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 중간사] 로마의 애매한 이스라엘 대응 주전 40년까지 유화정책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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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약 중간사] 로마의 애매한 이스라엘 대응 주전 40년까지 유화정책 써
  • 김병국 교수(백석대 신약신학)
  • 승인 2024.04.16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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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국 교수의 신구약 중간사 이야기 (53)
김병국 교수(백석대·신약신학)
김병국 교수(백석대·신약신학)

로마는 예루살렘을 점령하기는 했지만 주전 40년까지는 적극적으로 이스라엘을 착취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로마제국 자체가 그 당시 안정되어 있지 못했습니다. 여기저기서 군사적인 충돌이 있었기 때문에 로마군을 팔레스타인 지역에 집중시킬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가 있었는데 그것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관련된 것입니다. 지도를 놓고 보면 팔레스타인 동쪽에 파르티아 제국이 있습니다. 파르티아 제국은 옛 페르시아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파르티아 제국은 한 번도 로마에 복속된 적이 없습니다. 끝까지 로마의 적수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이스라엘 사람들이 파르티아 제국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자신들의 영토를 로마가 아니라 파르티아 제국에게 헌납한다면 곤란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팔레스타인이 로마의 영토로 남아 있을 경우 로마는 두 가지 큰 이점을 갖게 됩니다.

첫째는 지중해 북부의 로마군과 남부의 로마군이 팔레스타인을 중심으로 하여 연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군사적으로 대단히 큰 이점입니다. 북한 해군은 동해군과 서해군이 전혀 별개의 편제입니다. 하지만 남한은 동해, 서해, 남해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작전을 펼칠 수 있습니다. 만약 팔레스타인이 적에게 넘어가게 될 경우 로마군은 지중해 북쪽의 로마군과 지중해 남쪽의 로마군으로 나뉘게 됩니다. 이것은 심각한 위기입니다. 남쪽 로마군 즉 로마 본토와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로마군은 고립되어 적에게 넘어가게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둘째로 팔레스타인이 로마의 영토인 경우에는 지중해 전체가 로마 제국의 내해가 됩니다. 주전 2세기 초에는 카르타고가 로마를 위협했었지만 스키피오 장군이 한니발을 물리친 후 지중해에는 로마의 적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만약 팔레스타인이 파르티아 제국 영토가 된다면 파르티아인들은 팔레스타인의 항구를 사용하여 지중해로 진출할 것입니다. 그러면 로마는 육지에서 뿐만 아니라 바다에서도 파르티아군과 대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실제로 페르시아 시대에는 시리아 지역의 항구를 이용하여 페르시아인들이 그리스를 공격했던 적이 있습니다. 페르시아 전쟁이 그것입니다. 그런 일이 또 발생한다면 그것은 로마로서는 악몽입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이 로마의 영토로 남아 있으면 로마인들은 지중해에서는 전쟁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와 같은 사정 때문에 로마인들은 주전 40년까지는 대제사장을 중심으로 한 자치를 유대인들에게 허용하고 경제적으로 그다지 착취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로 유대인들을 달래는 유화정책을 폈던 것입니다.

백석대·신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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