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선교는 통일 한국을 만들어가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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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선교는 통일 한국을 만들어가는 과정”
  • 손동준 기자
  • 승인 2015.05.2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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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가 먼저다’ ⑭미리 온 미래, 탈북자와 ‘함께 가는 과정’으로서의 통일
▲ 흔히 탈북자들은 '미리 온 미래'로 불린다. 이 말은 이들의 존재가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해, 남북통일의 예행연습을 위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은 영화 크로싱의 한 장면.

지난 2012년 북한에서 나와 남한에 들어온 김 모군(17세). 북한에 있을 당시, 일정한 주거지 없이 유랑하며 구걸을 일삼는 속칭 ‘꽃제비’ 생활을 했던 김 군에게 남한은 ‘꿈에 그리던 안식처’였다. 남한 목사의 도움으로 국경을 넘나들며 한국에 들어온 그는 하나원을 거쳐 현재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성공한 사업가’가 되고 싶다는 김 군. 돈을 많이 벌어 북한에 있는 어머니를 모시는 것은 물론이고 통일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러나 워낙 기초 학력이 부족한 데다 대학 진학은 커녕 학업을 따라가기도 벅찬 상태. 문제는 학업뿐이 아니다 남한에 온지 5년이나 됐지만 남한 친구는 한 명도 사귀지 못했다.

“따뜻한 밥에 편안한 기숙사, 전과 비교하면 황송할 정도이지요. 그런데 뭔가 허전하고 불안합니다. 주변 어른들이 저더러 통일의 주역이라고 하는데 막상 제가 뭘 할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

탈북자 3만명 시대. 우리 곁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김 군과 같은 탈북자들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분단 70년, 광복 70년을 맞아 우리 사회 곳곳의 통일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러나 통일 역시 사람의 일. 구호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통일 시대를 일구어갈 ‘일꾼’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3만 탈북자들은 통일 한반도의 남과 북을 연결해줄 ‘연결고리’로 주목받고 있다. 기독교연합신문 광복 70주년 연속기획 ‘화해가 먼저다’ 이번 호에서는 탈북자 3만시대의 의미와 이들의 현 실태, 한국교회의 과제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탈북자는 누구인가?

이들을 지칭하는 명칭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분단 이후 1980년대까지는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온 사람들을 '귀순용사'라고 불렀다. 군대용어가 붙은 것은 이들이 주로 군인이었기 때문이다. 1990년대부터는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는데, 군인들 외에도 다양한 계층의 북한주민들의 탈출이 늘어나며 이들을 '귀순자'로 부르게 됐다.

그러다 1990년대 후반 북한이 최악의 경제 위기에 직면하면서 '생계형' 탈북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문민정부 말기인 1997년 1월부터는 이들의 호칭이 '북한 이탈자'로 바뀌었다. 참여정부에서는 '새로운 터전에서 삶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인 '새터민'이라는 호칭이 붙었다. 하지만 이 말뜻에 재외탈북자를 배제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다시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용어에 힘이 실렸다.

한국 내 탈북자의 수는 2006년 9717명이던 것이 2010년에 2만400명, 2014년에 2만7518명으로 증가했다. 2000년 초반부터 그야말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것. 하지만 김정은이 정권을 잡으면서 탈북자들의 증가세는 급격하게 줄어들었고 2015년 현재 탈북자 수는 2만8000명 선에서 정체돼있는 상태다.

'미리 온 미래'...통일시대 탈북자 중요성은?

흔히 탈북자들은 '미리 온 미래'로 불린다. 이 말은 이들의 존재가 통일한국의 미래를 위해, 남북통일의 예행연습을 위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의 오혜정 사무국장은 탈북자를 △우리에게 북한을 알려주는 도우미 △북에 남한 사회를 알려주는 도우미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들의 삶을 미리 보여주는 자 △정신적 심리적 물질적 측면에서 사마리아인을 만나야 하는 쓰러진 병자 △북한 복음화를 준비하는 남한 교회에 꼭 필요한 배필이라고 정의했다.

부상 장신대의 황홍렬 교수 역시 "탈북자는 단순한 지원의 대상이나 북한의 직접 선교를 위한 훈련 대상이 아니라 남한의 자본주의 문화와 북조선의 주체문화 사이의 경계에 서 있는 제3의 문화적 주체"라며 "남북의 문화적 통합과정에서 새로운 문화적 주체를 세우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남한 사회와 탈북자의 관계는 우열을 따져 한쪽은 받기만 하고 다른 한쪽은 주기만 하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피차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 할 수 있다.

