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재무상담부터 창업지원까지…지친 청춘들의 버팀목이 되어줄게”

죽음에서 생명으로(25) 청년들의 ‘홀로서기’ 지원하는 교회들(하)

2024-08-16     정하라 기자

4년제 경기권 대학을 졸업한 김모 씨(29)는 대학을 졸업한 뒤 공기업 채용을 준비했지만, 3년 연속 고배를 마셨다. 늦게나마 공기업 준비를 내려놓고 단단한 강소기업으로 눈을 돌렸지만, 취업 시기가 늦어진 탓에 이마저도 합격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더 좋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단 생각에 매일 원서를 쓰고는 있지만, 구직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커져간다. 
김 씨는 “가족들 눈치도 보이고, 제 스스로가 너무 한심하단 마음이 든다.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마음에 하루종일 집에 있는 시간이 대부분”이라며, “때론 너무 마음이 답답해 숨이 막히거나 가슴이 짓눌리는 듯한 느낌도 든다”며 장기 미취업으로 인한 우울 증상을 호소했다.

경제위기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의 현실이 위태롭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5~29세 취업자들이 최종 학교를 졸업한 이후 첫 직장을 얻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1.5개월이었다. 올해 5월 기준으로 3년 이상 취업을 준비중인 15~29세 청년은 23만 8천명에 달하며, 이는 전체 미취업자의 18.4%를 차지한다. 이는 전년(17.3%)에서 1.1% 증가한 수치로 2013년 이래로 11년 만에 가장 높은 기록이다.

연이은 취업 실패로 장기간 구직 중인 청년들은 ‘취업 우울증’에 시달린다. 과거에는 청년들이 취업을 위해 ‘스펙 쌓기’에 몰두했지만, 이제는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다는 무력감이 만연하다. 높은 토익 점수와 다양한 자격증 취득이 취업의 기본조건이 되면서, 이러한 스펙이 더 이상 취업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경제불황의 위기로 청년들의 늦은 노동시장 진출과 부동산 가격의 폭등은 청년들의 경제적 자립과 ‘홀로서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 보니 최근 조사에서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 청년 중 3명 중 2명은 부모와 함께 살거나 따로 살더라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캥거루족’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나마 부모의 지원이 있으면 다행이다. 부모가 아프거나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청년들의 경우 미래는 더욱 불투명하다. 경제적 어려움에 있는 청년의 마음속에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 자라나게 된다.

인생의 출발부터 학자금과 전·월세 보증금으로 빚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꿈이 꺾이지 않도록 교회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은 어떨까. 청년들의 정신건강 회복과 자립 지원, 취·창업을 돕고 있는 교회와 단체가 있어 소개한다.

청년 대상 ‘정신건강’ 상담 제공

예장 통합 산하 청년회전국연합회(회장:이중지)는 지난 2022년부터 베델회복공동체(대표:김상철)와 함께 청소년·청년의 정신건강 회복을 위한 맞춤 상담사역을 펼치고 있다. 청년회전국연합회는 중독과 우울증 등의 정신건강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과 청년을 돕기 위해 무료로 온·오프라인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 상담 신청자에게는 중독 회복을 위한 영상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강의안이 제공된다. 베델회복공동체 대표 김상철 목사를 비롯해 전문 협력 상담사들이 상담에 나서며, 모든 상담 내용은 철저히 비밀이 보장된다. 상담 이외에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면, 관련 기관과 연계해 청년의 회복과 자립을 돕는다.

베델회복공동체는 청년들의 중독과 우울증 회복을 위해서는 상담과 병원의 전문적인 치료뿐 아니라 신앙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중지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고 청년들의 우울과 중독 문제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300건 이상의 상담이 들어왔으며 복음을 통해 중독에서 해방돼 새로운 삶을 살게 된 청년의 간증도 있었다”며 “기독교 전문 상담사가 상담을 진행해 복음적 메시지로 회복을 돕는다는 점이 차별화된 부분”이라고 밝혔다.

