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 지명을 두고 찬반 논란이 격화되던 때, 서울시내 교회에 다니는 A안수집사는 주일예배 중 대표기도를 맡은 한 장로님의 기도에 충격을 받았다. 장로님의 기도내용은 조국 지명에 대해 자신과 반대되는 견해를 가진 세력들을 “마귀사탄”으로 규정하고, “하나님께서 공의를 이뤄 달라”는 것이었다. A안수집사는 “장로님과 정치적 견해를 달리 한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은 졸지에 마귀사탄이 되고 말았다”며 하소연했다.
또 다른 서울시내 교회를 담임하고 있는 B목사는 강단에서 조국 장관에 대한 개인적 생각을 밝혔다가 곤혹을 치러야 했다. 무려 교회를 떠나버린 가정이 열 곳이 넘어버린 것이다.
B목사는 “정치적 생각에 대해 조심스럽게 피력하려고 노력했지만, 정치인을 두고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교회 공동체를 떠난 것은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다시 신앙 안에서 만날 수 있길 기도하고 있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정치적 현상이나 사회 이슈를 두고 찬반은 갈릴 수밖에 없고,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그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교회 역시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인 만큼 정치 입장이 늘 같을 수는 없다. 문제는 교회 안에서조차 정치갈등이 더욱 첨예화되는 현실이다. 정치와 이념 갈등이 심화되는 시대에 교회는 과연 어떠한 입장을 취해야 할까?
‘갈등공화국’이 된 대한민국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사회갈등 지수가 매우 심한 국가에 속한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측정한 OECD 국가별 사회갈등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37개국 중 32위에 해당될 정도로 높다.
근래 사회갈등이 더 심해지고 있는 것은 관련 통계에서 확인되고 있다.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실시하고 있는 ‘한국인 공공갈등 인식조사’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사회갈등 늘었다’는 항목에 대해 2017년에는 23%가 긍정 답변을 한 반면, 이듬해 2018년에는 52%가 같은 답을 했다. 두 배가 넘는 수치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일반 국민 8천명으로 대상으로 지난해 9월 실시한 ‘2018 사회통합 실태조사’에서도 ‘보수와 진보 간 갈등 정도’가 ‘심하다’고 답변한 비율은 무려 87%에 달했다.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 만족도를 평가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치 성향에 따라 ‘잘하고 있다’와 ‘잘못한다’는 응답이 극단적으로 갈리고 있다. 우리 사회가 보수와 진보, 고령자와 젊은이, 남자와 여자로 극명하기 갈리고 있고, 교회 안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갈등을 피하고자 교회 안에서 다른 계층과 대화를 하지 않으려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종교의 사회통합, 기대 낮아”
종교사회학자 이원규 교수(감신대)는 “종교의 사회적 기능은 보수와 진보의 이념논쟁에서 벗어나 사회 통합의 기능을 수행해야 하고, 정치가 사회에 희망을 주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강력하게 요구하는 ‘예언자적 기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이 한국교회에 대해 사회 통합적 기능, 예언자적 기능을 별로 기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한국행정연구원의 사회통합 실태조사에서 ‘사회 통합을 위해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집단’(1+2순위)를 질문했을 때 종교단체 응답은 참담한 순위였다.
정부가 62%, 국회 45%, 언론 36%로 높았고, 종교단체는 4%로 교육계(20%), 기업(13%), 시민단체(8%), 법조계(7%), 노동조합(7%)보다 낮았다. 교회를 포함해 종교를 통틀어서 일반적 기대치는 크게 못미쳤다.
그렇다고 교회가 사회 통합을 해야 한다는 바람 자체가 낮은 것은 아닐 수 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비개신교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 한국인의 종교생활과 의식조사’를 보면, ‘한국교회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미래상’에 대해 ‘사회에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하는 교회’(31%)가 ‘사회적 약자를 돕는 교회’(26%), ‘개인에게 치유와 회복을 주는 교회’(18%)보다 높았다.
사회갈등지수, OECD 국가 37개국 중 32위…갈등 갈수록 심화
사회통합 기대 ‘종교단체’ 불과 4%, 교회 향한 소망은 여전해
혹시 교회 정치 갈등도 알고리즘?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 하면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라는 말이 누구에게나 친숙해졌다. 관련 기술이 발전하면서 삶은 더 편리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소통의 공간은 더욱 축소되는 것처럼 보인다.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이 가능해 사회적 소통이 원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의외의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빅데이터 또는 알고리즘에 따라 보고 싶고 알고 싶은 정보만 반복 제공되는 현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유튜브’는, 관심 있게 본 동영상 콘텐츠를 기반으로 또 다른 콘텐츠를 계속 추천한다. 예를 들자면 조국 장관에 대해 찬성하는 경우 ‘서초동 검찰청 집회’ 영상, 반대하는 경우는 ‘광화문 집회’ 영상이 주로 추천되는 것이다.
또 각각 여당, 야당 지지자는 알고리즘 추천에 따라 자신들이 보고 싶은 콘텐츠만 보게 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고려할 여지가 부족해지면서 자기 확신 중심으로 사고가 공고해지고 만다.
우리는 SNS 메신저에서도 그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조국 사태에서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의혹과 지지, 검찰에 대한 비난과 지지 등 무수히 많은 ‘가짜뉴스’와 ‘혐오 콘텐츠’들이 각자의 입맛에 맞게 유통됐다. 교회 성도들끼리 SNS를 타고 확대 재생산되는 정치 이슈는 공해라고 할 정도로 신앙생활에 피해를 주고 있다.
교회가 세상과 다를 바가 없는 현상이다. 중간지대가 없는 갈등이 고스란히 신앙공동체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수집된 빅데이터에 기반한 알고리즘에 의한 편향된 정보, 왜곡된 자료는 신앙적 균형마저 흐트러뜨리고 있다.
갈등주체 간 극단화…알고리즘 영향 소비 ‘콘텐츠’ 양극화도
“교회는 화해와 중재 역할, 남 비난하며 자기 의 찾지 말아야”
“갈등이 사탄의 전략, 교회는 달라야”
여야 기독국회의원들과 소통하는 일을 경험한 국가조찬기도회 전 사무총장 장헌일 목사는 “정치적 견해가 충분히 다를 수 있지만 복음에 본질을 두고 있는 교회라면 화해하고 중재 역할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세상보다 못한 방식으로 파당을 만들고 자기 생각과 다르면 적이라고 여기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헌일 목사는 “분열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사탄의 전략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내 생각과 주장을 주님 앞에서 내려놓아야 한다”고 전했다.
백석대학교 장동민 교수는 “교회에서 가장 좋지 않은 것이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것이다. 비난하는 것으로 자신의 책임을 미루면서 자기 의에 빠지게 되고 신앙의 질마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스스로 의로워져 믿음의 본질을 훼손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장동민 교수는 “그런 차원에서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갈등의 해법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조국 장관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하더라도 그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고백하고 기도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나라사랑은 자기반성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명예회장 김명혁 원로목사는 목회자들이 거리에 나와서 정치적 목소리를 내고 선동하는 것에 대해 ‘정신 나간 행동’이라고 이례적으로 강력히 성토했다. 김명혁 원로목사는 “정치인들이 의견이 달라 갈라서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교회가 정치적으로 갈등을 빚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고, 특히 정치문제로 목사가 거리에 나와 욕설을 하고 비난하는 것은 십자가 복음에서 너무 멀어져 버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명혁 목사는 “예수님은 죄인을 부르러 오셨는데, 지금은 모두가 의인인 시대가 되고 말았다. 교회가 정치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망정 저주하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죄가 많은 곳에 은혜가 난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