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일간 소그룹서 감사일기 나눈 윤필교 집사…“격려 중요”
한 해 동안 하나님의 은혜로 거둔 열매에 감사를 올려드리는 ‘추수감사절’이 돌아왔다. 성도들은 지난 1년간 주님 안에서 누린 축복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그런데 여기 ‘감사일기’로 삶에서 행하신 하나님의 기적을 ‘날마다’ 찬양하는 사람들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은혜의 주인공들은 무려 10년이란 세월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감사일기를 쓰면서 삶에서 기적을 만들어간 안산 용신교회 이명순 사모, 그리고 1,000일간 소그룹 일원들과 함께 감사일기를 적으며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퍼뜨리고 있는 서울 상암동교회 윤필교 집사다.
특정한 날 특별한 일을 너머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범사에 감사를 고백한 이들은 모든 일상 가운데 신실하게 동행하신 하나님의 역사를 차곡차곡 기록해 나간다. 과연, 감사일기는 두 사람의 인생에 어떤 ‘선물’을 안겨준 것일까.
“오늘 뿌린 감사의 씨앗이
내일 더 큰 은혜로 돌아옵니다”
“저에게 감사일기란 하나님과 함께 걸어온 삶의 여정이자 추억입니다. 그동안 제가 쓴 감사일기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하나님께서 지금까지 저의 여러 문제와 기도 가운데 어떻게 응답하셨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10년 전 일기장에 감사 제목들을 손글씨로 꾹꾹 눌러쓰기 시작한 이명순 사모의 고백이다. 교회 개척 35년 차인 사모이자 어린이집 원장, 그리고 8명의 손주를 둔 행복한 할머니까지…. 그를 수식하는 다양한 단어만큼 다이내믹한 하루를 보내지만, 그만큼 감사거리도 풍성하다.
“지금은 저녁마다 감사일기를 쓰는 게 당연한 일과지만, 사실 감사일기를 처음부터 작정한 건 아니었어요. 남편과 저는 신혼 초부터 ‘마귀에게 설사약을 먹이자’란 문구를 집에 붙여놓고, 매사에 감사하려고 노력했거든요. 사단에게 원망과 불평은 보약이니까요. 감사일기는 이 같은 삶의 태도가 자연스레 기록으로 옮겨진 것뿐이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에서 감사의 소재를 찾는 게 어렵다고 호소한다. 도무지 인생에 감사할 일이 없다며, 감사일기는 차치하고 감사조차 꺼리는 이도 있다. 반면 감사일기를 쓰고파도 방법을 몰라 망설이거나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각양각색의 이유로 현대인들이 감사를 잃어가는 가운데, 이 사모가 10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감사일기를 완주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해요. 책 ‘죽음의 수용소에서’ 저자 빅터 프랭클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 자유의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슨 일이 생겨도 ‘그래도 감사, 그래서 감사, 그럼에도 감사’를 선택하는 사람은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긍정적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 사모 역시 세상을 바라볼 때 ‘별 걸 다 감사하자’는 자세로 임한다. 감사의 대상은 작은 것도 좋고 당연하게 여겨온 것도 괜찮다. 예를 들면 따뜻한 집, 사랑하는 가족, 좋은 날씨, 건강한 몸 등 내가 오늘 안락하게 누리고 있는 것들에 집중하는 것이다.
“저는 매주 ‘감사 헌금’을 별도로 드리는데요. 헌금 봉투에는 정말 시시콜콜한 사소한 제목들도 다 기재합니다. 교회 오는 길에 넘어지지 않은 것도 감사, 아름다운 꽃이 피어난 것도 감사라고 말이죠.”
그는 감사를 생활화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 일환으로 이 사모는 집안 곳곳에 가족들의 즐거운 순간이 담긴 사진들을 붙여두었다. 이른바 ‘감사앨범’이라 부른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감사를 표현해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사진은 영원히 남기고 싶을 만큼 즐겁고 소중한 시간을 보낼 때 찍잖아요. 이런 사진들을 집에 전시해두면 평소에도 감사를 고백할 기회가 더 많아지겠죠. 감사의 순간이 나를 둘러싸도록, 무의식 중에도 계속 감사를 고백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규칙적인 루틴 또한 감사일기를 꾸준하게 이어온 동력이 됐다. 매일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쓰다 보니 습관이 형성되고 지속하기 쉬워지기 때문. 보통 5개 정도의 감사 제목을 적는데, 왜 그 일이 감사한지 혹은 어떤 기분과 영향을 받았는지에 대해 정리한다.
결국 감사일기는 이 사모에게 한 편의 신앙고백인 셈. 그는 “기록들이 하루 하루 쌓이다 보면, 내 인생에 신실하게 개입하신 하나님을 만나는 책이 된다”며 “예전에 하나님께서 어떻게 일하셨는지 보면서 다시 새 힘을 얻기도 한다. 또, 당시에는 미처 다 알지 못했던 주님의 뜻을 깨닫거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그는 감사일기가 준 잊지 못할 기적적인 간증도 소개했다. “얼마 전 남편이 급성심근경색을 앓고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위태로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때마침 중요한 목회 일정을 목전에 둔지라 난감한 상황에서 저는 이번에도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고 감사의 고백을 적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기적처럼 남편이 회복돼 예비된 사역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이 사모는 이따금씩 고난과 시련이 닥칠 때마다 믿음의 눈을 들어 미리 감사하는 고백을 묵묵히 일기장에 담았다. 원망과 불평 대신 단단한 신앙으로 쏟아낸 감사의 고백 한 구절 한 구절은 결국 시간이 지나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드러내는 증거가 됐다.
