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아동을 지키는 일은 예수님의 말씀을 행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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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아동을 지키는 일은 예수님의 말씀을 행하는 길입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4.04.08 2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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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 죽음에서 생명으로 ⑨ 학대피해아동 보호할 ‘따뜻한 울타리’ (하)

계절에 맞지 않는 허름한 옷차림, 벽을 뚫고 귓전을 때리는 옆집 아이의 울음소리, 신체 곳곳에 보이는 수상한 멍과 흉터 자국, 작은 인기척에도 크게 놀라며 주변을 경계하는 눈빛까지. 어른들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학대피해아동의 다급한 구조 신호.

그러나 폭력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일에는 용기도 필요했다. 반갑게도 한 생명을 지키는 귀한 사역에 믿음의 행보들이 포착된다. 모든 아동이 안전한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기꺼이 따뜻한 울타리를 자처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서 하나님이 물려주신 기업 어린이를 살릴 사명에 교회와 성도가 동참할 길을 함께 모색해봤다.

생명을 살리는 
치유자의 사명

인생에 큰 상처가 있어도 사랑받은 기억으로 남은 평생을 살아갈 이 생긴다면, 가슴으로 품어주는 게 맞지요. 은수와의 만남은 하나님의 주선하심이었습니다. 세상 말로 운명이라고 할까요.” 올해로 열 살 된 아들 은수를 키우고 있는 위탁어머니 황인하 씨의 고백이다.

그는 8년 전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보육원에서 친부모에게 유기를 당해 들어온 은수를 처음 마주했다. 여유로운 형편은 아니었지만 유난히 온순해서 더 마음이 쓰였던 아이를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인하 씨는 결국 기도 끝에 가정위탁제도를 통해 은수를 집으로 데려왔다.

가정위탁제도란 부모의 학대 등으로 친가정에서 아동이 자랄 수 없는 경우 다른 가정이 일정 기간 대리 양육하는 아동복지 서비스다. 현재 전국에 12천여명의 위기아동이 위탁가정을 필요로 하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신체적·정서적 폭력을 비롯해 유기·방임을 경험한 학대피해아동들에게는 가정위탁제도가 절실하다화목한 분위기 속에서 친부모와 분리로 인한 불안을 최소화하고 대인관계에 대한 신뢰를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하 씨는 예수님의 사랑으로 은수의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도와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 여정이 순탄한 건 아니었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학대의 후유증이 오랜 시간 은수를 괴롭혔다. 아이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통째로 빼서 변기에 박아버리는 등 돌발적 분노 표출을 서슴지 않았다.

은수는 3년간 야경증을 앓기도 했다. 야경증은 자다가 갑자기 깨어 비명을 지르거나 이상행동을 보이는 질환이다. 은수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가 자기를 두고 떠나는 악몽에 시달리며 두려움에 떨었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정상적인 보호를 받았다면 모두 안 생겼을 일입니다. 백일도 안 된 영아기 아이라 할지라도 부모에게 받은 상처는 무의식에 남아 오랜 시간 괴롭힙니다. 그때마다 은수야, 은수가 엄마랑 헤어질 때 너무 아파서 몸이 기억하나 봐. 그렇지만 이제는 안심해도 돼. 엄마는 어디 안 가고 네 곁에 있을 거야라고 수없이 다독거려 주었죠.”

인하 씨와 온 가족이 다 같이 기도하며 헌신적인 사랑을 쏟아준 덕분에 은수는 점차 회복을 경험했다. 어느덧 8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은수는 여느 또래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밝고 씩씩한 개구쟁이 아들로 성장했다. 인하 씨는 친구들 사이에서도 인기 만점이라며 은수가 사회 구성원의 일부로 잘 자리 잡은 모습을 지켜보며 매 순간 뿌듯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위탁부모들의 자조모임을 통해 다양한 사례의 학대피해아동을 접한다는 그는 어른으로서 죄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특히 크리스천들은 시대적 사안에 더 깊은 관심을 갖고, 한 영혼을 치유하는 일에 사명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은수를 키우면서 영적인 치유자란 소명을 갖고 임했어요. 저는 가정위탁의 궁극적인 목적이 회복이라고 봅니다. 신체적 회복은 물론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비뚤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들의 몸과 마음은 물론 영혼까지 살아나도록 돌보는 일이 제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8년째 은수를 사랑으로 품고 있는 위탁부모 황인하 씨.
8년째 은수를 사랑으로 품고 있는 위탁부모 황인하 씨.

교회 예방교육으로 
위기아동의 손잡길


친구들에게 방학 때 바다에서 물놀이 기구 탔어!’라고 자랑할 수 있도록, 좋은 추억을 선물해 준 선생님들께 감사했습니다. 부산에서 보낸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은 앞으로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

사단법인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가 지난해 여름 구세군과 손잡고 떠난 전국 학대피해아동 쉼터친구들과의 여행 후 날아온 편지 내용의 일부다. 편지에는 아이들이 고사리 손으로 빼곡이 적은 글씨와 더불어 그날의 즐거운 단면들이 예쁜 그림으로 새겨져 있었다.

