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탁월성’으로 사회와 소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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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탁월성’으로 사회와 소통하라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1.04.2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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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음(교회)과 상황(사회)의 관계 모색 -복음주의신학회 정기논문발표회

▲ 한국복음주의신학회가 개최한 ‘제57차 정기논문발표회’는 한국사회 안에서의 교회의 역할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복음을 사회 안에서의 실천적 삶으로 승화시키는 노력 필요
‘일반은총’에 근거해 타종교와 대화하고, 사회윤리 수립해야

다문화, 다종교가 공존하는 한국사회 안에서 복음의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고, 기독교 본연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문화, 종교, 정치 등 다원화된 사회라는 특수한 한국적 ‘상황’을 무시한 채 무턱대고 기독교의 자리만을 지키려고 한다면 자칫 ‘무례하고 오만한 종교’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

때문에 반기독교 정서가 강하게 형성되면서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한국 교회의 현실 속에서 교회와 사회와의 관계, 곧 ‘복음과 상황’이란 주제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가 다원화된 한국사회의 상황 속에서 순수하게 복음의 본질을 추구하면서 오만과 불손의 종교라는 불명예를 씻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최갑종 교수, 백석대ㆍ사진)가 지난 23일 서울신학대학교에서 ‘복음과 상황-예루살렘과 아덴’을 주제로 제57차 정기논문발표회를 개최하고, 이와 관련된 고민과 함께 신학적, 목회적 방향성을 모색했다.

# 덕스러운 그리스도인이 필요하다
이날 주제발제자로 나선 최승락 교수(고신대)는 한국 교회는 ‘덕’을 중심으로 세상과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바울의 덕 사상과 덕 철학의 접점찾기’를 주제로 발표한 최 교수는 “현재 한국 교회는 보다 넓은 공공사회로부터 이탈돼 하나의 고립된 섬처럼 존재하는 형국이 되어간다”며 “일반 사회의 정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들이 교회 안에서 아무런 문제없이 통용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최 교수는 한국 교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도 바울이 소유했던 ‘아레테 사상’(arete, 헬라어), 곧 ‘덕’이라는 신선한 공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바울은 빌립보 성도들에게 아레테의 삶을 살 것을 권면했다고 설명한 그는 “바울의 출발점은 덕이나 자연 자체의 승인이 아니라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구원과 성령으로 말미암은 새 사람, 새 창조였다. 그러나 바울은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들이 한 면에서는 구원의 공동체로, 또 한 면에서는 덕의 공동체로 살기를 원하고 있었다”며 이 양자는 서로 다른 존재 모드가 아닌 한 복음이 빚어내는 한 존재의 양 측면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 최승락 교수(고신대, 사진 중앙)는 덕 철학과 덕 신학을 잇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지만 학문적 차원, 삶의 차원, 공공 영역 속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의 탁월성을 높이기 위해 논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와 같은 바울의 교훈과 삶은 표준성을 가질 뿐 아니라 하늘 시민으로서나 세상 시민으로서의 구체적 일관성을 갖기도 한다고 언급하고, 이 모든 것은 예수님의 삶에서 출발한다며 세상 속에서 덕의 탁월성에 관심을 갖고, 복음의 교훈을 실천적 삶으로 계속 살아내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은 언제나 한결같은 평화의 주님으로 함께 하실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바울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세계 속에서 덕을 깊이 생각하고 덕의 행위들을 실천할 것을 가르쳤지만 이는 당대 도덕철학자들의 가르침을 따라가라는 것은 아니었다”며 “오히려 그런 덕스러운 것들에게 깊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세상의 공적 삶의 영역에 있어서도 탁월성을 드러내라는 것이었다”고 역설했다.

