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로가 성도들을 치리하고 교훈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면 이웃에 대한 섬김과 봉사의 의무는 집사들에게 따른다. 집사(Deacon)이라는 호칭 자체가 헬라어 디아코노스(Diaconos)에서 왔다. 헬라어에서 디아코니아(Diakonia)는 섬김, 디아코노스는 ‘섬기는 자’를 뜻한다. 초대교회에서 집사는 사도를 대신해서 ‘섬기는 자’로 역할을 감당했다.
춘천 동부교회 김한호 목사는 “디아코노스는 하나님을 섬기는 자로서 예배와 함께 복음선포, 사도적인 봉사와 이웃과 세상을 섬기는 일을 감당해야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인간 사이에서 고통하고 있는 약자들에 대한 생계유지, 돌봄과 함께 그들의 권리를 찾아 주기 위한 법적이고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여 돕는 이들이 디아코노스”라고 강조했다.
# 성경이 말하는 집사
사도행전 6장에서는 일곱 집사의 선출 과정을 이와 같이 묘사한다. ‘그 때에 제자가 더 많아졌는데 헬라파 유대인들이 자기의 과부들이 매일의 구제에 빠지므로 히브리파 사람을 원망하니 열두 사도가 모든 제자들을 불러 이르되 우리가 하나님의 말씀을 제쳐 놓고 접대를 일삼는 것이 마땅하지 아니하니 형제들아 너희 가운데서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여 칭찬받는 사람 일곱을 택하라 우리가 이 일을 그들에게 맡기고 우리는 오로지 기도하는 일과 말씀사역에 힘쓰리라 하니 온 무리가 이 말을 기뻐하여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사람 스데반과 또 빌립과 브로고로와 니가노르와 디몬과 바메나와 유대교에 입교했던 안디옥 사람 니골라를 택하여 사도들 앞에 세우니 사도들이 기도하고 그들에게 안수하니라’.
즉, 성경이 말하는 집사는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으로 구제를 담당한다. 목사가 기도와 말씀 사역에 힘쓰도록 그 이외의 일에 힘쓰는 조력자의 역할을 갖는다. 그리고 이들을 ‘안수’로 세웠다는데서 안수집사의 기원이 시작됐다.
교단 헌법에서도 집사의 직무에 대해 ‘교회의 택함을 받고 제직회의 회원이 되어 교회를 봉사하고 헌금을 수납하고 ’구제‘에 관한 일을 한다’고 명시해놓았다. 교우들의 신임을 받고 진실한 신앙과 지혜의 분별력을 갖춘 자로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성도들에게 신앙과 삶이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사도행전은 집사들이 자신들의 직무를 잘 감당하자 교회의 친교 정신이 회복되고 복음전파 사명도 계속 감당할 수 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교회의 부흥에 있어 집사들의 맡은 바 사명 감당이 상당히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 집사, 재정 건강성의 주역
집사의 직무에는 ‘재정과 봉사’ 두 가지가 명확하게 명시되어 있다. 재정 관리자로서 집사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초대교회 당시 집사는 매년 성도들이 바치는 예물과 교회에 들어오는 수입을 받아 적당하게 쓰는 일을 맡았다. 사도가 정한대로 사역자들과 빈민들의 생활비를 지급하는 일이었다. 그 분배 내용을 사도에게 보고했다. 교회재정 관리는 목사의 몫이 아니라 집사의 몫이고, 목사는 이를 충실히 수행했는지 조사하는 역할만 맡는다. 그만큼 집사들이 투명하게 재정을 사용하는 것은 중요한 책임이었다.
재정을 관리하는 집사라면 물질에 대해 바른 생각을 가져야 한다. 세상의 모든 물질이 하나님의 것이라는 인식으로 성도들의 기도와 신앙의 표현이라 할 수 있는 헌금이 함부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또한 집사들은 목사의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근로에 대한 대가를 정해놓지 않은 교회로써는 목회자의 헌신에 대해 성도들의 감사를 담아 사례를 전하고 있다. 목사의 사역이 복음전파에 집중되도록 물질적인 부분을 교회가 미리 알아서 살펴야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재정을 나누고 그것을 구제에 사용하는 일도 집사의 몫이다. 교회 안에 혹은 교회 밖에 어려운 이웃은 없는지, 굶주림에 시달리거나, 실직을 했거나, 학비를 낼 수 없는 이웃이 있다면, 고아와 홀로 남은 아내가 없는지 반드시 돌아보고 그들을 돕는 일에 재정을 사용해야 한다.
장로교 4개 직분을 완성한 칼빈도 스트라스부르 시절, 피난민을 돕기 위해 ‘집사’를 세웠다. 당시 칼빈은 기독교인인지 아닌지 구분을 두지 않았다. 일단 그들을 돕는 일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스트라스부르에서 칼빈은 영혼구원의 열망과 함께 개신교도들의 삶이 가정과 직장 등에서 거룩하게 완성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을 돕는 자로 집사를 세웠다. 안수집사와 함께 서리집사에게도 ‘디아코니아’의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 권사, 교회의 덕을 세우는 자
성경에 나오지 않은 직분 중에서 한국 교회가 섬기는 직분이 있다면 그것은 ‘권사’ 직이다. 장로교 헌법에는 권사에게 교인의 심방과 전도, 봉사의 책임을 맡긴다. ‘권사는 교회의 택함을 받고 제직회의 회원이 되어 교역자를 도와 궁핍한 자와 환난당한 교우를 심방하고 위로하며 교회의 덕을 세우기 위해 힘쓴다’고 직무를 명시하고 있다. 장로교에서 권사는 여성에게만 해당되는 직분이다. 하지만 감리교에서는 권사에 남녀 구분이 없다.
