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여파 ‘온라인 예배’ 도입, 예배의 ‘뉴-노멀’ 시대
주일예배 인식 약화…“주일성수 넘어 영성 회복이 초점”
“참여적 예배 강화 필요”…“현장예배는 반드시 회복해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불가피하게 한국교회 예배 환경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올해 초만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뉴노멀’(New-normal) 현상이 예배와 관련해서 일어나고 있다.
목회자들은 코로나19 이전으로 예배가 회복되지 못할 것에 대해 걱정이다. 실제 현장예배를 재개했지만, 주일 출석 인원은 기존 절반을 넘지 못한다고 토로하는 목회자들도 여럿이다. 성도들이 예배에 대해 갖는 생각과 태도도 변모하고 있다. 코로나19가 극복된다 하더라도, 비관적으로는 70% 정도 교세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들려오고 있다. 과연 한국교회는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할 수 있을까? 특히 예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무엇이 예배 회복인가?
5월초 방역 당국이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하면서, 최근 상당수 교회들이 현장 예배를 재개했지만 아직은 불완전한 모습이다. 교회들은 ‘온라인 예배’를 병행하고 있고, 노약자와 기저질환자들은 교회 방문도 감염 예방을 위해 가급적 막고 있다. 교육부서들도 가동되지 않아 교회에서 아이들을 만나기 쉽지 않다.
충신교회 박종순 원로목사는 최근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영상 예배를 드린 사람 중에 예배를 위해 샤워하고 옷 갈아입고 성경 찬송을 챙기고 예배드린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며 “교회에 나와 함께 드리는 공예배가 빨리 회복되어야 한다. 이게 타성이 되고 관행이 되면 안 된다. 예배가 무너지면 신앙이 무너지고 삶이 무너진다”고 염려했다.
실제로 예배와 주일성수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바뀌었다고 고백하는 교인들이 많다. 정장을 갖춰 입지 않아 좋고, 차량을 이용해 이동하지 않는 것이 편하게 느껴진단다. 찬송을 부르면서도 집중하지 않게 되고, 주일에 늘어난 휴식이 좋다고 말한다. 예배를 대하는 신앙인의 자세를 다시 세우는 것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신촌성결교회 박노훈 목사는 “예배드리는 모습을 스스로 보면서 충격적이었다고 고백하는 성도 분이 있었다. 진짜 신앙이 무엇인지 우리를 테스트 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은 것이 코로나19”라며 “이제는 양적 예배의 형태보다 더욱 영성 회복을 말해야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주일성수가 예배 회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최근 예배회복운동을 전개하는 교계에서는 현장 예배 출석률을 목표로 삼기도 한다. 출석 교인이 감소하는 현상 때문에 현장 교회들이 맞게 되는 부담을 간과할 수도 없다. 그러나 예배 회복은 더 궁극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천안 백석대학교회 공규석 목사는 “구약의 안식일과 달리 주일예배는 예수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것이다. 일주일 전체가 주일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중 예수님의 부활 안에 담긴 안식과 구원, 생명, 소망을 집약할 수 있는 날이 주일”이라며 “온전한 의미에서 일주일 전체를 주일처럼 살도록 하는 예배의 회복을 한국교회는 일구어가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온라인 예배, 앞으로 더 가속화
국내 최초로 드라이브 인 워십을 도입해 국내외 언론의 호평을 받았던 서울씨티교회는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표적 사례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면서, 현장 예배를 고수한 결과 교인들이 교회에 대한 자부심도 커지고 최근에는 새로 출석하는 교인들도 늘고 있다. 그야말로 전화위복이다.
조희서 담임목사는 “평소 예배가 얼마나 소중한지 몰랐던 교인들이 예배를 회복하게 됐고, 말씀과 기도에 더욱 힘쓰면서 더 즐거운 예배를 드리고 있다”며 “교회가 예배당 문을 닫는 것이 교인들에게 하나님에 대한 경외감을 약화시키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코로나19 여파로 온라인 예배를 도입한 교회가 예배를 포기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다한 과정이자 결과였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의 코로나19 환경을 겪은 교회에서 온라인 예배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최진봉 교수는 최근 기윤실 토론회에서 “‘예배 없는 교회, 교회 없는 예배’라는 초유의 상황을 코로나19가 가져왔다. 예배 출석은 곧 교회 출석이라는 예배와 교회 간 필연적 관계가 깨졌다”며 “앞으로 주일에 부담 없이 교회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예배하는 교인들이 증가하고 교회의 절대 시간으로 여겨진 ‘주일’로서의 개념도 점차 상대화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온라인 예배의 사역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오프라인 예배에 참석하기 어려웠던 교인들을 발견했다는 점이다. 몸이 불편하거나 아프기 때문에, 직업적 특성 때문에 예배를 드릴 수 없었던 교인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더 적극적으로 온라인 예배를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이다.
“예배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만들자”
박노훈 목사는 “새로운 도전을 맞은 한국교회는 지금 내부를 가다듬고 전열을 정비해야 할 때이며, 예배의 중심을 지키면서 변화를 시도하고 테크놀로지를 접목하는 사역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매주 첫 번째 주 성찬예식을 거행하는 신촌성결교회는 코로나19 사태 중 성찬식에 변화를 주었다. 기존에는 떡과 포도주를 운반해 교인들에게 나누었다면, 이제는 예배 전 교인들의 자리마다 일인용 성찬컵과 접시를 마련해 비치한 것이다. 예배의 의미를 살리면서도 교인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았다.
영남신대 김명실 교수는 교인들이 더 활발하게 동참하는 ‘참여적 예배’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현장 예배와 온라인 예배 간 차이를 교인들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며 “교회는 과거 예배를 돌아보면서 교인들이 어떻게 예배에 더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령 예배위원회와 같은 조직에 다양한 교인들이 함께하고, 연령과 성별, 직능에 따라 예배 순서를 맡기면서 오프라인 예배뿐 아니라 온라인 예배에 대한 관심을 더 갖게 할 수 있다.
온라인 예배를 드리면서, 목회자에게만 카메라 초점을 맞추는 것도 변화되어야 할 모습이다.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들의 모습 등 다양한 각도에서 변화를 주면서, 예배에 대한 집중도를 높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실제로 천안 백석대학교회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교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예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미 드라이브 인 워십까지 도입하기도 했던 이 교회는, 온라인 매체와 SNS 등을 활용해 주중에 교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교회와 예배에 대한 관심을 연결시켰다.
온라인 예배에 중고등부와 어린이 성가대, 목회자가 아니라 교인들이 성경봉독을 할 수 있도록 변화를 주면서 교인들은 예배에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교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나눔과 간증 순서를 더했다.
공규석 목사는 “로마가 선교지였던 것처럼 인터넷과 SNS 등을 지나치게 터부시하기보다 적극적으로 공략하면서 예배에 접목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 주일예배를 보완하는 방식의 온라인 예배를 하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명실 교수는 “예배 회복을 말하면서 교인들에게 교회에 와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 반성이 없으면 안 된다. 목사님들은 성령님이 반드시 역사하시기 때문에 교인들이 돌아올 것을 믿어야 한다”며 “예배 안에서 절대 바꾸지 않을 ‘상수’를 갖추고, 다양한 회중들이 참여할 수 있는 ‘변수’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예배가 가볍게 여겨지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모이는 예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자칫 무게중심을 잃어버리고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신대 조기연 교수는 “예배 외적인 분야에서 온라인 사역이 활발히 개발되어야 하겠지만, 온라인 예배는 오프라인 예배의 연장선상에서 보조적 기능으로 작용해야 한다”면서 “코로나19 이후 다시 예배당으로 모일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