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교육하며 여성들의 자립 꿈꿔
한국 기독교 유산을 찾아서 (21) // 호남지방 최초의 근대적 여성교육기관 ‘멜볼딘여학교’
군산에는 많은 ‘최초’가 존재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야구부, 최초의 축구부, 최초의 밴드부. 그 중 비록 우리나라 최초는 아니지만 호남 최초 타이틀을 가진 기관이 있다. 바로 호남 최초의 여성을 위한 근대적 교육시설 ‘멜볼딘여학교’다.
멜볼딘여학교는 미국 남장로회 소속의 선교사 윌리엄 전킨 선교사가 1903년 군산영명학교를 설립하며 군산 지역의 여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했다. 당시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남녀유별’ 관념으로 인해 남아와 여아를 같이 교육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처음에는 포부 당당하게 교육을 시작했다. 음악과 위생교육은 물론 자수 놓는 법과 한글 및 산수 그리고 성경을 가르쳤다. 군산 시민뿐만 아니라 타지방 여학생들이 와서 교육을 받을 정도였다. 전킨 선교사의 교육 선교는 순항하는 듯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암초를 만나고 만다. 1905년 8월부터 다음 해까지 학교 운영 인력이 부족함에 따라 운영이 중단되었던 것. 교육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던 여학생들과 부모들의 강권으로 선교사 부인들이 개인 교습을 하는 등 노력으로 명맥을 이어갔다. 다행히도 1906년 학교가 다시 운영됐다. 36명의 학생이 초등과정을 교육받을 수 있었다.
1906년 학교 수업이 재개될 당시 멜볼딘여학교에는 큰 변화가 발생한다. 먼저 2대 교장에 윌리엄 불 선교사의 아내 엘리자베스 불 선교사가 취임했던 것이다. 또한 정식 명칭을 멜볼딘여학교로 결정했다. 멜볼딘여학교의 이름에는 비밀이 숨어있다. 엘리자베스 불은 미국 버지니아 소재의 렉싱턴 장로교회의 여성 성도들의 헌금을 통해 학교를 신축했다. 또한 학교 건립에 부족한 금액은 버지니아의 메리볼드윈칼리지(Mary Baldwin College) 학생회로부터 도움을 받았으며 학생회는 이외에도 매월 1천 달러를 지원했다. 메리볼드윈칼리지의 도움을 기념하고자 이름을 ‘멜볼딘’이라 정했던 것이다.
새로운 이름과 함께 멜볼딘여학교는 호남 지역 여성들의 완전한 자립을 목표로 교육을 이어갔다. 멜볼딘여학교 학생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가 마을 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활동을 하며 멜볼딘여학교의 정신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군산에도 3.1운동에 대한 소식이 전해졌다. 군산영명학교의 교사들과 학생들이 만세운동을 준비하자 멜볼딘여학교도 기꺼이 동참했다. 이에 일제에 의해 핍박받았으며, 끝내 신사 참배를 거부하고 1940년 자진 폐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