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미국판 ‘긍정의 힘’ 이데올로기 하나님의 축복 개념으로 이해
물량주의ㆍ배금주의 확산은 목회 세습 및 교회 사유화 등 다양한 문제 양산
지난해 11월 미국 복음주의 아이콘이라 불리며 ‘화려한 명성’을 누려왔던 수정교회가 파산해 매각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미국 교회는 큰 충격에 휩싸였으며, 한국 교회 또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무엇보다 수정교회가 로스앤젤레스 근교에 위치한 가톨릭 오렌지 교구에 매각돼 주교좌성당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미국과 한국 교회를 포함해 전 세계 개신교 입장에서 보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대형유리 1만664장으로 외벽을 장식한 수정교회는 세계 최대라고 불리는 파이프 오르간과 진도8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지어진 건물로써 미국을 넘어 세계 모든 개신교회의 대표적 건물로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이 교회 설립자는 한국 교회에 ‘교회성장론’을 소개한 로버트 슐러(Robert H. Schuller) 목사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슐러 목사의 교회성장론은 한국 교회를 지배해왔고, 산업화 시대 경제성장 논리와 맞물려 ‘양적 성장’이라는 거대한 부흥의 역사를 한국 교회에 안겨줬다. 따라서 수정교회 몰락은 한국 교회가 그동안 열광하며 추구해왔던 교회성장론, 곧 ‘번영신학’ 혹은 ‘성공신학’의 말로가 무엇인지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교회성장론’
‘교회성장론’은 지난 1960년 풀러신학교 맥가브란(Donald McGavran)이 기초를 놓았고, 피터 와그너(Peter Wagner)가 발전시킨 학문이다. 선교학 이론으로 출발했지만 추후 선교학과 분리된 독립된 학문이 된 교회성장론은 전통적인 선교와 전도의 목표를 ‘교회성장’으로 수정하고, 교회 설립과 확장을 목적으로 신학적 원리에 사회과학 및 행동과학을 결합시킨 이론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교회성장론은 1960년대부터 양적 성장을 갈망하던 한국 교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됐는데, 사실 이 이론이 한국 교회 안에서 구체화되고 확산될 수 있었던 계기는 슐러 목사의 ‘목회이론’ 때문이었다. ‘불가능은 없다’라는 구호로 대표되는 슐러 목사의 이론은 미국사회에서 크게 유행했던 ‘긍정적 사고’ 이론을 목회현장에 적용시킨 것이다.
한국 교회는 슐러 목사의 목회이론을 그대로 직수입했다. 또한 그의 이론은 1960년대 이후 소위 ‘잘살아보세’라는 정치적, 사회적 운동과도 잘 들어맞았다. ‘번영신학’으로 불렸던 긍정의 힘은 한국의 기복신앙과도 조화를 이뤄 교회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이후 맥가브란, 와그너, 슐러 목사 등의 교회성장 이론들은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번역 출판되면서 한국 교회는 양적 교회성장을 목회의 최우선적 과제로 삼게 됐다. 당시 교회성장주의는 상업적 방식으로 접근해 물량주의와 함께 교회 간 경쟁을 조장하고 외형적 성공을 이상화시키며, 십자가의 정신을 망각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대다수 한국 교회 목회자들은 무비판적 수용을 선택한 것이다.
이에 대해 문영석 교수(강남대)는 “목회자들은 앞다퉈 슐러 목사의 주장 및 전략들을 자신들의 목회에 적용하기 시작했고, 하나님의 축복을 부의 획득이나 사회적 성공, 그리고 개인의 건강에 연결시켰다”고 비판했다. 특히 “슐러의 목회이론 토대인 ‘긍정의 힘’은 신자유주의와 맞물려 미국의 보편적 이데올로기가 됐고, 미국 복음주의자들에 의해 번영신학으로 변형된 것”이라며 “고전적인 단죄나 죄의식 같은 부정적 이야기보다는 부와 성공과 건강을 믿기만 하면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메시지는 교회 안에서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강단에서 울려 퍼진 ‘성공주의’
무엇보다 긍정의 힘과 적극적 사고방식을 강조하고 있는 교회성장론, 즉 ‘번영신학’ 중심의 설교는 위로와 소망, 그리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오는 인간 승리, 사업 성공 등의 수평적 차원의 행복을 지나치게 강조했다. 결국 신앙은 성공을 위한 필요한 수단이 됐고, 하나님은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역할, 곧 인간의 현세적 성공과 번영을 위해 이용되는 도구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됐다.
