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문화 개선, 교회가 ‘여론형성 주도’
상태바
장례문화 개선, 교회가 ‘여론형성 주도’
  • 승인 2001.06.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내용은 예장통합총회 교육부가 지난 4일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개최한 '장례문화에 대한 신학적 연구 세미나'에서 덕수교회 손인웅 목사가 '목회학적 입장에서 본 장례문화'를 주제로 발제한 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편집자주>

현재 전 국토의 1%에 해당하는 3억 평 규모의 땅에 2천만 기의 묘가 산재해 있으며, 해마다 20만 기씩 늘어나 여의도 넓이만한 3백만 평이 묘역으로 변한다는 통계가 있다. 전 국토의 묘지 면적을 계산해 보면 한 기당 15평 정도를 사용, 죽은 사람들이 산 사람들의 주거면적 4.5평에 비해 3배가 넘는 땅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매장을 위해 땅을 묘지로 만드는 과정에서 수십 년 자란 나무를 수십 그루씩 벌목함으로써 환경을 파괴하게 되고, 장례비용도 평균 1천여 만원 이상 소요되는 현상을 생각할 때 온 국민이 위기의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시점에 도달하게 됐다.

이런 상태에서 한국 교회가 관혼상제에 관한 예식을 기독교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장례에 대한 문제를 신학적으로 정립해 성도들의 신앙에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은 서방 기독교와 유교적 매장문화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이를 바꾼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문제다. 특히 부활신앙에 있어서의 몸과 관계된 연속성과 불연속성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

현재의 몸을 근거로 한 부활을 생각할 때 연속성을 가지는 부활한 몸이라는 확신을 가지는 것이다(고전 15:42~54). 또한 썩지 않는 신령한 몸, 영화로운 몸으로 홀연히 변한다는 점에서는 생존시의 몸과는 전혀 다른 영화로운 부활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다시 말해 ‘매장이냐 화장이냐’라는 문제를 비롯한 관혼상제례의 문제를 다룰 때는 기독교 신앙의 본질적 교리문제 보다는 문화적·정서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용이하다.

둘째, 수천 년 내려오는 관습을 바꾸어 나가는 작업이다.
매장문화를 화장문화로 바꾸려면 상당한 저항세력이 나타남은 물론 선교에도 새로운 장애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전통적인 매장문화를 유지하려는 세력이 힘을 규합해서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일이 없도록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지금 국가의 정책이 화장쪽으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교회는 그런 쪽으로 변화의 방향을 설정하되, 그 변화의 목표와 속도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전체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독교적인 장례문화의 새로운 규준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이런 작업을 위해서는 신학적인 정립과 전통문화의 좋은 점을 수용하면서 한국적이면서도 기독교 신앙과 전통에 상치되지 않는 장례의식을 생활화함으로써 장례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영국의 경우 1884년에 화장법이 매장법과 함께 합법적으로 인정받은 후 1996년 당시 60%의 화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은 1876년 화장장을 합법적으로 처음 설치한 이후 1996년 현재 화장률 21%가 됐고, 캐나다는 36%의 화장률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 쪽에서는 일본이 97%, 태국이 90%의 화장률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매년 사망자 25만 명 중 22%가 화장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화장률이 50%를 넘어선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교회는 매장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묘지활용에 대한 신앙지도를 실시해 최소한의 땅을 사용하면서 가족묘 개발과 계단식 묘와 같은 방법으로 매장하게 하고, 분묘가 15년 정도 지난 후에는 유골을 납골당에 안치하고 묘지를 재활용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해야 한다.

셋째, 장례문화 전체를 검토·개혁해 나가는 일이다.
한국 기독교의 장례문화는 다분히 유교·불교적인 것이 혼합되어 있다. 이것을 한국적이면서도 기독교적인 것으로 바꾸어 가는 작업을 해야만 한다. 현재 한국 교회는 각 교단들이 ‘표준가정예식서’를 만들어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아직도 오랜 관습에 젖어 기독교적인 표준예식대로 시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통적인 유교문화에 뿌리를 둔 매장문화와 조상제사가 허례허식으로 번져 전 국토가 묘지화되고 산림훼손이 심하며 상수원을 오염시키고 과도한 장례비 지출로 경제적인 폐해가 극심하다. 뿐만 아니라 분묘의 사후관리를 부담스러워하는 후손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차제에 기독교가 장묘문화 개선에 앞장서서 국가와 사회의 어려운 문제 해결에 기여하면서 선교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국 교회의 장례문화를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는 목회자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본다. 장례예식을 통해서 엄청난 선교가 이루어진다는 확신을 가지고 계속해서 목회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이런 사역을 통해서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바꾸어 나감으로써 하나님 나라의 실현에 공헌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