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A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가 쓴 ‘총, 균, 쇠’를 읽었습니다. 저자는 왜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인들에 의해 노예로 팔려갔을까? 유럽인들이 근대 이후 세계 패권을 장악해온 이유가 무엇인가? 유럽인들이 우월해서 그런가? 하는 질문을 던집니다. 답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는 유럽인들이 패권을 장악한 이유를 ‘총(GUN), 균(GERM), 쇠(STEEL)’라는 것으로 풀어갑니다.
이 중 ‘균’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유럽인들이 신대륙에 도달하였을 때, 그들의 총보다는 그들과 함께 유입된 세균에 의해 많은 원주민들이 죽었습니다. 한 예로 1519년 600명의 병력이 멕시코 해안에 상륙하였습니다. 그러나 실패합니다. 다시 공격하는데 이번에는 승리합니다. 그 이유가 1520년 스페인령 쿠바에서 데려온 노예가 퍼뜨린 천연두 바이러스 때문이었습니다. 1년 이상 유행하면서 묘하게도 원주민들만 죽음에 이르게 했던 이 무서운 괴질은 용맹하기 그지없던 병사들의 사기를 완전히 꺾어 놓았습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세균이 세계의 패권 구도를 바꿀 만큼 강력한 영향력을 지녔다고 이야기합니다.
성경에도 세균이 한 민족을 완전히 흔들어 놓는 사건이 등장합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홍해를 건너게 하신 그 위대하신 하나님을 높이며 찬양했습니다. 모든 백성이 하나가 되어 하나님을 높여드립니다. 먼저 모세가 찬양하고 미리암이 이어서 소고 치며 춤추어 화답합니다. 그런데 찬양을 부른지 삼일 만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물이 떨어진 것입니다. 사막에서 인간에게나 가축에게 물은 가장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그 순간 물을 발견하지만 그물을 마신 사람들은 구역질을 하고 토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세균에 의하여 감염된 물이었을 겁니다. 오죽하면 그 곳 이름을 ‘마라(괴로움, 쓴 맛)’라고 불렀겠습니까? 이때에 200만 명 대부분은 원망을 합니다. 이 ‘원망’을 표현할 때 그에 해당하는 히브리어인 ‘룬’만 사용하지 않습니다. ‘알’이란 히브리어가 같이 나옵니다. 이는 원망의 마음 깊은 곳에 창조자에 대한 원망이 자리 잡고 있다는 뜻입니다. 원망은 습관 같아서 자꾸 하게 됩니다. 요즘 중동독감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에 대하여, 병원에 대하여, 왜 환자들을 받지 않는가? 감염자들을 두고 왜 빨리 신고하고 격리 치료 받지 않았나? 온통 원망뿐입니다. 하나님은 질병보다 원망의 마음을 더 무겁게 보셨습니다.
하나님은 이러한 상황을 ‘시험’이라고 합니다. 왜 시험을 주었나요? 여호와의 말씀에 순종하여 의를 행하는지, 내 계명에 귀를 기울이는지, 그 마음을 보시겠다는 것입니다. 시험의 목적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하나님을 원망하는 가운데서도 모세는 달랐습니다. 그는 원망보다는 기도를 택했습니다. 그러자 하나님께서는 한 나무를 가리키셨습니다. 모세가 이를 마라에 던져 넣었더니 물이 달게 되었습니다. 도무지 상식적이지 못한 일입니다. 이 나무가 무슨 특별한 효험이 있어서였을까요? 아닙니다. 만약 주변 나무나 식물을 통해서 해독제를 얻을 수 있다거나 쓴 물을 달게 만드는 특별한 효능을 지닌 물질이 어디엔가 있었다면 사람들이 하나님을 볼까요? 그 약을 구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것입니다. 이때에 하나님은 분명하게 말씀합니다. “나는 너희를 치료하는 하나님(I am the LORD, who heals you)이라.” 히브리말로 ‘여호와 라파’라고 합니다. 치료의 하나님, 여호와 라파의 하나님을 믿고 엎드렸던 한 사람으로 말미암아 온 이스라엘 공동체가 살아났습니다. 200만 명을 살린 것입니다.
지난주일 교회 출신 전도사님이 섬기시는 교회의 사역을 잘 마치고 집에 가다가 머리가 아파 병원에 갔는데 뇌출혈이 일어났습니다. 30대 중반입니다. 온통 나쁜 짓 하는 사람도 잘만 사는데 주를 위해 착하게 사는 이가 왜 쓰러집니까? 놀라운 것은 이 분이 주의 일을 하다가 쓰러졌으니 가족들이 하나님을 원망할 만도 한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들은 치료자 되시는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하나님이 치료해 주실 것입니다.” 믿고 기도합니다. 하나님은 뇌출혈보다 위에 계십니다.
이 시대의 한국 교회가 바로 모세와 같이, 또 이 가족과 같이 치료의 하나님, ‘여호와 라파’를 의지하는 믿음의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김한호 목사 / 춘천동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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