김영한 교수(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는 “번영신학은 인간의 안전과 삶을 보장하는 것은 하나님이 아니라 돈이라고 믿는 삶의 문화 속에서 물질로부터 안전을 기대하는 교회와 신앙인들의 왜곡되고 변질된 삶의 문화를 만들었다”며 “번영신학의 기반 위에서 한국 교회는 경제발전과 더불어 물질만능을 추구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번영신학의 설교는 개혁주의 전통에 어긋나는 것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목회자들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 성공에만 관심을 집중시켜 예수님의 십자가가 없는 말씀을 전하고 있다”며 “청중들이 들어야 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 아니라 청중들이 듣고 싶어하는 설교만 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문영석 교수도 “미국 대형 교회 목사들이 개인구원과 세속적 성공을 강조하듯 그들의 목회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한국 교회 목사들은 세속적 성공을 바로 하나님의 축복으로 동일화시켰으며, 우매한 성도들을 성장과 축복 이데올로기에 함몰시켜 버렸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대형 교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빠른 시간 내에 돈과 권력, 명에를 쥐고 싶어 하는 성도들에게 세속적 성공 과정에서 따를 수 있는 죄에 대한 심적 불안이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도록 교묘하게 중산층의 정서를 읽어내면서 문화적 코드를 맞춘 달콤하고 세련된 설교를 통해 급속하게 성장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결국 성도들은 사회정의나 개인 윤리 등의 책임성을 강조하는 쓴소리보다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 성공신학 등 달콤한 간증만을 목말라하게 됐고, 이런 말씀만이 은혜 충만한 설교라고 착각에 빠져들고 있다.
# 교회의 주인된 목회자
‘교회성장론’은 목회 세습 및 교회의 사유화 문제 또한 양산했다. 미국 수정교회 몰락도 목회 세습과 관련이 매우 깊다. 슐러 목사는 지난 2006년 은퇴하면서 교회를 아들에게 세습했다. 그리고 다시 딸에게 넘겨줬다. 이런 가운데 그의 사위들까지 가세해 갖가지 방법으로 교회 재정을 횡령했다. 형제간 분란이 지속되면서 교회 헌금 수입도 반 이하로 줄어들게 됐고, 결국 빚더미로 인해 파산 선언의 파국으로 치달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 한국 교회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국의 많은 중대형 교회 목회자들은 슐러 목사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답습해 세습과 족벌운영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정종훈 교수(연세대)는 “아버지 목사는 은퇴하면서 아들 목사에게 교회의 목사직을 승계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며 “교회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경우, 은퇴하는 두 아버지 목사들이 서로의 교회를 아들 목사들에게 교차해서 승계시키는 경우까지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물량주의와 배금주의의 틀에 갇혀 교회를 ‘사유화’ 개념에서 바라보는 인식이 한국 교회 목회자들에게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유화 문제는 교회 안에 다양한 문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원로목사와 담임목사간의 갈등은 법적 공방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교회가 둘로 나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담임목사의 교체 과정에서도 후임자와 갈등을 빚는 경우도 허다하다. 후임자와 전임자의 갈등 대부분 교회 재산권 행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교회 형편을 생각지 않고 퇴임할 때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르는 퇴직금 및 전별금을 요구하는 목사들도 많은 상황이다.
