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를 보면 사회를 알 수 있다. 통계는 우리 사회 전반의 흐름을 파악하고 대안을 내놓기 위한 훌륭한 표지판이 된다. 올해는 유난히 교계에서 통계를 통해 한국교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려는 시도가 활발했다. 올해의 대한민국과 한국교회를 대변하는 8개의 숫자로 2022년을 곱씹어봤다.
0.73%
: 반으로 갈라진 국민여론
단 0.73%의 차이로 청와대의 주인이 달라졌다. 득표수로 따지면 24만7,077표 차이. 단순 표차로는 1963년 치러진 5대 대통령 선거가 15만6,026표로 가장 적긴 하지만 당시와의 인구수 차이를 감안하면 역대 가장 치열했던 대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에 기록될 박빙의 대선이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다. 성별과 세대로 반으로 갈라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들어 대두됐던 청년 세대의 첨예한 남녀 갈등이 대선 표심에 그대로 반영됐다. 20대 이하 남성들은 윤석열 후보에 58.7%, 이재명 후보에 33.8%를 준 반면, 20대 이하 여성들은 윤석열 후보에 36.3%, 이재명 후보에 58.0%의 표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위로 드러난 남녀갈등과 세대갈등을 어떻게 봉합하고 국민여론을 하나로 모을지가 새롭게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의 숙제로 주어졌다.
0.75명
: 합계출산율 역대 최저치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 출산율이 올해 2분기 0.75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갱신했다.
아직 4분기 출산율이 집계되지 않아 2022년 한 해의 출산율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한 해 출산율은 그 해의 2분기 3분기 출산율과 비슷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0.77~0.78명 사이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해의 0.81명에 비해 또 한 번 줄어든 수치다.
출산율이 곤두박질치는 분위기 속에서도 크리스천들이 희망의 끈을 이어가고 있었다. CTS다음세대운동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의 총 자녀수(현 자녀수+계획 자녀수)는 1.79명으로 3대 종교(개신교·가톨릭·불교) 중 가장 높았고, 자녀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 역시 85%로 불교 81.6%, 가톨릭 78.8%, 무종교인 76.5%를 웃돌았다.
4.8%
: ‘혼전순결’은 이제 옛말
이제 다음세대에게 ‘혼전순결’은 조선시대에나 있을 법한 일로 취급될 지도 모른다. 학원복음화협의회 산하 캠퍼스청년연구소가 전국 대학생 1,54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결혼 전에는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응답이 4.8%에 불과했다. 2012년 조사 당시의 25.2%, 2017년 10.1%와 비교해 급격히 하락한 수치다.
그나마 기독 대학생들은 15.2%로 비교적 보수적인 가치관을 표출했지만, 고등학생 이전 성관계 경험 비율은 비기독교인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실제 삶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결혼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도 ‘결혼할 것’이라고 대답한 비율이 2012년 55.7%, 2017년 36.8%, 올해 31.1% 꾸준히 감소하면서 이 시대의 청년들은 결혼과 연애, 성윤리에 훨씬 더 자유로운 관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 관찰됐다.
3,378명
: 꾸준히 늘어나는 ‘고독사’
가장 외로운 마지막을 맞는 이들이 많아진다. 보건복지부가 올 연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고독사로 사망한 수는 총 3,378명으로 최근 5년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망자 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 수준이다.