부채 문제에 시달리는 청년들의 재정 상황을 파악하고 경제적 안정을 이루기 위한 상담과 지원 프로그램을 펼치는 단체가 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은 2015년부터 청년부채문제 해결을 위한 부채탕감 프로젝트와 함께 ‘청년부채 ZERO 캠페인’을 이끌어왔다. 2020년부터는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청년들의 마음건강을 위해 ‘청년상담센터 위드WITH’를 개소하고, 청년재무상담소를 운영하면서 청년부채해방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윤실 청년재무상담소에서는 1~3차에 걸친 상담을 거쳐 청년의 자산부채와 현금흐름을 파악하고, 재무구조의 개선방안과 예산을 확정해 경제적 자립을 지원한다. 청년상담센터 위드WITH는 일상과 마음이 버거운 청년들을 위해 전문심리상담사와 ‘일대일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상담비용 중 일부를 지원한다. 

상담 시간은 총 7회기며, 주 1회 회기당 50분이다. 상담은 ZOOM을 통한 비대면 상담으로 가능하며, 서울과 경기권의 7개 장소에서 오프라인으로도 이뤄진다. 

기윤실을 통해 재무상담을 받은 A 청년은 “기독교 단체에서 청년문제에 관심을 갖고 재무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해 더욱 신뢰를 갖고 참여할 수 있었다. 단순히 재무상담에 국한되기 보다는 전체적인 삶의 방향과 돈의 쓰임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후기를 전했다.

청년들의 취·창업 지원하는 교회들

청년들의 ‘원석 같은’ 아이디어가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청년들이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실질적 지원을 펼치는 교회도 있다. 

서울 관악구 왕성교회(담임:길요나 목사)는 지난 4월 지역사회 청년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청년센터W’를 건립했다. 취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어려움이 많은 청년세대를 위로하고 실질적 도움을 주기 위해 연면적 350㎡의 교회의 부속건물을 청년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리모델링 했다.

‘청년센터W’ 내부는 청년들을 위한 안무연습실과 취업 지원을 위한 AI 면접 공간을 비롯해 악기연습을 할 수 있는 방음스튜디오 등의 최신식 시설로 꾸몄다. 또 ‘카공족’ 청년을 위한 스터디카페와 무인카페, 세미나실 등도 마련했다. 길요나 목사는 “청년들이 취업이 어렵고 미래가 불안한 현실 속에 이 공간에서 마음껏 서로를 격려하며 아름다운 미래를 준비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여의도순복음교회(담임:이영훈 목사)는 한세대학교와 연계해 매년 ‘취업박람회’를 열고 다양한 기업과 청년들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박람회 현장에는 기업의 인사들이 직접 참여해 청년들에게 기업 소개와 함께 업무정보, 근무환경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 청년이 직접 이력서를 접수하고 기업 인사담당자와 현장 면접을 진행해 곧바로 채용이 이뤄질 수 있는 일대일 매칭의 장을 마련해준다.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담임목사:김병삼)는 창업의 꿈을 꾸고 있지만, 경제적 상황과 여러 어려움으로 꿈을 펼치지 못한 청년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믿어줄게 밀어줄게’라는 이름으로 창업지원 프로젝트(MCLC)를 진행하고 있다.

MCLC는 청년을 위한 멘토링 창업스쿨을 통해 창업 준비 청년 전문가 멘토링 및 인적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있으며, 매달 창업을 위한 일정 비용을 1년간 제공한다.

아동발달센터 히얼, 나우(Here, Now) 성장연구소 하현 대표(37)는 만나교회 MCLC 3기 프로젝트의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발달장애 아동뿐 아니라 이들 보호자의 힐링과 회복에 초점을 둔 성장연구소를 건립하겠다는 그의 꿈은 만나교회의 ‘MCLC’를 만나 현실이 됐다.

만나교회의 지원으로 히얼나우성장연구소는 2021년 6월 성남시 야탑동에 연구소를 오픈했으며,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와 보호자가 함께 동행하며 성장하는 긍정적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하현 대표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복지관이 문을 닫고 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만나교회 MCLC 창업지원 공고를 보고 막연히 꿈꿨던 아이디어를 사업 아이템으로 제안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현재 그는 히얼나우를 3년째 든든하게 안정되게 이끌면서 발달장애 아동과 부모의 동반 성장을 경험하고 있다. 하 대표는 “겁이 많고 부족한 사람이 교회의 지원으로 창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제는 창업을 고민하는 청년들을 돕는 멘토가 되어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