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이사회 "3명 선교사 억류는 자의적 구금, 즉각 석방해야"

WGAD, 지난 13일 "법적 근거 불명확한, 심각한 권리 침해" 선교사 가족 "유엔이 나서주어 감사, 신속한 석방 바란다"

2025-03-14     이인창 기자

북한에 강제 억류돼 10년이 넘도록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와 관련해 유엔인권이사회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Working Group on Arbitrary Detention, 이하 WGAD)이 “선교사들에 대한 자유 박탈은 자의적인 구금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공표했다.

WGAD는 1991년 유엔 인권위원회가 설립한 독립적 인권 전문가 그룹으로, 임의적인 인권 구금사례를 조사해 확인되면 해당 국가에 구금된 인사의 석방이나 배상, 재발방지 조치 등을 권고하고 있다. 또 관련 결정은 인권위원회 연례보고서에 제출된다.

스위스 제네바 현지시간으로 지난 13일 3명 선교와 관련한 결정 의견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한 WGAD는 “북한이 선교사들에 대한 체포, 구금을 정당화하는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지시하고 있았고, 불명확한 범죄를 근거로 신념과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 변호인 조력 등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침해했고 종교 활동에 대한 차별적 의도에 의해 자유가 박탈됐다”며 결정 이유를 근거로 제시했다.

의견서에서는 북한 당국이 세계인권선언 제2조, 제3조, 제8조, 제9조, 제10조, 제13조, 제18~19조뿐 아니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조, 제9조, 제12조, 제14조, 제19조, 제21조, 제 26조를 위반했다면서 구체적인 규정들을 다수 언급한 점도 눈길을 끈다.

세계인권선언 제2조는 “모든 사람은 인종,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기타 견해와 같은 어떠한 종류의 차별이 없이 이 선언에 규정된 모든 권리와 자유를 향유할 자격이 있다. …국가 또는 영토의 정치적, 법적 또는 국제적 지위에 근거하여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6조는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고 어떠한 차별도 없이 법의 평등한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를 위하여 법률은 모든 차별을 금지하고… 어떠한 이유에 의한 차별에 대하여도 평등하고 효과적인 보호를 모든 사람에게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WGAD는 북한 당국에 대한 요구사항으로 △국제법에 따른 즉각적인 석방과 보상 및 배상권 제공 △자의적 자유박탈 상황에 대한 완전하고 독립적인 조사 보장 △권리침해 책임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 △ 이번 결정의 광범위한 공표 등 4가지를 제시하면서 6개월 이내 이행을 촉구했다.

통일부는 “WGAD 의견서가 채택된 것은 북한의 행위가 국제법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임을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결론내렸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정부의 정당한 요구를 국제사회가 인정하고 북한에게 이를 엄중히 경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일부는 “북한은 이번 유엔 실무그룹 의견서 채택을 통해 확인된 엄중한 경고를 심각하게 인식해 국제 사회의 요구들을 즉각 수용하고 신속하게 이행해야 한다”면서 “북한은 ‘세계인권선언’과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유엔 회원국 및 규약 당사국으로서 성실히 준수할 국제법적 의무가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적극적인 조치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영호 통일부장관은 2023년 장관 취임 직후 ‘납북자대책팀’이 신설했으며, 10년이 넘도록 북한에 불법 억류되어 있는 선교사들을 즉각 송환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7월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TJWG)」’은 억류 선교사 가족들의 동의 아래 진정서를 작성해 WGAD에 제출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억류자 가족들이 납북자대책팀과 함께 제네바 WGAD를 방문해 유엔 차원의 적극적인 관심와 협조한 바 있다.

선교사 가족들도 환영 입장을 나타내고, 이번 결정이 나올 수 있도록 협력해준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정욱 선교사 아내 이복주 씨는 “북한에 있는 남편과 선교사님들이 말할 수 없는 참혹한 환경에 처해 계시는 것에 대해 유엔이 강력하게 나서준 것이 너무나 기쁘고 감사하며, 신속한 석방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김국기 선교사의 아내인 김희순 씨도 “고통받고 있는 남편을 생각하면 너무나 반가운 소식이고 ‘납북자대책팀’이 생기고 나서 유엔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니 희망이 생긴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최춘길 선교사의 아들 최진영 씨는 “제가 처음 공개적으로 유엔인권이사회 행사에 가서 북한에 빼앗긴 아빠를 돌려달라고 한 지 1년이 됐는데 1년 만에 이렇게 의미 있는 결정이 나온 게 너무 감사한 일이다. 북한이 6개월 안에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하니, 부디 이번 기회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선교사님들을 모두 석방해주기를 호소한다”고 간절한 마음으로 요구했다.

억류자 가족들을 대리해 WGAD에 진정서를 제출한 ‘전환기 정의 워킹그룹’ 법률분석관 신희석 박사는“유엔 차원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메시지”라며 “광범위한 인권침해까지 확인하고 반인도 범죄 해당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김정욱 선교사는 기독교한국침례회 소속으로 중국 단둥을 기반으로 탈북민 등을 위한 구호활동과 선교활동을 펼치던 중 평양으로 유인돼 2013년 10월 북한 당국에 의해 체포 구금됐으며, 2014년 무기노동교화형이 선고됐다.

김국기 선교사는 예장 합동중앙총회 소속으로 2003년부터 북한 동포를 돌보며 대북 인도적 지원 사역을 하다가 2014년 10월 체포돼, 2015년 무기노동교화형을 받고 억류 중이며, 최춘길 선교사 역시 단둥을 기반으로 탈북민을 돕다 2014년 12월 체포돼 2015년 6월 역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가족에게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