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교회생활과 신앙생활
Y목사님의 설교 예화가 생각난다. 어느 날 심방을 마치고 교회로 가던 중 시장 근처에서 두 여인이 욕설과 함께 고성으로 삿대질을 하며 싸우더란다. 자연스레 구경꾼들이 모여들 수밖에. 여자 한 분이 싸움판에 들어서 한 쪽을 말리며 거든다. “집사님! 집사님이 좀 참어.” 목사님이 왠지 그 한 쪽 분이 낯이 익어 서너 걸음 다가가보니 아뿔싸! 자기 교회 교인이 아닌가. 목사님은 불편한 심기로 종종걸음으로 교회에 들어왔다. ‘교회생활을 그렇게 잘 하는 사람이….’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각종 예배, 기도회, 모임(행사)에 모두 참여하여 교회에서는 찬사를 받는 신앙인이나, 사회나 직장에서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또, 교회의 중직자들이 한 직장에서 갈등을 일으키며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는 일도 목격한다. 우리는 삶 속에 신앙이 오롯이 반영되어 상황과 본분에 따라 마땅히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참 신앙생활임을 알아야 하리라.
교회생활과 신앙생활. 문득 조 목사님의 『파이프 행복론』에 나오는 글이 떠오른다. 그분의 말씀은 이렇다. ‘교회생활’은 ‘신앙생활’이라는 등식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이 둘은 같은 것이 아니다. 신앙생활이 교회생활보다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이라 할까. 교회생활은 신앙생활의 일부일 뿐이다. 예수님을 믿는 사람에게는 모든 삶이 다 신앙생활이다. 24시간이 신앙생활이 되어야 한다. 가정생활, 학교생활, 직장생활이 신앙생활이 되어야 한다. 신앙을 바탕으로 한 일상의 삶이 신앙생활이다. 신앙생활이 교회 가는 일만으로 한정지어질 때, 종교적인 행위로만 여겨질 때 매우 안타깝다고 전한다.
신앙생활과 교회생활은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성경적으로 보면 좀 다른 영역이다. 먼저, 교회생활은 겉으로 나타나는 외형적인 일인 반면, 신앙생활은 내면의 변화이다. 교회생활은 예배 참여, 나와 우리 교회 사람들과 관계, 교회 행사와 교회가 요구하는 일에 열성으로 참여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 신앙생활은 나와 하나님과 관계를 맺는 일이다. 내 영혼의 건강, 내 믿음의 성숙과 관계가 있다. 자칫 내 교회생활이 내 신앙생활보다 더 익숙해지는 수가 있다. 신앙이 ‘예배와 교회 행사 참여’라는 사고와, 신앙은 ‘생활’ 또는 ‘삶’이라는 생각 중 어느 편이 더 맞는 말일까?
흔히 우리는 교회생활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믿음이 좋은 사람이라고 여긴다.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지만, 실은 믿음이 좋은 사람이란 신앙생활을 잘 하는 사람이다.
이는 교회에서 하는 언행과 집이나 직장에서 하는 언행이 같은 사람을 가리킨다. 교회 오면 열대 지방을 살고, 밖에 나가면 한대 지방을 사는 이들을 신앙생활을 잘 하는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다. 믿는 사람으로서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뇌가 있어야 하고, 교회 밖에서는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과는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한다. 욕심을 내자면, K교수의 말씀대로 진정한 크리스천이 머무는 곳에는 언제나 하늘나라의 후광과 그림자가 깃들어야 한다.
교회는 교우들을 교회생활만 열심히 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신앙생활을 잘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독교의 진리는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지 교회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앙생활’이란 참된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것, 하나님과 깊은 영적 교제를 나누며 사는 것,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말한다. 교회가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우들을 이끌지 않는다면 진리를 모르는 맹신도만 양산하게 된다. 우리는 이제 교회생활을 과감히 벗고 신앙생활로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