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도 귀한 영혼, 전도 아닌 섬김으로 다가가야”
지역 시니어 섬기는 덕수교회 투 트랙으로 꾸려진 노인대학 저소득층 지역 어르심 섬김과 엘리트 시니어 자기계발도 지원
대한민국은 65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적에 두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고령인구 비율이 증가함에 따라 반대로 저연령층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와 사회의 어제와 오늘을 지켜온 ‘시니어’를 위한 사역에 공을 쏟는 교회가 있다. 바로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덕수교회(담임:김만준 목사)가 그곳이다.
덕수교회는 지난 1989년부터 노인대학을 시작으로 시니어 사역을 전개했다. 2000년 ‘평생교육 커리큘럼의 이론과 실제’라는 제목의 연구과제를 발간해 어린아이부터 노년까지 전 생애를 아우르는 교회 교육 커리큘럼을 꾸렸다. 교회 사역도 커리큘럼에 맞춰 실시해 오고 있다.
김만준 담임목사는 “한국교회는 다음세대가 줄어들며 교회의 존폐 여부에 위기감을 느껴 다음세대 사역에 초점을 맞춘다. 다음세대도 중요한 것은 맞지만 지금 당장 눈앞에 있는 성도들에게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시니어도 귀한 영혼들이다”면서 “덕수교회가 위치한 성북구의 65세 이상 인구는 서울시 평균보다 높다. 또한 저소득층 노인 가구가 많고 주거지가 오래됐다. 좁은 골목과 높은 언덕으로 인해 노인들이 생활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덕수교회는 시니어 사역을 복음 전파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지역을 섬긴다는 마음가짐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을 섬기는 덕수 만나학교
덕수교회의 노인대학은 ‘만나학교’라 지칭한다. 덕수교회 시니어 사역의 특징은 전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덕수교회는 상대적으로 시니어가 많고 저소득층 시니어와 시니어에게 어려운 환경에 노출된 지역 특징을 고려해 신앙 유무에 상관없이 시니어를 섬기는 사역을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24년 상반기에 재적 113명 중 90% 정도가 덕수교회 성도가 아닌 성북동 주민이다.
만나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이산하 목사는 “복음을 실천함에 있어 무조건 복음을 전하는 것이 답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교회 내부에 형성 됐다”며 “교회 안으로 모으는 사역이 아니라 교회가 지역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매개체가 되는 사역을 하자는 마음을 모았다. 그렇기에 노인대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회 초청 잔치’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회로 부르는 사역을 하지 않지만, 덕수 만나학교는 충분히 ‘그리스도의 향기’가 되고 있다. 시니어를 포함한 지역의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사역을 인정받아 성북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등대지기로 덕수교회를 임명하는 경사도 있었다. ‘등대지기’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돌보는 이웃을 뜻한다. 이외에도 만나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이산하 목사는 성북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매의 눈’으로 소외된 이웃을 찾고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이산하 목사는 만나학교에 대해 “많은 시니어들이 은퇴를 하면 외로움을 느낀다. 경제적으로 준비되지 않은 은퇴라면 여전히 바쁘고 힘들게 일을 한다”면서 “만나학교는 비록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같은 나이대와 같은 신체 컨디션을 가지고 비슷한 고충을 겪고 있는 시니어들이 모여 웃고 즐기는 시간이다. 행복한 시간을 제공하는 것에 집중한다. 기독교인이 아닌 어르신이 만나학교를 통해 삶의 활력을 얻었다고 그 어르신의 자녀가 후원금을 전달한 적이 있었다. 만나학교가 지역 어르신들에게 힘을 드린다 생각 들어 뿌듯했던 경험이고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기에 기뻤다”고 전했다.
시니어들의 행복한 시간을 위해 만나학교는 매주 화요일 2시간 동안 운영한다. 짧은 예배 후 시니어들이 서로를 알아가고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서로의 일상을 나누며 공동체 의식을 키워간다. 이어 시니어들이 관심 가질 만한 ‘노래 교실’, ‘건강 체조’, ‘미술 심리’ 등 활동을 하며 시니어들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만나학교의 모든 활동이 끝난 후에는 교회에서 식사와 함께 교제를 나눈다.
