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방 용사들에게 전하는 따끈한 복음... “GOP 철책에서 먹는 달디 단 붕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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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 용사들에게 전하는 따끈한 복음... “GOP 철책에서 먹는 달디 단 붕어빵”
  • 강원도 양구=김태현 기자
  • 승인 2024.04.0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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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부대 고방산충성교회 김용화 목사

코로나로 예배 불가능해 붕어빵 나눔 시작
용사들은 물론 간부들까지 환영하는 사역
초소별 40~60% 예배 참석…설교 노트까지
제21보병사단 예하 제65보병여단 GOP 용사들이 붕어빵을 먹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제21보병사단 예하 제65보병여단 GOP 용사들이 붕어빵을 먹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추운 겨울날 호호 불어가며 먹던 붕어빵이 그리운 최전방 GOP의 용사들에게 따끈한 붕어빵을 나누는 이가 있다. 바로 백석총회 소속 군 선교사 김용화 목사이다. 김 목사는 붕어빵을 전도 도구 삼아 ‘청년선교의 황금어장’이라 불리는 군부대에서 복음을 전파한다.

특이한 사역이라 생각하며 호기심이 동했다. 과연 용사들이 실제로 붕어빵을 좋아할지, 사먹는 붕어빵보다 맛있을지 궁금했다. 무엇보다 군대와 붕어빵이라는 조합이 신선했기에 지난 3월 중순, 강원도 양구로 달려가 붕어빵 사역 현장을 직접 눈에 담았다.

험난한 사역 가는 길
사실 김 목사를 만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가 거절했다거나 너무 바빠서가 아니다. 현장에서 봉사자로 참여해 사역을 도우며 취재하려는 심산이었는데, 양구의 날씨가 허락하지 않아서였다. 서울에서 출발해 취재 현장으로 가는 도중 양구에 눈이 내려 사역이 불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일정 조정하길 수차례, 지난 3월 15일이 돼서야 겨우 방문할 수 있었다.

차로 약 3시간 30분을 산 넘고 물 건너 도착한 강원도 양구 고방산리. 그곳에서 김 목사를 만났다. 시골 인심이 묻어나는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11시 30분에 김 목사의 ‘복음마차’를 타고 부대로 출발했다. 야간 경계 근무에 투입되었던 용사들이 오후에 기상하기 때문에 1시쯤부터 사역을 시작한다고 했는데 왜 이렇게 일찍 출발하는지 물었더니 부대까지 한 시간 반 이상 산길을 달려야 한다는 대답이 들려왔다.

꼼꼼한 절차를 거친 후 들어간 부대, 오랜만에 군부대에 왔다는 싱숭생숭한 마음도 잠시, 험한 산길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서울에서 양구까지 가는 구불구불한 국도는 차라리 편안한 축에 들었다. 고방산리에서 GOP 철책까지 가는 길은 험한 것을 넘어 혹독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차가 흔들렸다. 전군에서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GOP라고 하더니 정말 명불허전이었다.

길은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만큼 협소했으며,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해도 속도가 잘 줄지 않을 정도로 경사가 가팔랐다. 때때로 비포장도로까지 있는데다가 김 목사의 복음마차는 4인용으로 나온 수동 4륜구동 1톤 트럭이었다. 캠핑카로 이용되던 중고차를 개조해 짐칸에 전기 붕어빵 기계를 설치한 것으로 중심이 높아 상하 움직임이 많았다. 웬만한 열정으로는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거의 매일 이곳을 찾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산길로 약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첫 번째 GOP 소초. 협소한 공간을 여러 번 왔다갔다하며 겨우 주차했고 드디어 차에서 내릴 수 있다는 기쁨에 얼른 차에서 내렸다. 서울보다 더 쌀쌀한 날씨에 움츠러드는 것도 잠시 처음 맡아보는 냄새가 진동을 해 추운 것도 잊었다. 무슨 냄새냐는 질문에 김 목사는 브레이크에서 나는 냄새라며 “이래서 6개월에 한 번씩 브레이크 패드를 교체한다. 1년에 브레이크 패드 교체 비용으로만 100만원 이상 지출한다”고 멋쩍게 말했다.

강원도 양구 최전방에는 3월 중순이지만 아직 눈이 녹지 않았으며 산양이 돌아다닌다.
강원도 양구 최전방에는 3월 중순이지만 아직 눈이 녹지 않았으며 산양이 돌아다닌다.

목 빠지게 기다린 붕어빵
김 목사의 차가 소초에 진입하자 용사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반겼다. 개중에는 우렁찬 목소리로 경례하는 용사들도 있었다. 김 목사가 차 창문을 내리고 “붕어빵 만들 시간이 필요하니까 아직 자는 애들 깨우고 조금 있다 나와라!”며 친근하게 말하자 용사들은 힘차게 대답하며 막사로 들어갔다. 중대장도 마중 나왔는데 중대장은 너무 오랜만이라며 반가움을 표했다. 기상상황 때문에 3주 만에 방문한 김 목사를 간부, 용사할 것 없이 반갑게 맞이했다.

주차 후 복음마차를 이리저리 세팅하더니 곧바로 붕어빵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한 개의 기계로 만들었는데 슈크림 붕어빵까지 만들고자 기계를 추가로 구입했다고 한다.

