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의 장애인 선교 현실은 척박한 수준이다. 장애인 사역자들은 전국 5만 교회가운데 1%의 교회만이 장애인 사역을 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소수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탓이다. 물론 장애인 사역이 미비한 것은 복합적인 요인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담임교역자의 목회철학에서 장애인 선교 여부가 결정되는 것으로 장애인 사역자들은 분석한다.
국내 장애인교회는 3개의 틀로 분류된다. 첫째는 장애인만의 교회로 ‘농아인교회’나 ‘맹인교회’, ‘장애인교회’와 같이 특수목회를 전개하는 곳이다. 둘째는 일반교회가 장애인 전담부서를 두는 경우다. 대형교회 중심으로 전담 사역자를 통해 운영하는 이런 교회들은 예배를 구분한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목표점에 다소 미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이상적으로 평가 받는 곳이 바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통합목회가 진행되는 교회라 할 수 있다.
장애인교회의 속도는 무척 ‘느리다’. 속전속결로 부흥의 성과를 얻고 싶은 목회자들에게 장애인선교는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투자하고 섬기면 하나님 안에서 공평한 사랑을 나누는 교회로 성장할 수 있다. 각자 다른 사연으로 장애인과 함께 하는 교회를 일궈나가는 교회의 사례를 통해 장애인 선교의 해법을 찾아본다.
#1. 광주 임마누엘교회
광주광역시 임마누엘교회는 지체장애 2급인 박영식목사가 담임이다. 박목사는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를 입게 됐다. 이후 그가 꿈꾸는 교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차별 없는 교회. 26년 전 장애인선교회 모임을 운영하던 1년 후 천막교회를 개척하며 일반목회를 시작했다.
“지난 26년 간 가장 주력한 것은 장애 비장애 성도들의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일이었습니다. 섬김을 위해 찾는 성도는 반기지 않았습니다. 동등함으로 대하는 성도들은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었지만 일시적인 봉사의 감정으로 찾아오는 성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지치고 말거든요.”
박영식목사는 자신의 교회를 ‘더디게 가는 교회’라고 표현했다. 성급한 목회자들은 엄두를 못 낼 일이라고도 했다. 25년 만에 재적 성도 250명에 출석 150명의 교회로 성장했다. 일반성도와 장애인성도 비율은 50:50이다. 이제야 간신히 재정자립도 이뤄냈다. 수입은 적고 지출이 많은 장애인교회의 재정구조상 빠른 성장과 정착은 꿈도 꿀 수 없다.
임마누엘교회의 눈높이는 가장 장애가 심한 중증성도에게 맞춰진다. 지체장애와 시각장애 성도로 구성된 장애인성도 구성상 일반인과 통합목회는 별 어려움이 없다. 때문에 전담 사역자나 전문교사를 두지도 않는다. 모든 영역에서 일반성도와 장애성도의 구분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서, 봉사부서 모두 함께 참여합니다. 공동식사 후에는 설거지도 하지요. 그렇다고 통합목회에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매 시간 시간마다 왜 우리가 함께 예배를 드려야 하는 지 교회의 정체성을 성도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죠.”
장애인 성도에게만 맞추다보면 일반 성도들이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당하게 되고 그렇다고 일반성도에게 맞추다 보면 장애인 성도들이 불편을 겪게 된다. 결국 서로의 차이를 각 사람들이 인정하고 합의점을 찾아 나가는 수밖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지역주민을 위해 주차장과 탁구장, 도서관 등을 개방하는 임마누엘교회는 앞으로 중증 장애인요양시설과 지역사회 장애인들이 마음껏 드나들 수 있는 복지교회를 세우고 싶다. 온전히 성도들의 힘으로 부지를 마련했다고 자랑하는 박영식목사는 “성도들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고 어떤 중증 장애인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는 좋은 교회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2. 인천 연수제일감리교회
인천에 위치한 연수제일감리교회(김종복목사)는 장애인이 성도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부담 없이 편하게 예배당에 들어가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교회 중 하나이다. 예배당 뿐만 아니라 성도들의 마음에도 들어갈 수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는 교회다.
