최근 일련의 입양특례법 개정안이 입양절차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면서 이런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인터뷰 내내 애탄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6개월 미만 영아입양의 경우 만 1세가 지난 연장아 입양보다 파양율이 현저히 낮은 것이 현실이다.
낳아준 엄마 위해 기도합니다”
재작년부터 현비와 현서가 낳아준 엄마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부부는 이 순간을 준비했지만, 내심 두려움도 있었다. 혹시 낳아준 엄마에게 돌아갈까봐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도 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렇게까지 고려하나 싶지만, 그것이 부모의 마음이려니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부부는 낳아준 엄마에 대한 질문을 문제로 여기지 않고 기도하고 대화하면서 소통으로 풀어가고 있다.
엄마 유금지 집사는 두 아이들의 생일이 가까워오면 금식기도를 매년 해오고 있다. 낳아준 엄마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이 때쯤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생각하며 ‘위로해 달라’고, ‘하나님이 허락하신 기쁨을 누리도록 해 달라’고 기도한다.
“6살 때 아내가 동화책을 읽어주는데 현비가 ‘엄마는 나를 낳을 때 배 아팠어?’하고 물어요. 셋째 현지가 낳아준 엄마는 따로 있다고 이야기 했지 않냐고 이야기를 하니까 ‘나를 낳아준 엄마는 누구지’하고 표정을 짓는 겁니다. 그 때 아내는 이렇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엄마는 아이 넷을 나아봐서 정말 아픈 걸 알아. 너랑 현서를 낳아준 엄마는 얼마나 아팠을까. 그 엄마를 위해 박수치고 기도해줄까?’ 낳아준 엄마가 믿음으로 아이를 보내주었다고 생각하고 중보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공개입양을 한 아이들의 경우 여자 아이는 7살, 남자 아이는 8살 때 이른 바 ‘애도기’가 온다고 한다. 아이들이 정체성 혼란을 겪는 이 때 온 가족들이 위기를 적극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양 전문가들이 조언한다.
오창화 집사는 낳아준 엄마에 대해 질문하면, “우리 현비 예쁜 눈에서, 우리 현서 아름다운 손에서 낳아준 엄마가 얼마나 예쁜지 아빠는 알겠네”라며 자랑스러운 엄마, 좋은 엄마로 설명한다. 이제는 엄마의 몸을 통해 이 세상에 태어나 우리 가정에 오게 하신 것이 하나님의 뜻 아래서 이뤄졌다는 말도 곧잘 이해한다.
오창화 집사는 교회와 신앙인들이 입양에 대해 더 열린 마음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남침례교를 기반으로 하는 고아를 돌보는 단체 분들이 오셔서 안내를 한 적이 있습니다. 큰 대형교회들을 돌아보신 그 분들이 고아와 과부를 돌보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는데, 한국교회는 무얼 하고 있냐고 혼을 내는 것이었습니다. 가슴을 낳는 기쁨을 누리고 교회가 더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앙교육 위해 다섯 자녀 홈스쿨링
오창화 집사 가족에게서 들을 수 있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바로 다섯 자녀 모두 홈스쿨링으로 교육했다는 점이다. 아들 둘을 초등학교에 보냈지만, 공교육에 대한 대안을 찾던 중 교회에서 홈스쿨 세미나를 듣고 과감히 도전했다. 가정 안에서 성경적 신앙교육을 하겠다는 취지였다.
흔히 홈스쿨을 하면 집에서만 교육하면서 사회성이 부족할 수 있다고 염려한다. 천만의 말씀이다. 가정 안팎에서 다양한 체험학습을 도전하면서 훨씬 능동적 사회성을 갖추게 되었다. 이른 바 서열중심의 사회성보다는 세대와 관계없이 소통하는 능력이 그것이다.
특히 이 가정에서는 초등학생이 되면 매년 일년에 한달 정도를 해외 선교사들에게 보냈다. 선교사들의 영성과 신앙을 배우고 사역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신앙훈련이다.
최근 첫째 아들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 입학허가를 앞두고 한번 다녀온 적 있는 인도 선교지를 다시 다녀왔다. 어쩌면 대학입학을 포기할지 모른다. 멕시코에서 예수전도단 선교훈련을 받고 새로운 선교사명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 후 취업한 둘째 아들은 부모에게서 독립해 일하고 있다. 아버지의 그늘에 있기보다 자기만의 창업의 꿈을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
“홈스쿨을 하면서 매일 먼저 한 시간씩 성경을 읽었습니다. 홈스쿨도 가족들이 함께 모여 예배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성경적 기반에 서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주인공이 되는 가정을 만들어가는 우리 가정입니다.”
오창화 집사는 비단 입양가족으로서 뿐 아니라 가정에서 신앙교육과 직장 복음화를 위한 노력으로 하나님 앞에서 최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