‘교회 사유화’는 자신이 누려왔던 권력을 남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심리에서 작용한다. 그래서 교회도 자기 자녀에게 세습하려는 무리수를 두는 것이다.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지만 자기 자신이 주인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만열 박사(숙명여대 명예교수)는 “목회자는 새롭게 세우는 교회든, 새로 부임한 교회든 그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란 사실을 목회자는 깨달아야 한다”며 “인간의 의지로 세우거나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방법과 원리를 따라 갈 때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의 교회임을 확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변에서 개척한 목사나 장로가 주인노릇을 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것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유혹이 될 수 있고 누구나 손쉽게 동의하기 쉽다. 이러한 인간적인 방법을 원천적으로 제도적으로 봉쇄해야 한다”며 한국 교회는 교회의 사유화를 막을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이 되는 목사 및 장로 임기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물량주의, 그리고 교회 건축
교회성장론의 또 다른 폐단은 물량주의다. 교회 성도 수, 건물의 크기, 연간예산 금액, 헌금의 규모, 목회자 사례비 및 승용차 모델 등에 이르기까지 물량적 지표들이 목회의 성공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을 중요시하고, 수치로써 환산할 수 없는 질적인 것보다는 환산할 수 있는 양적인 것을 선호하는 태도가 한국 교회 안에 짙게 깔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물량주의는 헌금을 직간접적으로 강요하게 만들었다. 교회 발전을 위한 선교라는 명목으로 여러 가지 헌금봉투를 만들어 성도들의 지갑을 열도록 했고, 그렇게 거둬들인 헌금은 주로 교회의 외형적인 성장, 예배당 건축비용으로 대다수 사용되고 있다.
한국 교회 목회자들 사이에서 크고 안정적인 교회가 아니면 하나님의 복을 받지 못한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목회 현장의 제일 큰 목표도 교회 건축이다. 현재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형 교회들이 수백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교회 건축을 이미 완료했거나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
주위의 다른 교회들을 압도할 만큼 크고 화려하게 지으면 그 만큼 새로운 교인들이 찾아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교회가 곧 성공한다는 인식이 교회 건축 불패의 신화를 만들게 된 것이다.
김진호 소장(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은 “마치 교회는 교회 건축을 목표로 움직이는 조직처럼 건축에 목을 매고 있는 것 같다”며 “교회 건축은 일반 건물보다 비용이 더 든다. 특히 거의 모든 교회가 자산 규모에 비해 상당히 과한 예산을 책정해 건축을 계획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리고 실제에서는 그것을 훨씬 상회에 종종 거의 두 배에 이르는 비용을 지출한다. 교회는 건축에 있어서 일사불란한 기능적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설계 구조 변경, 자재 변경 등이 잦고 자재 관리 또한 효과적이지 못한 탓”이라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대출을 통한 교회 건축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소장은 “헌금은 장시간 분산해서 기부되는 것이다. 따라서 실제 건축비는 은행대출을 통해 이뤄지는데 큰 규모의 대출금”이라며 “대출금은 매달 부과되는 이자액을 통해 성도들을 압박하는 등 교회 건축은 신앙생활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장제일주의로 대변되는 교회성장론은 결국 성공을 위한 ‘넓은 문’을 만들어 준 것이다. 적극적 사고, 성공이란 단어, 성장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한국 교회 안에 가득차 있다. 성도들도 이제 찾기 쉽고, 주차하기 편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고, 출세를 위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교회를 선호한다.
이처럼 교회성장론은 맘몬주의, 물량주의, 이기주의, 자기과시욕을 비롯해 기복신앙, 개교회주의, 교파주의, 교권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양산시켰을 뿐만 아니라 목회자와 성도들의 비도덕화를 가속화시켜 교회의 사회적 공신력은 붕괴됐다. 결국 ‘교회성장론’은 한국 교회에 ‘독’이 됐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물질적 가치보다 영적 가치, 도덕적 가치가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한국 교회의 최대 과제로 남아 있다.
■ 연중기획 / 무너진 한국교회, 다시 세우자 ② 성장제일주의 ‘명과 암’ (중) 왜 성장이 ‘독’이 됐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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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살려는 노력을 하고 있긴 하는 것인가?
아니 그런 복음이 있는지를 알고 있기는 하는 것일까?
예수님의 복음은 사라지고, 인간이 만든 선교학 이론, 교회 성장 이론, 목회 이론만 난무하는 세상이다.
교회의 주인은 예수님이시다. 목회자는 예수님의 종의 불과하다. 종은 주인이 시키는대로 하면 된다. 잘 돌아가지 않는 머리로 갖가지 방법을 짜낸다고 그게 목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