교회의 차원에서 볼 때도 탈북자 선교는 통일의 '예행연습'이 될 수 있다. 사랑의교회 북한선교기관인 '북사랑'에서 사역하다 최근 탈북민과 남한 기독교인들이 함께 하는 생명나래교회를 개척한 하광민 목사는 "우리가 이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지 못한다면, 양측의 다름을 극복하고 연습하지 않은 채 통일이 되기 원한다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며 "우리 안의 2만8000명의 탈북자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통일 뒤 북한의 천4백만 동포들 역시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타와 배제에 밀린 '통일 예행연습'

2002년 한국에 와 채소가게에서 일했다는 탈북자 박 모씨(42세)는 함께 일하던 여러 점원 가운데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더 적은 임금을 받아야했던 설움을 토로했다. 그녀는 “한국 점원은 한 달에 110만원, 조선족은 90만원을 받았지만, 나는 80만원을 받았는데 그 이유가 북에서 왔다는 것이었다”며 “오만가지 정이 떨어졌다. 한국에서 탈북자는 3등국민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탈북자를 돕는다는 교회에 나갔지만 그곳에도 차별은 존재했다”며 “탈북자 자리와 한국인 자리가 구분돼있었다”고 전했다.

차별과 함께 탈북자들이 겪는 또 하나의 어려움은 ‘외로움’이다. 대전신대의 정원범 교수는 “요즘 경제적 문제도 있지만 외로움과 이로 인한 우울증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탈북자들이 늘고 있다”며 “탈북자들의 자살율은 국내 평균 자살률보다 3배가 높다”고 전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탈북자들의 자살률은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9.1%로 5.9%인 일반 국민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 특히 2009년에는 이 수치가 16.7%로 일반 국민에 비해 10%가량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탈북자들은 남한사회에 대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밀려난 사회적 약자에게는 무정하고 이기적인 사회,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고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사회로 인식하고 있다”며 “이러한 남한사회의 비정함으로 인해 남한사회를 떠나기도 하고, 목숨을 끊기도 하는데 이는 남한사회에서의 적응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생명나래교회의 하광민 목사는 통일의 예행연습이라는 측면에서 2만8000여명의 탈북자들의 중요성과는 별개로 “남한 사회에서 이들에 대한 배타와 배제가 심각한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함께 통일 시대를 준비해 나가야함에도 서로의 보폭이 잘 맞지 않고 있다는 것. 그는 특히 “이 문제가 단순히 문화와 계층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들에게 물질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결코 돈으로만 관계를 풀어나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교회의 역할 중요

하 목사는 이럴 때일수록 정부기관이나 NGO가 아닌 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돈의 논리와 사회 문화적 갈등보다 상위의 개념인 성경적 복음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 그는 통일 한반도를 이루기 위한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교회의 유형을 3가지로 분류하며 궁극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통일한반도 교회인 ‘제3유형’의 교회를 지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 목사가 제시한 교회 유형 가운데 첫번째인 ‘제1유형’은 남한의 문화가 충만한 교회로 탈북자들이 적응하기 힘든 교회들이 여기 속한다. 이 1유형의 교회는 남한사람들끼리 있으면 그 특성이 드러나지 않지만 북한사람이 들어가면 이들에 대한 배타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하 목사는 “대부분의 남한 교회가 1유형에 속한다”며 “이 교회들은 복음 보다는 남한사회의 문화가 더 강한 영향력을 끼친다”고 소개했다.

반면 ‘제2유형’의 교회에서는 배타와 배제보다는 성경에 입각해 타문화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강한 영향을 끼친다. 탈북자 출신 교역자들이 남한 사역자들과 함께 어우러져 사역하고, 예배 순서에서도 북한어 성경 본문을 함께 배치해 남과 북이 함께 은혜에 동참하도록 돕는다. 북한을 위한 교회가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에 남아있는 탈북자들의 가족을 잠재적 성도로 간주, 통일이 되면 가장 먼저 복음을 전할 수 있게 준비한다. 하 목사는 “2유형의 교회는 자연스럽게 3유형의 교회로 향해가는 교회”라며 “현재 남한 내에도 2유형의 교회가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이같은 교회들이 더욱 많이 개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제3유형’은 이상적인 통일 한반도 교회로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으나 통일이 되면 가장 지향해야할 교회로 설명할 수 있다. 특히 3유형의 교회는 인접한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복음을 전하는 선교적 교회의 특징을 갖는다. 그러나 하광민 목사는 “통일 후 지금의 북한 땅에 세워질 이 교회 역시 북한 사람들로만 가득한 교회가 된다면 또 하나의 ‘1유형’교회를 만들 수 있다”며, “이곳에 파송해 사역할 북한 전문가와 탈북자들에 대한 양성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그리고 현재 존재하는 수많은 1유형 교회들에 대해서는 “2유형으로 발전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교회들이 저마다 통일 문제와 탈북자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면 1.5유형까지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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