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 예술가 ‘공공선’ 추구할 때 공동체의 변혁 이끌어”

아트미션, 23일 ‘제22회 크리스천 아트포럼’ 개최

2024-08-23     정하라 기자

기독교 예술은 어떻게 ‘공공선’ 추구에 기여할 수 있을까. 공공선을 추구하는 기독교 예술의 ‘문화 돌봄’ 활동을 통해 세상에 복음을 확산할 방안을 논의하는 장이 마련됐다.

아트미션(회장:양지희) 주최로 제22회 크리스천 아트포럼(C.A.F)이 ‘기독교 예술의 공공성’을 주제로 23일 서울 중구 경동교회에서 개최됐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서성록 명예교수(안동대 미술학과 명예교수)는 ‘시각예술의 공동선:이웃과 함께 하는 새로운 노멀’을 주제로 강연했다.

아트미션

‘공공미술’은 말그대로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설치, 전시되는 작품을 뜻한다. 과거에는 주로 그 공간을 상징하는 기념 조형물에 한정됐다면, 지금의 공공미술은 지역사회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수단으로 확장되고 있다.

서 교수는 “현대에 들어와 도시에서의 미술의 공공성이 강조되고 그 담론이 논의되는 것은 그만큼 인간이 어떤 공간에 놓이느냐에 따라 심리와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이라며 “미술의 공적 역할은 예술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동시대 시민들의 행복과 안녕을 추구하는데 맞춰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미술품은 특별히 지역주민과의 ‘교감’이 주요한 키워드로 등장한다. 공공미술품의 사용권은 두말할 것도 없이 지역민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건물 앞이든 공원이나 길가나 수변이든 주변 환경과의 조화는 물론이고 공간의 역사성, 지역민들을 위한 배려 위에 기획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공공미술은 화랑이나 미술관의 전시작품과 사뭇 다른 성격을 지닌다. 특정장소에 놓이며, 그 미술품을 원하는 사람이든 원하지 않는 사람이든 상관없이 ‘조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시장의 미술품과는 구분된다.

서 교수는 “예술 작품이 공공장소에 놓이는 순간 특정인의 것이 아니라 공공재로서 그 성격이 바뀌게 된다. 공공미술품은 물론 미술가의 권리와 함께 거주민들의 권익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전했다. 미술가가 공공예술품을 조성한다면, 공동체를 위해 ‘무엇이 좋은 작품인지’ 먼저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것.

예술가가 자신의 창조활동을 공공의 영역에 사용할 때 지역을 변화시키고 개선시키는데 일조한다. 그 예로 미국의 도시 디자이너 마크 레이크먼은 그의 고향 오리건주 포트랜드 셀우드 마을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자신의 마을에 광장이 없다는 점을 깨닫고 교차로를 주민들의 ‘공유광장’으로 대체시켰다. 교차로를 공유광장으로 바꾼 그의 발상은 궁극적으로 마을의 변화를 이끌었다.

특히 크리스천의 사회적 역할로 ‘공공선의 추구’를 강조했다. 서 교수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하지만 넓게 보면 우리의 도시 전체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며, “‘코이노니아’의 연장선상에서 인간의 본질적 삶이 ‘관계적’이라고 보았을 때 지역사회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아트미션

신앙인이 교회의 경계를 넘어 지역주민과 접촉하고 소속감을 나누며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주민의 나눔, 신앙의 실천이라는 점에서도 바람직하다는 것.

서 교수는 “도시 안에서 기독교적 사랑의 실천은 사회 분열과 서열을 뛰어넘으며 진정한 애착의 유대감을 창조하는 방향으로 공동선의 추구를 장려한다. 이런 시도가 생활 속으로 흘러들어오려면 무채색이었던 마을은 의미와 축제의 장소, 일상의 영성이 실천되는 무대로 바뀌게 될 것”이라며 “도시를 의미있게 만드는 것은 ‘건물’이 아니라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서 교수는 “크리스천들의 위대한 선의 일부에 참여하고 싶은 열망, 공동선이라는 미답의 자원을 활성시키려는 행동은 우리 사회를 한차원 높이 올려놓을 것”이라며, “우리의 미래는 선하고 아름다운 행위를 만들어내는 선하고 아름다운 사고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날 세미나에서는 신국원 교수(총신대 명예교수)가 ‘기독교 예술의 공공성:민주사회 형성을 돕는 상상적 담론’을 주제로,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는 ‘기독교의 공공성과 마을공동체 운동’에 대해 각각 발제했다.

발제에 ​​​앞서 인사말을 전한 아트미션 양지희 회장은 “이번 포럼을 통해 기독교 예술의 자리매김과 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크리스천 아티스트로서 우리가 직면한 도전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적 방향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