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성부부 인정 대법 판결 유감
‘동성애’와 관련된 잇단 법원의 판결이 심상치 않다. 동성애-동성혼 합법화를 추진하는 그룹들이 오랜 시간 사회법의 문을 두드리면서 하나씩 판례를 쌓아가는 모양새다. 이대로 가다가는 동성혼 법제화의 문이 열릴 수도 있다는 불안이 조성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18일 동성 동반자도 사실혼 관계의 이성 배우자와 똑같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동성혼 자체를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동성이라는 이유로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로 인간의 행복추구권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대법 판결은 사실상 동성부부를 가족으로 인정한 첫 사례로, 대한민국의 전통적 결혼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판결로 볼 수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결혼에 대한 정의는 ‘남녀의 결합’으로 규정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남녀가 아닌 동성이라도 동거가족으로 함께 생활해왔다면 그것 역시 가족이라고 규정해 버렸다. 건강보험이 피부양자제도를 운영하는 것은 가족공동체의 건강과 존속에 목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산과 육아가 불가능한 동성 가족에 대해 사실혼으로 인정하면서 ‘존속’의 목적을 법원 스스로 내팽개쳤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사건의 결은 다르지만 지난 19일에는 법원이 동성애 축복식을 이유로 교단에서 출교된 목회자에 대한 출교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동안 법원은 교리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았다. 하지만 감리교 재판에 대해서는 기소와 징계에 대한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면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언급했다. 성적 지향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없이 차별하는 것을 국가인권위법으로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 재판에 이러한 차별이 적용되었다는 것이 사회법 재판부의 시각이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으로 대표되는 동성애-동성혼 입법을 반대해왔다. 법제화가 되는 순간,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지켜온 통념이 무너지고 성경에 반하는 무질서한 문화들이 확산될 것을 우려해왔다. 하지만 교회가 입법을 반대하는 사이 동성애 지지자들은 사법부의 문을 끊임없이 두드리면서 ‘합법화’의 근거를 쌓아가고 있다.
대법원 판결 소식이 전해지자 언론들은 일제히 “차별철폐에 한 걸음 다가섰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이제 또다시 혼인신고를 시도하는 동성 커플이 생길 것이고, 22대 국회에서 진보성향의 의원들을 중심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또다시 발의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법원 판결은 시작에 불과하다. 동성혼 법제화는 서구를 넘어 아시아까지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 다수의 지지를 얻는 동성애가 ‘소수자’ 프레임 안에서 차별금지법 안으로 들어가 있다. 소수자의 프레임이 가능한 것은 ‘혐오’ 이미지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동성애-동성혼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신앙의 본질적인 요소는 인정받지 못한 채, 혐오와 차별만 부각되고 있다.
이제는 전략을 바꿔야 할 때다. 한국교회의 동성애 반대가 혐오에 기반한 ‘차별’이 아니라 측은한 마음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기도와 사랑’으로 이해될 때 재판부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다. 정말 시급한 것은 반동성애운동이 아니라 기독교에 덧씌워진 ‘혐오’의 프레임을 벗는 것이다. ‘차별, 혐오, 반대’가 아닌 ‘기도, 사랑, 위로’의 운동으로 방향을 정비할 때 대중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