특히 남성이 여성에 비해 고독사에 취약한 것으로 관찰됐다. 전체 사망자에서 고독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남성은 1.3~1.6% 수준인 반면, 여성은 약 0.3~0.4%로 나타났다. 고독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장소는 주택, 아파트, 원룸 순으로 조사됐다. 조사를 발표한 보건복지부는 홀로 안타깝게 스러져 가는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안부확인과 생활지원, 정서적 지원, 사후관리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8.1%
: 신뢰받지 못하는 한국교회
국민들에게 한국교회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고 묻자 받아든 초라한 성적표다. 국민일보와 사귐과섬김 부설 코디연구소가 올해 4월 실시한 조사에서 한국교회에 대한 신뢰도는 18.1%에 그쳤다. 지난 2020년 기윤실 조사에서 집계된 31.8%보다도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종교별 호감도로 들어가면 날씨는 더 흐리다. 개신교에 대한 호감도는 100점 만점에서 25.3점으로, 3대 종교로 거론되는 가톨릭 65.4점, 불교 66.3점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민들은 가톨릭을 상징하는 핵심단어로 ‘도덕적’ ‘헌신적’ ‘희생적’을, 불교를 상징하는 핵심단어로 ‘포용’ ‘상생’ ‘친근’을 꼽았지만 기독교를 상징하는 핵심단어로는 유일하게 ‘배타적’이 꼽혔다. 주변 단어로도 ‘물질적’ ‘위선적’ ‘이기적’ ‘세속적’이 나오는 등 신뢰받는 종교와는 거리가 멀었다.
40.2%
: 그리웠던 대면 예배
올해 초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며 교회들도 현장에서 드리는 대면 예배를 재개했다. 영상 설교와 온라인 만남에 지쳤던 성도들 역시 함께 마주해 찬양하고 기도하는 대면 예배의 회복을 환영했다. 목회데이터연구소와 기아대책이 올해 7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대면 예배를 선호한다고 답한 성도들은 40.2%로 비대면 예배를 선호한다고 답한 10.5%보다 4배 더 높았다.
어쩔 수 없이 흩어져야 했던 팬데믹 상황에서 온라인 예배는 훌륭한 대안이었지만 완벽한 대체제가 되지는 못했다. 코로나 시기가 2년을 넘기면서 온라인 예배의 부작용이 속속 드러나고 현장 예배의 중요성이 더 부각된 것이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조사에서는 온라인 예배가 현장 예배보다 만족스럽지 않았다는 응답이 52.9%로 나타났고 현장 예배보다 나았다는 이들은 5.7%에 그쳤다.
7.44%
: 젊은 선교사가 없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와 한국선교연구원(Krim)은 올해 초 한국교회가 파송한 타문화권 장기 선교사의 수를 22,210명으로 발표했다. 지난해 집계된 22,259명과 비교하면 소폭 감소한 수치. 이제 더 이상 선교사수의 폭발적인 증가를 기대하기는 힘들게 됐다.
문제는 한국 선교의 새 시대를 이끌 다음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2만여 명의 선교사 중 30대 선교사는 7.44%에 불과했다. 오히려 사회의 기준으로는 은퇴 연령을 넘긴 60대 이상의 선교사가 24.16%로 훨씬 많았다. 50대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절반을 훌쩍 넘는 63.16%다. Krim이 1994년 조사할 당시 30대 선교사의 비율이 50%를 넘었음을 생각하면 그 변화가 더욱 분명하게 관찰된다. 우리 사회 전반에서 나타나는 고령화 현상과 비교해도 빠른 속도다.
55.1%
: 3040 절반은 ‘가나안성도’ 위기
한국교회의 허리가 뚝 끊어질 위기다. 기성세대와 다음세대의 다리 역할을 맡고 있는 3040세대의 절반이 넘는 55.1%는 ‘10년 후 기독교 신앙은 유지하더라도 교회는 잘 나가지 않을 것 ’이라고 답했다. 실천신대 한국교회탐구센터가 올해 12월 발표한 조사결과에서다. 지금의 3040은 10년 후 교회의 핵심 동력이 될 4050세대가 된다. 이들 중 절반이 현장 예배를 드리지 않는 이른바 ‘가나안성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전조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32.9%는 지금도 현장 예배나 온라인 예배를 드리지 않는 가나안성도인 것으로 조사됐다. 예배를 드리지 않은 기간은 평균 6.74년이다. 조사를 맡은 정재영 교수는 “3040 세대는 초신자의 비중이 높고 신앙의 양극화가 심하다. 이를 고려해 교회가 이들의 신앙성숙을 위한 노력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