단, 집사보다 연장자에게 주어지는 직분으로 교인의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구제와 봉사라는 수련과정을 거친 후 성도들을 위로하는 책임을 부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궁핍한 자와 환란당한 교우를 심방하고 위로’하는 직무가 권사에게 있어 가장 중요하다. 오랜 봉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회에 덕을 쌓고 교역자를 도와 성도들을 돌보는 책임이 주어진다.
특히 심방의 의무를 감당함에 있어서 언행의 모범이 요구된다. 실제로 현장 교회에서는 심방도중 목회자에 대해 혹은 교회 성도들에 대해 나쁜 소문을 퍼뜨리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성도들의 보호자, 교역자의 보호자로 어머니처럼 섬겨야할 권사의 입에서 ‘험담’이 오가는 것은 큰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오히려 신앙이 얕은 성도들이 교회의 크고 작은 일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다면 이를 책망하고 바른 신앙의 자세로 이끄는 것이 권사의 덕목이다. 특히 항존직인 권사는 봉사와 전도의 책임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으며, 시련에 빠진 성도들이 위로를 얻고 신앙이 흔들리지 않도록 굳건히 세우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 직분자의 공통된 자세
새로남교회 오정호 목사는 “교회에서 직분자로 부름받았다는 사실이 자신의 가문과 교회에 축복이 되게 하라”고 당부했다. 교회 제직들은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이들이고 하나님의 도구로서 살아야가 한다는 것.
오정호 목사는 직분자가 은총의 통로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님에 대한 예배자로 자신을 드려야 하며,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은혜의 체질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배 직분자들의 인격과 사역을 존중하고 담임목사와 당회에 대한 경의를 품고 목회방향과 교회 제반 사항에 대해 한 목소리를 유지해야 교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오정호 목사는 복음적 관점에서 볼 때 제직들은 자신의 생활에 있어 흠이 없어야 하며, 주일성수와 공적 예배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헌금생활에 있어서도 마음에 거리낌이 없어야 하며, 성도들과 결코 돈 거래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오 목사는 목회자와 교회 정책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표현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최근 성도들이 목사를 견제하는 태도를 취하면서 감시하고 감독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하지만 교회 제직들은 목회의 동역자이자, 만인제사장의 역할을 감당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교회의 중요 직분을 감당하는 권사나 집사들 입에서 교회의 불만이 터져 나오게 되면 목회자들이 자신의 복음적 목양관을 실천하기 어려워진다. 또 최근에는 이러한 교회 내 불만들을 취합해 분열을 획책하는 이단들이 교회로 침투하고 있어, 하나님의 교회가 ‘내 입술’로 인해서 흔들리고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언행에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성도들 간에 교제가 잦은 집사와 권사들이라면 자신의 독특한 습관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오정호 목사는 “허락받지 않고 남의 전화를 사용하거나 물건에 손대는 행위, 보신탕이나 순대 등 음식습관의 독특성을 강요하거나 정치와 교리논쟁은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방색을 강조하거나 남성과 여성에 대한 균형잡히지 않은 시각을 드러내고 과거 교회생활에 대한 상처를 들추거나 덕스럽지 않은 농담을 일삼는 것도 제직들이 반드시 지양해야 할 습관”이라고 강조했다.
제직들이 바로 서기 위해서 ‘직분자 일기’를 기록할 것을 강조한 오 목사는 “직분자 일기를 통해 나의 약점을 발견할 수 있고, 사역의 장점을 계속 강화하는 통찰력을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교회 제직이 모델로 삼아야 할 분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다. 그런데 직분을 서열로 생각해 그리스도와 같은 섬김이 아닌, 권위적 자세로 맡은 일을 감당하는 성도들을 볼 수 있다. 춘천동부교회 김한호 목사는 “한국 교회 안에서는 직분을 받으면 이를 명예로 생각하고 권위적인 사람이 되는 잘못된 태도가 종종 나타난다”며 “예수님은 사회적인 약자들을 찾아가서 그들과 함께 하셨으며, 죄인으로 살고 있었던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셨다. 그들이 기뻐할 때 함께 기뻐하시고, 그들이 슬퍼할 때는 함께 슬퍼하셨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섬김은 함께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는 것이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는 가난한 자의 대표적인 모습을 가졌고,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이었다”며 예수님의 모습에서 직분자의 자세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교회 제직들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목사 혼자 끌고 갈 수 없는 교회의 중요한 동역자다. 예수님과 같은 품성으로 이웃을 섬기고 돌보는 일을 감당해야 한다. 제직들이 목회자와 한마음이 되어 사역에 동참하고, 맡은 바 책임을 다할 때 교회는 부흥한다.
김한호 목사는 “한국 교회는 직분자들에게 디아코노스의 정신을 심어주어, 자신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섬기는 정신으로 바른 삶을 실천해 나가는 직분자들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