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 위기의 청빙 돌아보기

2025-02-13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몇 년 전 중형교회의 위기에 관해서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다. 중형교회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 25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며 현재 중형교회의 위기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처음 조사를 의뢰받고 시작할 때만 해도 이게 어떤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란 확신이 없었다. 그런데 연구를 진행하면서 보니 심각했다. 많은 중형교회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그 연구의 제목을 ‘한국교회 마지노선, 중형교회’로 정했다. 이제 작은 교회는 지킬 수 없는 전선이 되었고, 중형교회마저 무너지고 있는데, 중형교회가 무너지면 한국교회가 함께 무너질 것이란 생각이었다.

중형교회의 어려움은 상당히 복합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리더십의 교체였다. 은퇴와 청빙과 이후 새로운 목회까지의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교회들이 많았다. 이 어려움의 주체는 과거 전임 목사와 후임 목사였다. 대부분 전임 목사의 지명에 따라서 후임 목사가 오는데, 여기서 전임과 현직의 헤게모니 다툼이 컸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둘이 해결하면 되었다. 즉 하나가 굴복을 하던, 둘이 타협을 보던 하면 되었다. 그런데 요즘은 당사자가 다양하다. 일단 청빙과정에서 주체는 장로들이다. 당회를 이루고 있는 장로들이 청빙과정을 이끌어 간다. 심지어 전임목사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목사가 은퇴한 이후에 청빙위원회를 꾸리는 교회도 상당수 있다. 장로들이 주도권을 가지게 되면 교회는 파벌을 가지게 된다. 의견이 일치되면 가장 좋겠지만, 많은 경우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가 있다. 처음에는 기도 가운데 교회에 적합한 후보자라고 생각하며 밀고 있는데, 나중에는 파벌싸움이 된다. 정말 타협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그 찬성파는 자신들이 새로운 목사를 모셔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를 기대하게 된다. 이 가운데 새로운 목사는 갈등의 중심에 서게 된다. 심지어 청빙위원을 했던 장로가 노골적으로 “나는 당신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직접 이야기하기도 한다. 여기서 목사의 리더십은 한없이 무너지게 된다.

또 청빙위원회가 장로 중심으로 이루어지면 결국 노령화의 문제가 생긴다. 대부분의 교회는 60대 남성의 시각에서 목사를 청빙하게 된다. 그게 평균 장로들의 나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새로운 목사는 앞으로 20~30년 목회를 이어가게 된다. 결국 목사가 함께 사역을 할 파트너는 현재 40대와 50대이다. 그리고 미래를 생각해 보면 목회의 대상은 현재 30대부터 50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현재가 아니라 미래를 생각하며 목회자를 청빙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청빙위원회는 30대부터 50대로 꾸려져야 한다. 그리고 남성들이 아니라 교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도 다수 참여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청년들도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

청빙은 설교 잘하는 목사를 모셔 오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많은 교회가 목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설교인 줄 안다. 그래서 청빙 과정에서 하이라이트는 설교 오디션이 된다. 청빙위원회에서 2~3명의 후보를 내어놓고, 날을 잡아 설교를 시키고, 교인들이 투표하는 형식이다. 이는 설교만 잘하면 목회가 잘 되는 줄 아는 착각이다. 목회에서 설교보다 중요한 것은 목사의 인품이며 생각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그의 리더십과 비전이다. 그래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한국교회가 어려운 가운데 많은 교회가 청빙 과정을 거치고 있다. 아마 교회의 가장 큰 위기일 것인데 교인들은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 하나님의 은혜가 더해서 교회가 더 든든히 세워질 수 있는 청빙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