1981년에 개척된 연수제일감리교회는 ‘건강한 하나님나라’라는 김종복목사의 목회철학에 따라 개척교회 시기부터 지역사회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교인들과 함께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장애우와 비장애우가 더불어 함께하는 교회상을 세워나가는 사역에 전념하고 있다.
연수제일감리교회가 처음부터 장애인사역에 전념했던 것은 아니다. 조립식 건물로 교회를 건축할 무렵 장애인 한 명이 교회에 출석하고 등록하게 되면서 교회의 목회방향이 바뀌게 된 것이다. 특히 교회 건축비의 50%에 가까운 재정을 기꺼이 장애인을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에 지출하는 등 한 명을 위한 섬김으로 본격적인 장애인사역이 시작됐다.
현재 연수제일감리교회는 전체 성도의 10%가 장애인가정으로 현재 200여 장애인성도가 함께 신앙생활하고 있다.
연수제일감리교회는 지난 2003년 교회 예배당을 넓히는 대신 충남 서산시에 장애인 복지쉼터인 ‘엘림하우스’를 설립했다. 약 65억원을 들여 3만평 규모로 설립된 엘림하우스는 주차장을 비롯한 모든 내부 시설이 장애인들에게 맞춰져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장애인인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과 훈련을 할 수 있는 ‘하나비전센터’를 세우고 장애인 학생들이 학교교육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스스로 자립하고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비전센터는 올해 예산만 2억 4천여만원이며 하나비전센터를 통해 직업훈련을 받은 학생들은 추후 교회 성도의 사업장에서 사회생활을 위한 실습을 하게 된다.
다양한 장애인프로그램을 통해 성도들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도록 하고 있는 연수제일감리교회는 엘림하우스 및 하나비전센터를 정부의 지원 없이 오로지 성도들의 후원과 자원봉사, 교회에서 재정을 지원하여 운영하고 있다.
#3. 창동 염광교회
창동염광교회(최기석목사)는 2000년 9월 교회의 장애인 성도들과 지역사회의 장애인들을 섬기기 위해 장애인부서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어린이 사랑부와 청소년 사랑부, 청장년 사랑부, 농인부 등 4개 부서와 중증 장애인팀 아이사랑으로 구성돼 함께 예배를 드리며 섬기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회의 모든 시설도 장애인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됐다. 모든 장애인부서는 교회 1층에 위치해있으며, 다른 층의 주요 부서는 엘리베이터로 연결되어있다. 장애인담당교역자 이상록목사는 “장애인차별금지특별법이 시행되기 이전부터 장애인들에게 불편함이 없는 시설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 불편한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는 제도도 마련돼있다”고 전했다.
120명의 장애인이 중심이 되는 창동염광교회는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거룩한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존재’라는 고백 속에 장애인들이 하나님의 백성으로, 교회의 성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예배ㆍ교육ㆍ친교ㆍ봉사ㆍ선교 등 교회 본질의 사명을 함께 감당하며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생활연령과 장애정도에 따라 부서를 분리하고 부서활동의 체계화와 교사ㆍ부모ㆍ타 부서간의 긴밀한 협력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은혜를 주신 하나님을 예배하는 사람이기에 하나님을 바로 알고 성령 체험을 하며 구원의 확신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찬양할 수 있도록 양육한다는 예배의 목표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장애인 교육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간 2억여원에 이르는 예산이 장애인사역을 위해 투입되며 주중에는 아자문화센터(아이들과 자연스럽게 뛰어노는 장애인 문화센터)와 피망센터(피어라희망센터)를 통해 장애인들을 돌보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의 장애인들이 함께하는 아자문화센터와 피망센터는 200명이 넘는 장애인들에게 축구, 인라인 등의 체험학교와 미술, 음악, 요리 등 문화교실을 통해 다양한 활동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이상록목사는 “앞으로 더욱 전문적인 사역을 위해 역량을 키워나가며 더 낮은 곳에서 섬기기 위한 방법들을 찾아 노력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