어른들의 관심과 노력이 한 생명을 치유하는 씨앗이 된다고 강조한 공 대표. 그는 대아협을 통해 학대피해아동의 보호 및 치료 등 다양한 지원을 펼친다.

그중에서도 심혈을 기울이는 주요 사업은 바로 예방활동이다. 전국 방방곡곡 학교 및 단체·기관을 돌며 아동학대신고의무자교육 부모교육 아동인권교육 등을 활발히 전개한다. 관련 교육을 올바르게 실시할 강사 양성 또한 대아협의 임무다.

제일 좋은 건 아동학대 사건 자체가 애초에 발생하지 않는 겁니다. 그러려면 제대로 된 예방교육이 선행돼야 합니다. 사실 한국교회는 그룹홈이나 쉼터 운영 등 학대피해아동을 돌보는 일에는 누구보다 열심입니다. 그러나 직접적인 아동학대 예방교육은 부족한 상황이죠.”

그럼에도 교회는 이 역할에 최적화된 곳이라는 게 공 대표의 견해다. “아동학대 예방교육은 아동부터 노인까지 생애전주기에 따른 맞춤형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가령 아이들은 자신의 권리를 인지하고, 부모들 역시 자녀의 발달 단계에 따른 올바른 양육법을 숙지해야 하죠. 연령별로 촘촘히 조직된 교회는, 더욱이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의 소중함을 알고, 메시지를 들을 준비가 된 성도들이 모이는 교회는 이 같은 교육을 실천하기 가장 좋은 곳입니다.”

무엇보다 서로의 삶을 적극적으로 나누는 공동체로서 교회는 죽음의 벼랑 끝에 내몰린 아이들을 발견하기 쉬운 창구다. 마을 곳곳마다 위치한 교회는 심방을 비롯해 각종 소그룹 모임이 잦고, 지자체와 협력도 용이해 학대피해아동을 가장 빨리 찾아내 신고할 수 있다. 더 큰 불상사를 막는 지름길이다.

이런 까닭에 먼저 목회자사역자를 대상으로 아동학대 예방교육을 진행하고 싶다는 공 대표는 한국교회 안 아동학대에 대한 논의가 건강하게 일어나려면, 이 비전을 목회자와 온 성도가 공유해야 한다. 그러면 적어도 기독교 가정에서의 아동학대만큼은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나님의 나라를 물려받을 어린이를 올바르게 견인하는 일은 교회의 거룩한 과업이다. 부디 이 일에 많은 교회들이 손을 잡아달라고 동참을 당부했다.

(사)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
(사)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

모두 함께 만드는
아동 존중의 문화 

법은 아이들의 목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을까?” 우리는 이제 이 물음에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답할 때다.

대한민국은 1991년 아동의 생존권 발달권 보호권 참여권 등 네 가지 권리를 명시한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했다. 이후 33년이 흘렀지만 이행법률을 마련하고 아동 권리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개선하는 일은 여전히 과제로 남은 탓이다.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 아동 존중 문화를 퍼뜨리기 위한 노력은 NGO 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정책과 제도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아동의 이익을 최선으로 고려하는 노력은 아동학대 근절로 가는 발판이란 기조에서다.

더욱이 아동학대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법과 제도 및 시스템은 허점이 많다. 아동학대 대응 인력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는 일부터 국가 차원의 철저한 진상조사 실시, 아동학대 유관 부처와 기관 간 소통 창구 마련까지 숙제들이 산적해있다.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월드비전을 비롯해 세이브더칠드런·굿네이버스·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 대부분 NGO 단체는 여러 가지 이름의 아동권리옹호단(가칭)을 발족해 아동의 입장에서 바라본 정책제안서를 만들어 국회에 전달해왔다. 이 밖에 각종 캠페인과 정책 연구도 병행하며 아동의 권리를 옹호한다.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정책팀 고우현 선임매니저는 아동학대를 뿌리 뽑기 위해선 사회 각계각층의 협력이 필요함을 알리는 한편 아동학대 사안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제고하는 작업에 힘쓰고 있다아동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기 힘든 존재다.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은 없는지 모든 국민이 책임감을 느끼고 살펴달라고 말했다.

아동이 행복한 나라를 조성하는 일은 곧 성경 말씀을 지켜 행하는 것이라는 서울장신대 사회복지학과 박은미 교수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인간은 누구에게도 정신적 육체적 영적으로 폭력을 당해서도 행해서도 안 된다생명을 살릴 사명을 가진 기독교 공동체와 크리스천들이 학대의 굴레에 갇힌 아이들에게 울타리가 돼 주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아동학대 사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그릇된 인식 제고에 NGO 단체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모습.
아동학대 사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그릇된 인식 제고에 NGO 단체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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