미리 준비한 반죽을 붕어빵 틀에 붓고 한쪽에서는 단팥을 넣어 팥 붕어빵을 만들고, 한쪽에서는 슈크림을 넣은 붕어빵을 만들었다. 제법 전문가의 면모가 보였다. 이윤희 사모와 손발이 척척 맞았다. 김 목사가 붕어빵을 만들 때 이윤희 사모가 옆에서 시의적절하게 보조하는 모습에서 부부의 사랑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 목사는 기다리고 있던 군종병에게 용사들을 부르라고 시켰고 용사들은 순식간에 뛰어나왔다. 용사들은 각자에 취향에 따라 “저는 팥붕(팥 붕어빵의 줄임말) 주십시오!” 혹은 “저는 슈붕(슈크림 붕어빵의 줄임말) 주십시오!” 하며 붕어빵을 찾았다. 용사들이 팥붕, 슈붕이라는 줄임말을 썼지만 김 목사는 익숙하다는 듯이 다 알아들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약 20명 가량의 용사들이 줄지어 붕어빵을 받아먹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 만들어 놨던 붕어빵은 모두 동이 났다. 어떤 용사는 5~6개를 먹기도 했다.

그러던 와중 한 일병이 김 목사에게 “사장님! 너무 맛있어요!”라고 하는게 아닌가. 귀를 의심했다. 해당 용사의 선임들이 목사님께 무슨 말버릇이냐고 타박했지만 김 목사는 되려 “사장님이 부를 만큼 맛있지?”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1인당 최소 2~3개의 붕어빵을 먹은 용사들은 근무에 투입돼 있는 인원들에게도 챙겨주고 싶다며 붕어빵을 조금 더 만들어줄 수 있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었고 김 목사는 흔쾌히 붕어빵을 더 만들어 챙겨주며 첫 초소에서의 사역을 마무리 지었다.

김용화 목사와 이윤희 사모가 병사들에게 나누어 줄 붕어빵을 정성스럽게 만들고 있다.
김용화 목사와 이윤희 사모가 병사들에게 나누어 줄 붕어빵을 정성스럽게 만들고 있다.

초소 인원의 40~60%가 참여하는 예배
붕어빵 사역을 마무리한 후 용사들의 쉼터에서 예배가 진행됐다. 붕어빵을 먹은 인원의 절반이 조금 못 미치는 인원이 예배를 드렸는데 “근무에 투입된 인원 중에 예배 참석하는 인원이 더 많아요”라고 김 목사가 귀띔했다. 초소마다 인원이 다르기 때문에 몇 명이라고 딱 말할 수는 없지만, 초소별로 40~60%의 용사가 예배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세례를 받는 인원은 연간 약 150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곳의 예배에서 특이한 점은 예배 전에 설교 노트를 검사한다는 것이다. “제가 방문해서 붕어빵을 나누어주고 예배를 드리는 초소가 20개가 조금 안됩니다. 날씨가 허락하지 않으면 올 수 없는데 그런 경우에는 온라인 예배를 드리거나 설교 말씀 원고를 전달합니다”라며 “용사들에게 온라인 예배 설교나 말씀 원고를 가지고 설교 노트를 작성하게 했는데 설교노트 작성을 통해 신앙이 성장하는 게 보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설교에서 김 목사는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는 시편 127편 1절의 말씀을 전하며 하나님께서 지켜주실 것을 선포했다.

이어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기도했는데 특히 간절하게 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기도했다. 비록 냉기가 감도는 좁은 컨테이너였지만 김 목사의 사랑으로 훈훈함이 느껴졌다.

붕어빵 사역이 끝난 후 김용화 목사는 병사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다.
붕어빵 사역이 끝난 후 김용화 목사는 병사들과 함께 예배를 드린다.

“목사님, 사기 진작 큰 도움”
예배가 끝난 후 잠시 중대장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중대장은 초소로 가는 길에 김 목사에게 전화해 언제 오는지, 길에 문제는 없는지 물었으며 조심해서 오라는 말도 전했기 때문에 수월하게 대화할 수 있었다.

중대장 자신은 비록 종교가 없지만, 목사님의 방문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그는 “붕어빵 사역과 GOP 예배는 지휘관으로서 환영하는 사역”이라며 “워낙 거친 환경에서 경계작전을 실시하다 보니 사기가 떨어질까 걱정이 많다. 그런데 목사님 사역이 용사들의 사기진작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기독교인, 비기독교인 할 것 없이 붕어빵 하나에 활력을 얻을 때면 감사가 배가 된다.

이날 총 네 군데의 소초에 방문해 붕어빵 사역을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전군 초소 중 해발고도가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초소였다. 5시가 다 되어 해가 지기 시작하자 안 그래도 추운 최전방이 더욱 추워졌다. 칼바람이 불어 절로 옷깃을 여몄다.

그곳에서의 사역이 끝날 때쯤, 김 목사는 아직 붕어빵 하나도 맛보여주지 못했다며 붕어빵 하나를 손에 쥐어줬다. 붕어빵은 맛있었다. 추위 때문이 아닌 김 목사의 사랑과 정성이 담긴 붕어빵이기에 더 맛있는 것 같았다.

달디 달고 달디단 붕어빵
맛있다고 연신 말하자 김 목사는 붕어빵보다 단 것이 있다고 했다. 무엇이냐 되물으니 용사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이란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예배가 막혀 시작하게 된 붕어빵 사역이지만, 이것도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것이라 믿습니다. 작전으로 고생하는 용사들이 붕어빵을 먹으며 웃는 것을 볼 때, 붕어빵 얻어먹었으니 예배에 참석하겠다고 할 때, 그런 용사가 예수님을 영접할 때 감사합니다.”

사역을 끝내고 하산하는 길, 이윤희 사모는 모든 것이 은혜라고 고백했다. 겨울에는 눈과 빙결 때문에, 봄에는 낙석 때문에, 여름에는 연무 때문에, 가을에는 쌓여있는 낙엽 때문에 위험하고 무섭지만 그럼에도 감사하단다. 경제적으로 힘들고, 사역 전후로 한 시간 반씩 준비하고 뒷정리하지만 감사하단다. 붕어빵을 통해 용사들을 만나 복음을 전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조용히 ‘은혜’ 찬양을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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