최 교수는 “사도 바울의 시대와 오늘날의 시대적 상황은 많은 차이가 나지만 공공 영역 속에서 덕의 삶을 강조한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국 교회는 파편화된 은혜만 외칠 것이 아니라 잃어버린 덕의 변혁적 힘을 되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덕 철학 및 덕 신학을 잇는 것이 다소 무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학문적 차원에서나 교회 공동체의 삶의 차원, 교회 안에서 뿐만 아니라 더 넓은 공공 영역 속에서 교회의 공동체적 삶의 탁월성을 높이고, 그 유익을 세상과 공유하는 길을 계속적으로 모색해가는 것은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 복음의 본질 추구하되 현실과의 조화 이뤄야
‘상황과 이상의 조화’를 주제로 발표한 김경진 교수(백석대)는 “1세기 교회 밖 세속사회에서는 가부장적 시스템에 의해 남성, 아버지, 주인 중심으로 모든 것이 움직이고 있었다”며 “하지만 예수님은 세속사회의 정서와 분위기를 역행하며, 남자와 여자를 차별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하셨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예수님이나 사도 바울이 당대 그리스-로마 사회의 근간이었던 노예제도를 철폐하라고 요구했다면, 그 적대적 분위기 속에서 기독교는 생존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기독교의 이상이 온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바른 방향이고 목표이지만 세속사회가 그것을 받아들일 때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신약 당시 기독교 공동체에게 보내는 예수님과 사도 바울의 권면은 오늘날 교회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불신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전도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무엇보다 교회에 대한 불신자들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며 “오늘날의 불신자들이 바울 당대의 불신자들처럼 교회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국 교회는 교회 밖 불신자들에게 부정적으로 비쳐져서는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한국 교회는 세속사회의 적대감이나 반감을 일방적으로 무시하지 않는 차원에서 본래의 이상을 추구하되 현실 상황과 조화를 이루며 차분한 진보와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신학의 공공성을 회복하라
‘한국의 다종교, 다문화 상황 속에서의 기독교 복음’을 주제로 발표한 이은선 교수(안양대)는 “한국 교회가 한국사회에서 만난 위기를 극복하고, 21세기의 새로운 상황 속에서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신학의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음주의의 영향으로 한국 교회가 복음사역을 사적인 영역인 개인 구원과 치유와 위로의 사역으로 한정해 가는 상황 속에서 기독교 복음과 신앙의 공적 영역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는 만큼 한국사회의 문제에 대한 공론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다종교와 다종파의 한국사회에서 정교분리의 의미를 어떻게 정립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논의를 심화시켜 나가야 한다”며 “한국 교회는 불교계를 비롯한 다른 종교들과의 대화를 통해 건전한 정교분리의 실천방안과 선거에서의 각 종교의 이해관계 추구를 탈피하고, 한국사회 전체의 건전한 발전방향을 모색하려는 윤리의 정립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타종교와의 대화는 일반은총에 근거해 각 종교의 도덕적 교훈에 근거한 건강한 사회윤리의 수립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또한 “앞으로 문화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한국에서 전통문화의 관광상품화와 민족주의에 대한 관심의 고조로 외래종교로 인식되는 기독교에 대한 배타적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도 더욱 높아질 것”아라며 “한국 교회는 이와 같은 시대적 상황 속에서 복음의 능력을 통해 한국사회의 문화를 하나님 나라 확장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변혁시켜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 적실성 있는 설교로 성도의 삶을 변화시켜야
‘복음과 상황의 설교학적인 상관관계’를 주제로 발표한 이승진 교수(실천신대)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 나라에 관한 거대담론의 설교를 들은 성도들과 교회가 그 설교를 계기로 교회와 신앙생활의 현장 속에서 기독교적인 정체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해 복음과 상황의 상호연관성을 위한 설교학적 전략을 제시했다. 즉, 특정한 상황의 맥락 속에 담긴 복음의 상황화를 고려해 성경 본문을 해석하는 단계와 상황화의 한계로부터 초월적이고 항구적인 복음의 메시지를 분리해 내는 탈상황화의 한계, 그리고 오늘의 회중에 대한 적실성 있는 설교를 위한 재상황화의 단계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설교적인 상황화 전략은 구체적으로 본문 주해를 통한 주해의 중심사상과 보편적인 신학적 중심사상, 그리고 현실 적합성을 고려한 설교의 중심사상을 단계적으로 파악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며 “설교자는 성경이 현대의 회중을 향해 윤리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윤리적인 적용 방안의 다양성을 고려하고, 구원에 관한 성경 말씀이 개인의 정체성 변화뿐만 아니라 설교를 듣고 신앙을 공유하는 신앙 공동체나 교회의 공동체적 정체성의 형성과 촉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음과 상황이 함께하는 복음주의 기독교교육의 모색’을 주제로 발표한 나삼진 박사(예장고신 총회교육원장)는 복음과 상황을 고려한 성경공부 교재 개발, 교리교육의 강화, 문화와 상황에 대한 가치관의 교육 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 박사는 “다원주의 시대에 ‘복음과 상황’의 문제는 신학계뿐만 아니라 기독교교육계에도 여전히 중요한 주제로 부상하고 있다”며 “복음과 상황에 대한 균형 있는 관심은 복음의 독특성을 약화시키거나 복음의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상황 가운데서 복음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하고, 상황에 적실한 기독교교육으로 상황을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변혁시킬 수 있게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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