“감사일기 속에는 아름답고 긍정적인 언어가 가득합니다. 그런데 말에는 권세가 있어요. 저 역시 감사일기를 쓸수록, 말의 힘에 깜짝 놀랍니다. 제가 내뱉은 감사와 긍정의 언어들이 언젠가는 부메랑처럼 제게 다시 돌아오고, 또 그대로 이뤄지기도 했거든요. 바로 이것이 감사일기가 저에게 안겨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오늘 내가 뿌린 긍정과 감사의 씨앗은 반드시 더 큰 행운이 되어 내일의 나에게 돌아옵니다.”
“나누면 배가 되는 은혜에
‘감사일기 전도사’로 거듭났어요”
감사일기가 주는 에너지를 경험한 사람들은 종종 “이웃에 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고 말한다.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는 것처럼, 감사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면 그 열매는 훨씬 풍성해지는 은혜를 경험하는 까닭이다.
지난 1,000일간 독서모임 소그룹과 함께 감사일기를 써온 윤필교 집사도 그 중 한명이다. 2019년 아름다운동행 감사학교에서 주최한 감사코치 양성과정을 이수한 뒤, 2020년 11월 본격적으로 감사일기를 작정한 그는 불과 3년 만에 주위에 감사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행복 전도사가 됐다.
“2020년 당시 저는 크리스천들끼리 모여 ‘마중물 독서모임’을 이끌고 있었어요.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만남에 제동이 걸리면서, 온라인 화상채팅 앱 줌으로 소통하게 되었죠. 그때 10명의 구성원들끼리 서로 마음을 열고 서먹한 관계를 풀기 위한 수단으로 감사일기를 제안한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된 겁니다.”
규칙은 간단했다. 날마다 감사했던 일 3~5가지를 찾아 쓰고, 저녁 8~10시 카카오톡에서 공유하면 된다. 윤 집사 역시 일상에서 수시로 느끼는 감사의 제목들을 메모해두고, 저녁에는 이를 정리해 회원들과 열심히 나누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올린 감사일기에는 칭찬과 격려의 댓글을 달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자 초반에는 다소 소극적이던 회원들도 차츰 적극적으로 임하는 변화를 보였다. 활발한 피드백에 자신감과 용기를 얻은 덕분에 너도나도 자신의 이야기를 오픈하면서 회원들은 어느새 가족처럼 친밀해졌다.
윤 집사는 “1,000일이란 긴 시간 동안 감사일기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곁에서 지지해준 ‘소그룹’ 덕분이었다. 나 홀로 감사일기를 썼다면, 결국 작심삼일로 끝나버렸을 것”이라면서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도 큰 동기부여를 받았다”고 겸손히 말했다.
이어 “타인의 감사일기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때로는 나보다 더 힘들 것 같은 상황에서도 감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런 일도 감사가 될 수 있구나!’를 배운다. 감사의 범위가 확장되면서 신앙도 그에 비례해 함께 성장함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윤 집사는 감사를 기록하면서 얻는 또 다른 이점에 대해서도 전했다. “머릿속에 스친 감사를 직접 적으면,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천으로 나아갈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그러면 평소 생활하면서도 의식적으로 감사할 거리들을 자꾸 찾게 되죠.”
덕분에 삶을 바라보는 렌즈가 감사로 바뀌었다는 그는 “감사 중에도 ‘받는 감사’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숨어있는 감사’ ‘남아있는 감사’ 그리고 ‘줄 수 있는 감사’로 시선을 옮겼다”고 귀띔했다.
“대개 감사일기를 쓰기 부담스러워하는 이유 중 하나는 ‘감사할 소재가 없다’는 겁니다. 물론 내 눈 앞에 보이는 것 혹은 내게 유익한 점만 추구한다면 감사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죠. 하지만 그동안 내가 당연하게 누려왔던 대상들로 생각을 전환한다면 세상 모든 것이 다 감사함으로 새롭게 다가옵니다.”
특히, 가진 것을 나눠주는 ‘섬김’을 강조한 윤 집사. 그는 “이미 누리고 있는 것들을 돌아보면, 남에게 줄 수 있는 것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하다못해 삶이 힘든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아픈 사람을 위해 기도해주는 것도 감사가 된다”며 “받는 즐거움보다 주는 기쁨이 더 큰 것을 깨닫고, 이제는 내가 누군가의 감사제목이 되는 것. 이것이 믿음의 성숙 아닐까”라고 부연했다.
이렇듯 감사의 가치를 몸소 깨우치면서, 어느덧 윤 집사에게는 감사일기가 삶의 최우선 순위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자발적으로 나서서 주위에 감사일기를 권유하고 있다는 그는 “틈날 때마다 감사나무 한 그루씩 분양하고 있다”고 웃어 보였다.
감사일기 전도자로 거듭난 윤 집사의 간증을 전해 들은 지인들 가운데는 실제로 감사일기를 결단해 또 다른 공동체에 확산시키는 선순환을 일으켜가고 있다.
“제가 쓴 감사일기를 주위에 활발히 공유했어요. 그러면 처음엔 무슨 내용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엄두도 못 내던 사람들이 점점 ‘할 수 있겠다’며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죠. 그러다 보니 언제부터인가 감사일기 캠페인처럼 확산이 된 겁니다.”
끝으로 감사는 선택이 아닌 그리스도인의 당연한 의무라고 강조한 윤 집사. 그는 무엇보다 감사일기를 쓰면서 하나님과의 관계가 친밀해진 점이 가장 큰 결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데살로니가전서 5장 18절에는 ‘범사에 감사하라’고 쓰여있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해 하루하루 감사한 일들을 적다 보면, 놀랍게도 하나님께서 내 삶에서 어떻게 일하시는지를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숨 쉬는 모든 순간에 동행하신 하나님을 날마다 감사일기로 더욱 깊이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