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 민족, 하나님의 백성들" 재확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와 조선그리스도교연맹(KCF)은 지난 5월23일부터 24일까지 6.15 공동선언 이행과 평화통일을 위한 남북교회 금강산기도회를 가졌다.
이번 행사는 지난해 10월, 도잔소회의 20주년 기념회의에서 KNCC 백도웅 목사와 KCF 강영섭 목사의 합의로 계획되었고, 이후 여러차례 협의를 통해 이루어졌다.
이번 행사는 최초로 한반도에서 열린 남북교회 공동행사라는 점에서, 또한 이전과 달리 교회 지도층 중심의 행사가 아니라 일반 신자들이 행사의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도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번 기도회와 성가제는 24일 오후 7시, 금강산 문화회관에서 남측 대표단 200명, 북측 대표단 12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행사 시간이 되자 문화회관 중앙 출입구로 북측 대표단의 모습이 보이자 200명의 남측 대표단은 일제히 일어나 환영의 박수가 터뜨렸다. 분단 60년 만에 남과 북의 신자들의 만남이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행사는 1부 기도회, 2부 성가제로 진행되었다. 1부 기도회는 남측 KNCC 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나핵집 목사의 인도에 맞추어, KNCC 총무인 백도웅 목사가 환영 인사와 축사를 하고, 봉수교회 담임목사인 손효순 목사가, 남측은 KNCC 평화통일위원장 이명남 목사가 각각 대표기도를 맡아 남과 북의 평화를 염원하는 기도를 드렸다.
이어서 KNCC 회장인 신경하 감독회장의 설교와 KCF 중앙위원회 위원장 강영섭 목사의 말씀이 이어졌다. 신경하 감독회장은 평화를 위해 일하는 것은 기독교인들의 특권이자 의무이며 이번 기도회를 통해서 이 일에 앞장서온 우리 남북 그리스도인들의 의지를 6.15 공동선언의 실천으로 이어나갈 것을 요청하였다.
또한 강영섭 목사는 “우리 민족끼리”라는 말은 간결하고 통속적이나 이 여섯 음절 안에 어떻게 우리가 통일을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심오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고 전제한 뒤에, 자주적으로, 평화적으로 통일을 이루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우리 기독교인들이 뜨거운 눈물로 기도하고 노력한다면 하느님의 뜨거운 역사하심이 반드시 임하실 것이며 참 평화가 올 것을 믿는다는 말씀을 전했다.
남과 북의 기독교인들은 KNCC 임원인 윤문자 목사가 낭독한 공동기도문을 통해서 “6·15 공동선언이야말로 평화와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민족의 지표이며, 신실하신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증표”임을 기도하고, 이어진 공동선언을 통해 6.15 공동선언의 이행과 평화통일을 위한 의지를 표명하였다.
남측 한국기독청년협의회(ETCK) 이두희 총무와 북측 KCF 중앙위원회 리성숙 전도사가 함께 낭독한 공동선언문은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남북 그리스도인이 의지를 담았고, 또한 최근 일본의 역사왜곡과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에 대한 남북교회의 의지를 담아 이 문제에 대해 남북 교회의 시각이 다르지 않음을 재차 확인하고 있다.
또한 이번 기도회와 성가제가 6.15 <민족통일대축전>까지 오늘의 찬양이 이어져 통일을 향한 새로운 기운이 우리 강토 전역에 퍼져 가기를 기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이어진 성가제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매우 감명 깊은 시간이었다. 남측은 동광교회 성가대와 감리교 청년회 중창단, 구세군이 참여한 가운데 독창, 크로마하프 연주, 합창 등이 진행되었다.
북측에서는 남측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입소문을 통해 알려진 봉수교회 성가대 7명이 독창, 중창을 선보였는데 열정적인 찬양으로 남측 교인들에 많은 박수를 받았다.
성가제는 금강산 문화회관에 모인 모든 사람들이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을 합창함으로 마무리되었다.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 하나님 주신 동산, 일하러 가세, 일하러가”라는 내용의 찬송으로 참석자 모두는 통일을 위해 더욱 정진할 것을 다짐하였다.
한국교회는 지난 1988년 <민족의 통일과 평화에 대한 한국 기독교회 선언>을 통해 자주, 평화, 민족 공조의 3대 노선에 대한 지지에 이어, 이를 위해 모든 민족성원이 참여하는 통일운동이 필수임을 천명하였다.
또한 당시 제3국에서 제3자의 중재로 이뤄지던 남북민간교류가 우리 땅에서 민족이 주최가 되어 만남과 협력을 지속함으로 진정한 민족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밝혔다.
6.15 공동선언 이후 꾸준히 민간교류가 이어져 오고 있고, 이미 노동, 농민, 청년 등 많은 부문이 이런 의미의 공동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다른 부문에 비해 교회간 공동행사는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민간교류를 개척해 온 남북 교회의 그동안의 역할을 감안하면 앞으로 더 다양한 교류와 협력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밝은 전망을 가능케 한 행사라는 것이 참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행사는 저녁 9시에 시작된 공동만찬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리스도인들은 밥상공동체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한다. 식사기도를 맡은 허 강 장로(서울복음교회)는 “아직 통일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우리 앞에 놓인 통일의 밥상을 함께 나누며 곧 이루어질 통일의 기쁨을 미리 맛보게 하소서.”라고 기도하였다.
기다린 세월에 비해 하루저녁에 치러진 행사는 아쉬움을 많이 남겼지만, 이런 행사가 계속 이뤄지기를 바라는 참석자 모두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 금강산기도회공동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