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에 담아낸 80년 인생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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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채화에 담아낸 80년 인생길
  • 현승미
  • 승인 2005.04.04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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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할머니’ 박정희장로, ‘나의 수채화인생’ 펴내

 

노년의 인생이 아름답고 감사와 기쁨으로 넘치는 것은 모든 사람이 간절히 바라는 소원일 것이다. 그저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시작된 박정희할머니(인천 화도감리교회 장로)의 작품 활동은 83세의 나이에 자전적 수필집 ‘나의 수채화인생’을 펴내면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나의 수채화인생’ 출판기념으로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진흥아트홀에서 가졌던 전시회에서 단정하고 단아한 모습의 박정희할머니를 만났다.


노년의 나이에도 단단해 보이는 작은 체구에 새색시 같은 말투를 지닌 박정희 할머니는 자신의 전시회 준비는 딸들에게 맡겨놓고 서울 맹학교 개교기념행사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한글점자를 창안한 아버지 송암 박두성선생을 뜻을 이어받아 점자도서관, 시각장애인 복지관 건립 등 맹인들을 위해 자신의 그림을 내놓는다는 박정희 할머니.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 그리는 걸 유난히 좋아했다. 평양으로 시집가서는 의사인 남편을 위해 수채화 달력을 그렸고, 6.25때 피난 와서는 큰 딸과 친척아이들까지 10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즐겁게 노는 방법을 연구하다 보니 또 그림 그리는 걸 택하게 됐다.


“그림 때문에 간첩으로 오해받았던 적도 있었지만, 그림 때문에 둘째 딸 현애 담임선생님의 요청으로 아이들의 미술지도도 했었지. 그 때 교내사생대회에서 그 반 아이들 절반이 입선하고,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도 모두 그 반에서 나왔지.”


당시 어려운 가정형편에 아이들의 옷에서부터 작은 것 하나까지 자신의 작품이 됐다. 이런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큰 딸 유명애권사는 이름 있는 중견화가가 되어 지금 진흥아트홀을 이끌어가고 있다. 6년 전에는 각장의 작품을 모아 ‘박정희․유명애 수채화 모녀전’을 열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그림을 잘 그렸던 큰 딸이 중견화가로 성장한 후에는 되려 늙은 어미에게 종이와 물감을 사주며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도록 용기와 꿈을 심어주어 내가 지금의 ‘그림 할머니’로 다시 태어날 수 있었지.”


그러나 6.25 동란 가운데에서도 피난 온 이십 여명의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고, 자신의 삶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었던 건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라고 박장로는 고백한다.


“나는 이 세상에 보고 느끼는 것이 모두 아름답고 과분할 만큼 행복해서 그림을 그리지 않을 수 없었어. 어쩌면 화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관심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노년’이 되었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르지.”


정동교회에서 세례를 받고 장로직분을 받은 그는 남편이 아프기 전까지 이십여년간을 교회 유치원 원장을 맡았었다. 그 이십년 동안 새벽기도회도 단 한 번 빠진 적이 없다.


“나는 늘 새벽부터 저녁까지 기도를 드리면서 살고 있어. 하나님의 지휘에 감사드리고 나라와 교회와 우리 집안을 위하여 기도 드리지. 또한 여든을 넘기면서부터는 하나님께서 지휘하신 나의 생애가 너무도 행복했다고 되뇌이곤 해.”


오랜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작은 그림 한 점도 소홀함 없이 그리고 다듬고 관심을 쏟는다는 박 장로의 수채화에서는 봄내음 가득한 꽃향기, 풀향기가 날릴 것만 같아 보였다. 노년의 나이에도 수채화 같은 젊음을 간직한 그림 할머니의 모습은 진정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하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그대로 따른 덕분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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