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OECD 국가 중 ‘자살률’ 부동의 1위
언어적·신체적 ‘경고신호’에 관심 기울여야
경제 위기와 사회적 관계망의 파괴로 잇따른 자살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린 세 모녀가 숨진 채로 발견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이번 죽음은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라는 진단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외면한 정부와 사회의 책임이 크다는 것.
매년 9월 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안정화되면서 한국교회도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며 회복을 기대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를 장악한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기 위한 노력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OECD 국가 중 2004년 이후 자살률 1위 국가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대한민국의 위기 앞에 ‘천하보다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한 그리스도인의 적극적인 노력과 관심 요청된다.
2004년 이후 ‘자살률 1위’
대한민국은 짧은 기간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지만, 그로 인해 다양한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그중 가장 안타까운 부작용 중 하나가 높은 ‘자살률’이다. 우리나라는 2004년 이후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오명을 기록하고 있으며, 10~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에 해당한다. 60대 이후의 자살률도 증가해 연령대가 높을수록 자살률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사장:황태연)이 발표한 ‘2022 우리나라 자살 실태와 현황’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자살사망자는 1만3천195명이었으며, 하루 평균 자살사망자 수는 36.1명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10~20대 자살률 1위 국가인 아이슬란드를 제외하면 30대 이상 모든 연령에서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은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교회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 교회 차원에서 청소년 대상 자살예방교육을 꾸준히 펼쳐온 과천교회 담임 주현신 목사는 “더 이상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이 세상에서 계속되는 아픔과 고통 속에 교회는 이러한 사망행렬을 방관해서는 안 되며, 한 생명을 살리고 보듬는 곳이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자살예방, 작은 ‘관심’에서부터 시작
전문가들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 10명 중 9명이 사망 직전에 주변인들에게 ‘경고신호’를 보낸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알아차리고 적절한 대처를 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사망자가 보내는 ‘경고신호’를 미리 알아차리기만 해도 안타까운 죽음을 막을 수 있지만, 이를 알아채지 못하거나 알게 되더라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라이프호프 본부장 김주선 목사(수원영은교회 부목사)는 “우리의 관심과 도움이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자살자들 대부분이 자살 전에 주변인들에게 언어적·행동적 신호를 보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이들은 죽고 싶다는 표현을 직접 하거나 신체적 불편을 호소하기도 하고 절망감에 휩싸여 죄책감에 휩싸인 말들을 한다. 자살을 준비하는 표현을 행동적으로 하거나 손을 보면 자해 흔적이 있기도 한다. 외모의 변화가 급격히 일어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적·행동적·언어적 신호가 있을 때 직접적으로나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것이 좋다. ‘자살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나요?’, ‘자살을 시도했던 적이 있나요?’ ‘자살 계획을 하고 있나요?’ 등이 대표적인 질문이다.
김 목사는 “자살이라는 단어를 쓰기 어렵다면, 얼마나 힘든지 물어보고 삶을 스스로 마감하고 싶은 생각이 드냐고 물어봐도 괜찮다. 만약 그렇다면, 시간을 주고 충분히 기다리되 살고자 하는 마음을 지지하고 도와주어야 한다. 직접 도움을 주기 어려울 때는 대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을 소개해주는 것도 좋다”고 밝혔다.
제일 중요한 것은 전문가에게 연계해주는 것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연락처를 제공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소로 함께 가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는 ‘자살예방상담전화’(1393)가 있으며, 청소년의 경우 ‘특별상담전화’(1388)로 전화하면 눈높이에서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이밖에도 복지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보건복지상담센터’(129)와 ‘지역민원상담센터’(120)이 있다.
자살예방의 출발은 ‘교육’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는 사회에 드리운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꾸고, 자살의 고통 속에 있는 이웃과 친구들을 돌보기 위해 ‘생명보듬이’ 무지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 청소년들이 자살 위험에 있는 이웃을 돌보고 생명을 살리는 ‘생명보듬이(게이트키퍼)’가 될 수 있도록 교육을 통해 훈련하는 것이다. 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과 교회에서 733건의 현장 교육을 진행했으며, 현재까지 3년 동안 5만1천209명의 ‘생명보듬이’를 양성했다. 이밖에 교회가 자살 고위험군을 발견했을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목회자의 역량 강화 프로그램도 함께 펼치고 있다.
라이프호프 조성돈 대표는 “라이프호프는 생명보듬이 ‘무지개교육’을 통해 생명의 가치를 알리고 교육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많은 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라이프호프는 올해 9월 셋째 주(18일)를 생명보듬주일로 선포하고 교회가 생명의 가치와 소중함을 알리도록 독려하는 운동도 함께 펼치고 있다.
조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생명에 대한 책임의식을 강조하고 있는데, 한국교회가 이 일에 주체가 되어 나서길 기대한다.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을 살리고, 생명의 가치를 알리는 자살 예방 사역에 한국교회가 마음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