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 비방지목(誹謗之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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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열며] 비방지목(誹謗之木)
  • 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
  • 승인 2024.04.16 2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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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목사.
김한호 목사.

한(漢)나라 원제 때 ‘대덕(戴德)’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대덕은 태자에게 학문과 예의를 가르치던 ‘보부’라는 관직을 맡고 있었습니다. 대덕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다리 근처에 나무를 세워놓고 임금의 잘못을 쓰게 하였습니다. 익명성을 보장하여 글 쓴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임금이 백성을 잘 다스려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비방지목’입니다. 비방이란 원래 좋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좋은 임금이 되기 위해 좋은 방향으로 인도하는 이정표입니다. 실제로 비방지목이 시작되었던 원제 시대에 세금을 경감하고 어려운 형법은 개정하며 민중의 생활의 안정을 도모했습니다. 대규모 연회를 금지하고 종묘 등의 제사에 소요되는 경비를 삭감하고 재정의 건전화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지금의 비방은 어떤가요? 본인이 없는 곳에서 남의 잘못을 비웃고 과거를 들추어 주변 사람들에게 망신을 줍니다. 그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매도하여 낙인찍히게 만들고 은밀한 죄를 폭로해 매장하는 행위로 바뀌었습니다. 비방의 원래 의미와는 상관없이 남의 실수나 허물을 들추어내어 그 사람을 부끄럽게 하는 목적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 선거 기간 동안 출마한 후보들에게 우리가 듣고 싶었던 말은 상대 후보를 존중하고 지역을 위한 자신만의 비전과 방향성에 대한 제안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선거유세 기간동안 쏟아져 나온 수 많은 비방과 상대방의 약점이나 치부를 폭로하는 말들은 상대 후보뿐만 아니라 자신을 망가트리는 일이 되었습니다.

민수기에 보면 미리암과 아론이 모세를 비방합니다. 모세가 구스(에디오피아) 여인을 아내로 맞이했기 때문입니다. 모세가 재혼을 했습니다. 당시 재혼은 죄가 아닙니다. 성경은 가나안 7족속 여인 또는 애굽 여인과의 혼인을 금하였으나 구스 여인을 포함한 기타 민족과의 혼인을 금한 일이 없습니다. 모세의 재혼은 율법으로 어긋남이 없는 결혼이었으나 미리암과 아론은 그것을 빌미로 모세를 흠집 냈습니다. 아론은 제사장을 대표하고 미리암은 최초의 여선지자였습니다. “나도 하나님과 대화한 사람이야” 아마도 이것은 권위의 문제 같습니다. 모세의 지위를 실추시켜 자신의 권위를 강화하려는 데 있었습니다. 모세가 민족의 지도자가 된 것은 기뻤지만 선지자로서의 자신이 모세의 그늘에 가려지는 것은 불만이었습니다. 이러한 불만은 하나님도 듣고 계셨습니다.

하나님은 이것을 모세뿐 아니라 하나님에게 하는 비방이라 여기셨습니다. 그러면서 모세에 대해 온유하고 충성된 사람이라 말씀하십니다. 모세는 하나님 말씀 중심으로 살아가는 온유한 사람이라 하셨습니다. 이러한 모세를 비방하는 것을 하나님은 용서하지 않으셨습니다. 모세에 대한 비방의 결과로 미리암은 나병이 걸립니다. 아론은 회개하고 모세에 대하여 권위를 인정하고 ‘나의 주’라고 부릅니다. 모세는 온유하고 충성스러운 사람답게 자기를 비방한 사람들을 용서하고 하나님께 미리암을 고쳐달라고 기도합니다. 비방을 극복하는 모세의 모습을 통하여 참 지도자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남을 높여주기 위해 잘못한 것을 지적하여 고쳐주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욕심과 시기로 인해 남을 깎아 내리고 상처를 주기 위한 비방은 옳지 않습니다. 우리가 하나님 중심으로 판단하고 예수님의 십자가 기억하며 살아간다면 하나님께서는 어떤 비방 속에서도 우리를 인정하시고 높여주십니다.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상대방을 비방하며 살아가는 자가 아니라 상대방이 나를 비방하여도 분노하지 말고 이 일을 통하여 하나님이 나를 온유와 충성된 자가 되도록 훈련시킨다고 믿고 나아가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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