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현실 살아가는 청년들 예수님의 사랑으로 환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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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현실 살아가는 청년들 예수님의 사랑으로 환대합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3.01.17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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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들을 위한 복합문화공간 ‘이음’
청년복합문화공간 이음에서 김효성 목사와 청년들이 함께 식탁교제를 나누고 있다.
청년공간 이음에서 김효성 목사와 청년들이 함께 식탁교제를 나누고 있다.

소위 ‘N포세대로 대변되는 오늘날 젊은이들의 건강한 사회 진출을 지원하는 청년정책은 현재 우리나라 상위 2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달리 말하면 온 국민이 열렬히 응원해야 할 만큼 요즘 청년들의 삶이 퍽퍽하고 고단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서울 낙성대역 인근에 위치한 청년공간 이음은 이처럼 거친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들을 예수님의 사랑으로 환대하는 쉼터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들이 세상과 이어지도록 돕겠다는 목회철학으로 청년들의 주린 배와 마음을 채워주는 이음을 찾아 가봤다.

이음의 김효성 목사.

십자가 없는 교회
이음은 요즘 시대 청년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기 위해 탄생한 곳입니다. 1인가구나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그 밖에 도움이 필요한 청년이라면 누구든지 방문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사용료는 전부 무료입니다.” 백석대학교회와 백석예술대학교 교수진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이음 대표 김효성 목사는 이곳의 정체성을 이렇게 소개했다.

이음은 얼핏 보면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대화할 수 있는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다. 벽면 진열대에는 아기자기한 화장품과 함께 여러 종류의 보드게임이 구비돼있다. 눈길을 끄는 건 홀 한켠에 자리한 공유주방. 냉장고를 여니 반찬통도 보인다. 이음에 오는 청년이라면 누구든지 꺼내 먹을 수 있고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어도 된다는 뜻이다.

이음은 낯선 타지에서 홀로 미래를 준비하는 2030 청년들에게 내 집 같은 편안한 안식처가 돼준다. 김 목사는 나 또한 젊어서 월세방 보증금도 없어 고시원을 전전하던 힘든 시절이 있었다과거이 나처럼 늘 외로움과 싸우며 형편이 여유치 않은 청년들에게는 하루 커피값과 밥값을 아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회상했다.

그렇다면 이음이 2015년 처음 태동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이는 청년선교에 대해 고심하던 백석대학교회의 과감한 결단에서 비롯됐다. 김 목사는 이음은 청년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던 것에서 출발했다청년들에게 복음을 전하려면 먼저 그들의 일상에 들어가 살을 부대끼며 함께 살아보자고 결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석대학교회가 서울에서 청년 1인가구 비율이 가장 높아 청년특구로 지정된 관악구에 이음을 세운 건 이러한 까닭이다. 한 끼 식사와 음료는 물론이고 공부·강연·모임까지 즐길 수 있는 이음은 그야말로 교회와 세상의 청년들이 만날 수 있는 훌륭한 접점이 됐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이음은 십자가 간판을 내세우지 않았다. 무작정 말씀을 전하며 전도하는 일도 지양했다.

김 목사는 선교사가 현지인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그들만의 문화와 언어를 배우듯이 이음도 청년들이 생활하는 현장으로 직접 뛰어들었다대신 교회에서 만든 공간이지만 비기독 청년들도 거리낌 없이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했다. 나 역시 목사의 타이틀을 내려놓고 청년들에게 친근한 형동생으로 다가가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회는 작금의 청년들이 진짜 원하는 걸 제공해야 한다. 당장 배고픈 청년들에게 입으로만 예수 그리스도를 외치는 게 아니라 빵과 떡을 떼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청년이라면 누구나 이곳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세상과 청년을 잇는 가교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되는 이음에는 매달 500명에 달하는 청년들이 문을 두드린다. 팬데믹 이전에는 무려 900명가량의 청년들이 이곳을 찾았다고.

이음은 그동안 다양한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해 청년들 사이 소통창구역할도 톡톡히 감당해왔다. 대표적인 게 소셜다이닝이다. 백석대학교회 집사·권사들이 이음에서 한 달에 한 번 집밥데이를 열고, 고향이 그리울 청년들을 초대해 따뜻한 한 끼를 선물한 것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한 뒤 사회적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이음의 소셜다이닝은 온라인에서 지속됐다. 일식요리사 출신인 김 목사는 사전에 청년들에게 재료를 미리 나눠주고 화상앱 줌을 통해 각종 요리법을 전수했다. 요리가 끝난 뒤에는 줌으로 함께 식사하며 교제를 나눴다.


SNS에서 홍보글을 보고 랜선으로 모인 청년들이 많을 때는 100명을 훌쩍 넘을 만큼 온라인 소셜다이닝은 큰 호응을 얻었다. 이 기회로 청년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김 목사는 마음을 열고 삶을 나누는 청년들에게 자연스레 성경적 가치관을 심어줬다.

김 목사는 밥은 청년들과의 관계에 물꼬를 트는 중요한 매개체다. 예수님도 식탁공동체를 이루며 고아와 과부처럼 낮은 자들과 인격적인 교제를 나누셨다교회는 청년들에게 해답을 제시하려고 애쓰기 전에 한 명 한 명의 사연에 귀를 기울이는 게 먼저라고 조언했다.

서울시 일자리카페로 지정된 이음은 미래를 대비하는 청년들에게 다채로운 취업지원 프로그램도 제공해왔다. 증명사진 찍어주기 면접멘토링 상담 등이 그것. 또 캘리그라피 등 원데이클래스를 운영해 청년 구직자들이 진로를 탐색하고 설계할 수 있도록 응원하기도 했다.

한편, 이음은 방문 청년들을 중심으로 매년 명절마다 지역 내 소외된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에도 구슬땀을 흘렸다. 작년에는 설과 추석을 맞아 30여명의 청년들이 김 목사와 함께 정성껏 만든 도시락을 노인들에게 나눠줬다.

김 목사는 이음은 세대 간 연결을 통해 청년과 노인 모두 상생하는 길도 모색하고 있다청년과 이 사회를 잇는 것이 이음의 소명이다. 이에 사회의 큰 축을 감당하는 기성세대와 청년들의 가교가 돼주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또 수동적일 것만 같던 청년들이 이처럼 자발적으로 선한 모임을 주도한 건 이음의 소중한 열매라며 청년들이 힘을 내 사역할 수 있는 동력을 심어주는 게 우리의 책임이라고 전했다.


쉼과 격려가 있는 곳
이음의 조건 없는 사랑에 청춘들도 마음에 큰 위로와 격려를 얻고 있다. 포항에서 왔다는 20대 청년 김수정 씨는 이음은 내게 서울의 집과 같다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선뜻 손을 내밀어준 이음을 통해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김 목사는 이따금 이음의 스토리를 접한 후 교회가 이런 일도 하는지 몰랐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기독교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 건 좋은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그간 교회가 너무 우리들만의 리그로 존재해온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방문 청년 중에는 정말 열악한 환경에 처한 이들도 많다. 우울증에 걸리거나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비롯해 얼마 전엔 24살이 노숙청년이 찾아왔다한 사람이라도 이곳에서 치유를 경험한다면 감사한 일이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품어야 할 청년들이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노숙청년을 비롯해 보로종료아동 등 더 넓은 스펙트럼의 청년층을 돕는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이음이란 공간이 이들에게 미지의 내일로 나아갈 용기를 주는 디딤돌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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