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 이야기] 마가복음과 예수님의 탄생
김병국 교수의 신약성경이야기 (12)
마가복음에는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마가복음의 별명은 ‘베드로의 설교집’입니다. 마가는 베드로를 따라다니며 극진히 섬겼던 사람입니다. 베드로는 그를 ‘내 아들’이라고 부릅니다. “택하심을 함께 받은 바벨론에 있는 교회가 너희에게 문안하고 내 아들 마가도 그리하느니라”(벧전 5:13) 베드로와 마가가 어느 날 로마에 가서 전도를 했습니다. 그들은 로마 군인들, 그중에서도 말을 타는 로마 기병대에게 전도를 했다고 합니다.
고대 로마에서 기병대는 일반 보병보다 교육 수준이 높았습니다. 왜냐하면 기병대는 자기가 탈 말과 함께 입대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말을 소유할 수 있던 사람들은 부자나 귀족밖에 없었습니다.
베드로가 그들에게 복음을 전한 후 떠나려고 하자 그들이 베드로를 붙들고 부탁을 했다고 합니다. 자신들은 베드로가 떠나고 나면 들었던 내용을 곧 잊게 될지도 모르니 그 내용들을 글로 적어서 남겨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베드로는 그 부탁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른 곳에 가서 빨리 전도를 해야 하는데 길을 막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말이 타당성이 있었기 때문에 동역자 마가로 하여금 평소에 베드로가 했던 설교 내용을 책으로 기록하게 했다고 합니다.
<마가복음의 탄생> 그래서 마가는 자신이 지금까지 계속 반복해서 들었던 베드로의 설교말씀을 예수님의 사역 순서에 따라 책으로 기록했습니다. 이것이 마가복음입니다. 마가는 예수님의 수제자이자 사도이신 베드로의 말씀에 감히 무엇을 덧붙이거나 뺄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마가복음은 마가의 기록이기는 하지만 베드로의 설교집이라고 불립니다. 마가는 베드로의 말을 그대로 적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베드로도 마찬가지입니다. 베드로는 하나님의 아들이시자 자신의 주님이신 예수님의 언행을 가감 없이 그대로 전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메시지의 중심은 하나님의 나라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자신의 탄생에 대해 이야기를 하신 적이 없습니다. 예수님의 탄생 이야기는 아무리 겸손하게 사실 자체만을 전한다 해도 엄청난 자기 자랑이 됩니다. ‘당신들 중에 잉태될 때 천사가 그것을 알려주었던 사람이 있는가? 나는 가브리엘이 직접 나의 잉태에 대해 전해 주었다. 당신들 중에 태어날 때 천사가 나타났던 사람이 있는가? 나는 태어날 때 천군천사가 하늘에서 모두 내려왔었다. 당신들 중에 태어났을 때 고명하신 동방의 박사들이 와서 절을 한 사람이 있는가? 나는 그분들이 찾아와서 아기인 나에게 절을 하고 예물까지 바치고 갔었다.’ 이건 뭐 아무리 객관적 사실만 이야기해도 엄청난 자기자랑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탄생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탄생에 대해 말씀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베드로도 거기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베드로의 설교를 그대로 기록한 마가복음에는 예수님의 탄생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입니다.
백석대·신약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