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 아닌 ‘최후 승리’ 종말, 제대로 알아야”
『세상을 유혹한 종말론』 정윤석 지음 기독교포털뉴스 고대부터 현대까지, 시한부 종말론자들의 연대기
기독교인에게 있어서 ‘종말’은 절망이 아닌 희망이다. 그러나 불건전한 종말론은 성도의 건강한 삶과 성경의 올바른 이해의 걸림돌이다. 기독교인에게 있어 필수적이지만, 악용될 소지가 다분한 종말론의 계보를 짚어주는 책이 발간됐다. 『세상을 유혹한 종말론』은 2세기부터 현재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종말론을 주창했던 이들을 살펴보고 한국교회를 향한 제언을 던진다.
저자는 “2000년 기독교 역사 속에서 종말론은 끊임없이 우리와 함께 호흡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종말론이 어떤 사회에서 탄생하고 피해자들 인생을 착취했는지 정리한다. 건전한 종말론이 우리 가운데 자리 잡고 ‘세상 끝’에 대한 건설적인 논의가 있길 바란다”고 집필 의도를 밝혔다.
교부 시대부터 등장한 종말론
종말론의 시초를 찾기 위해서는 2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최초의 이단이자, 기독교 역사의 첫 종말론을 만들어 낸 인물은 교부 시대에 활동했던 ‘몬타너스’다. 그는 직통계시, 시한부 종말론, 떠나는 신도 저주 등 현대 이단이 가지고 있는 행태의 원조다. 책은 “몬타너스가 활동하던 시기는 외부적으로는 전쟁이 일어났고 내부적으로는 전염병이 창궐한 상황이었다. 또한 기근과 홍수, 이민족의 침입이 발생해 나라가 혼란스러웠다. 게다가 그리스도인들은 모진 핍박을 받고 있었다”면서 “몬타너스는 이방신 ‘큐렐’의 사제였다가 기독교로 개종한 사람이다. 이방신을 믿던 시절 행하던 접신, 황홀경, 환상, 점치듯 예언 등을 교회로 가지고 들어왔다. 어려운 사회 속 박해까지 받는 그리스도인 중 일부는 종말론에 빠지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이어 최초로 종말 날짜를 계산한 인물을 소개한다. 그는 바로 시토회 사제 피오레의 요아킴이다. 십자군 전쟁이 일어나 수시로 이스라엘의 주인이 바뀌는 혼란한 시대에 살던 요아킴은 수도사 생활 초기부터 신비체험을 자주 경험했다고 알려져 있다. 자연스럽게 그는 마지막 때를 살고 있다고 여겼고 요한계시록에 빠져들었다. 그가 남긴 종말 계산법과 요한계시록 및 다니엘서 해석은 후대까지 영향을 미치며 불건전한 종말론자들을 양성했다. 덧붙여 책은 신대륙 발견으로 이름을 알린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와 만류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 역시 종말론의 맹신자였다는 사실을 서술해 독자의 흥미를 유발했으며, 비교적 독자들에게 익숙한 근현대사의 종말론을 다뤄 기독교와 함께했던 종말론을 열거한다.
한국에서 이단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종말론
기독교와 같이 자연스럽게 탄생한 종말론은 한국에서도 태동했다. 책은 한국의 종말론은 세대주의에서 기원한다고 진단했다. 세대주의가 한국 선교에 기여한 점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그들이 가져오는 부작용에 대해 경고하며 한국의 대표적인 종말론 이단을 정리했다. 특히나 서양에서 종말론을 주장했던 모든 인물이 이단으로 낙인찍히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종말론을 이용한 종교사기가 대부분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먼저 우리나라 최초의 종말론 이단 ‘남방여왕’을 언급하며 “그의 행적에 대한 자료는 미약하지만 몇 가지 특징은 확인할 수 있다. 요한계시록을 통독했으며 자신이 만병통치의 기적을 행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측근과 더불어 음행을 행했고 신을 자처했다”면서 “100년 전의 교주지만, 놀랍도록 현재의 이단·사이비 교주의 추태가 떠오른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이단 단체를 지적한다. 책은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일명 신천지의 종말론 역사를 파헤친다. 관련해서 “지금은 14만 4천의 신도가 모여야 마지막 때가 온다는 조건부 종말론을 주장하지만 원래 신천지는 공식 창립일인 1984년 3월 14일에서 3년 반 후인 1987년 9월 14일을 종말로 지정했었다”면서 “예언이 불발된 이후 많은 사람이 이탈했기 때문에, 재빨리 말을 바꿨다. 예언이 이만희 총재의 말이 아니라는 식이었다. 명백한 종교 사기”라고 부연했다. 이외에도 △한국형 한 때 두 때 반 때의 시작, 한에녹 △10대의 나이에 종말론 이단 교주가 된 유재열 △계속해서 예언이 바뀌는 안상홍과 하나님의교회 △이스라엘 독립 기준으로 종말 날짜를 정한 이장림 등을 나열한다.
파괴와 공포의 종말론을 넘어서
종장에는 한국교회를 향해 “세상은 지금 종말론으로 다시 들끓을 조짐이다. 전쟁과 기근 등은 한 번도 없었던 적이 없었다. 매스컴이 발달한 현대에 재난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질 뿐이다. 이럴 때 연도를 계산하거나 예언을 통해 종말을 이야기하는 요설은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성경적이고 건강한 종말론을 가져야 한다. 그 어떤 교리보다 먼저 종말론에 대한 교리를 심도 있게 다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시한부 종말론을 야기하는 성경해석에서 탈피 △세대주의적 해석 지양 △직통계시 경계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성경에서 재림보다 더 강조되는 최종 승리의 진리보다 종말론에 끊임없이 집착했던 점을 꼬집은 것. 저자는 “유사 시한부 종말론자들은 필자가 마지막까지 싸워야 할 사이비라 생각한다”며 “종말론을 철저히 분석하고 치열한 반성이 없이는 또 다른 유형의 종말론자가 등장했을 때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 뻔하다”고 주의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