시니어의 지적 욕구 충족을 위해
만나학교를 통해 시니어 사역을 이어가던 덕수교회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사역도 변화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또 다른 모습의 지역 시니어 섬김을 구상했다. 과거 시니어들의 학력 수준이 높지 않았을 때는 노인대학인 만나학교로도 충분히 시니어를 섬길 수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생활 수준이나 학력 수준이 높은 시니어가 등장했다. 교회는 새롭게 등장한 고학력 엘리트 시니어를 섬길 새로운 사역이 필요했다.
새로운 사역이 요청됨에 따라 탄생한 것이 ‘늘푸른복지문화대학’이다. 늘푸른복지문화대학은 상대적으로 만나학교의 교육 커리큘럼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시니어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2016년 ‘문화대학’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만들어졌다.
문화대학의 가장 큰 특징은 수강생과 강사진 모두가 시니어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즉 시니어가 문화대학의 운영 주체이다. 스스로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한 학기 운영을 끌고 간다. 상대적으로 은퇴한 교수 등 고학력 시니어가 많은 문화대학은 강사 초청까지 자율적으로 진행한다. 이들은 자율성을 가지고 문화대학을 운영하는 것에 많은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문화대학을 담당하고 있는 이진우 목사는 “늘푸른복지문화대학의 수강생은 운영에 실질적으로 참여를 하면서 자기효능감을 찾는다. 강사로 오는 시니어들도 은퇴 후 소일거리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자기실현의 장이 연장됐다고 생각해 열정적으로 강의에 임한다”면서 “시니어가 강의하고 시니어가 수강하다 보니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한다. 똑같은 건강강의를 해도 젊은 사람이 하는 것보다 같은 시니어가 할 때, 더 많은 공감을 한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문화대학의 수강생들은 매 학기 △문학 △예술 △문화 △영화 △건강 △역사 등 하나의 키워드를 정하고 그에 맞는 강사를 섭외한다. 강사들 대부분은 은퇴 교수들이다. 강사들의 훌륭한 강의 퀄리티가 문화대학의 또 다른 자부심이다.
또 다른 손길로 섬기며
투 트랙으로 진행되는 만나학교와 늘푸른복지문화대학 외에도 덕수교회에서는 지역 시니어와 한국교회를 섬기기 위한 노력을 쏟고 있다. 덕수교회에서 운영하는 덕수 데이케어센터는 전문 복지사와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가 상주하는 장기요양사업기관이다. 데이케어센터는 어르신의 생활 안정과 심신 기능 유지에 전력을 쏟는다. 또한 가족들의 경제활동 유지와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역에서 모범적인 노인복지시설로 높은 평가를 받아 입원하기 위해서는 2년 이상의 대기가 필요할 정도다.
또한 덕수교회는 ‘한국노인샬롬복지원’이라는 연구법인도 운영하고 있다. 2000년부터 전 연령을 아우르는 교육 커리큘럼을 준비했던 덕수교회는 샬롬복지원을 통해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만나학교와 늘푸른복지문화대학의 교사들을 교육하는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사역의 전문성을 더하고 있다.
이외에도 덕수교회는 매주 화요일 노숙인들을 위해 구제비와 간식을 제공하고, 매 명절마다 교회에서 성북동에 있는 6개 노인정에 선물을 보낸다. 또한 상반기와 하반기에 병원을 찾아가기 힘든 어르신들의 집에 의사와 약사와 함께 방문해 무료로 진료를 하기도 하며 식사가 힘든 어르신들에게 식사를 배달해드리기도 한다.
이산하 목사는 “많은 교회들은 지역 주민을 전도의 대상으로만 여긴다. 그러나 덕수교회는 지역과 화합하며 섬기기 위해 노력한다. 원로목사 때부터 이어져 온 교회의 전통이다. 지역 주민들이 교회의 노력을 알아준다. 덕수교회에 대한 감사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지역을 섬길 수 있어서 오히려 우리가 감사하다”며 “특히 지역에 계신 어르신들을 섬길 수 있어 감사하다.노년은 우리의 미래다. 시니어를 섬기는 사역이 한국교회에 번져가길 소망한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