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 이야기] 로마시와 유대시
김병국 교수의 신약성경이야기 (4)
예수님 당시에 이스라엘에서 사용되던 시간 체계에는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로마시와 유대시입니다. 로마시는 따로 설명할 것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시간 체계가 바로 로마시입니다. 로마시가 유럽시가 되었고 유럽시가 오늘날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시간 체계가 되었습니다.
✽ 유대시의 낮 시간
유대시 중에서 낮 시간에 대해 설명합니다. 유대인들은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를 열둘로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해가 뜰 때를 0시, 해가 질 때를 12시라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런 방식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일출시와 일몰시가 일 년 내내 조금씩 바뀌는 것입니다. 해가 떠 있는 시간이 달라지면 한 시간의 길이도 달라집니다. 여름의 한 시간은 겨울의 한 시간보다 깁니다. 그래서 성경에서 제3시라고 하면 컴퓨터를 사용해서 그날의 일출시와 일몰시를 알아낸 후 제3시가 몇 시였는지를 계산해야 합니다.
이것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평균을 내기로 했습니다. 예루살렘의 위도는 북위 약 31.8도이기 때문에 연교차가 그렇게 크지는 않습니다. 일 년 평균을 내보니 일출시간은 우리 시간으로 오전 6시 정도, 그리고 일몰시간은 오후 6시 정도가 됩니다.
그런데 다행인 것이 유대시도 로마시와 마찬가지로 낮 시간을 12개로 나눴습니다. 그래서 유대시 0시(일출)는 로마시 6시, 유대시 1시는 로마시 7시, 이런 식으로 일정한 규칙성을 보입니다. 등차수열을 이루는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에서 유대시가 나오면 거기에 6을 더하면 그것이 우리 시간이라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 로마시와 유대시의 밤 시간
유대시와 로마시의 밤 시간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로마인들은 24시간 체계를 가지고 있었지만 야간에는 특별히 한 시간 간격으로 시간을 나눌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로마군의 보초교대 시간을 토대로 야간 시간을 넷으로 나누었습니다. 즉 우리 시간으로 저녁 6시부터 9시까지를 제1경, 9시부터 자정까지를 제2경, 자정부터 밤 3시까지를 제3경, 밤 3시부터 새벽 6시까지를 제4경이라고 불렀습니다.
성경에 가끔 ‘밤 사경’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것은 로마시입니다. “밤 사경에 예수께서 바다 위로 걸어서 제자들에게 오시니”(마 14:25; 참조, 막 6:48) 반면 유대인들은 밤을 간단하게 셋으로 나눴습니다. 대략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를 제1경, 10시부터 밤 2시까지를 제2경, 밤 2시부터 아침 6시까지를 제3경이라고 불렀습니다.
백석대·신약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