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대학 간판보다 중요한 아이의 꿈, 하나님께서 이뤄가십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23) 청소년의 ‘꿈’을 살리는 기독학부모(하)

2024-07-24     김태현 기자

“한국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들의 교육이 퇴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학생들은 하루 15시간 동안 학교와 학원에서 미래에 필요하지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도 않을 직업을 위해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미래학자로 유명한 앨빈 토플러가 지난 2008년 9월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아시아태평양포럼에서 우리나라의 과열된 학습 풍조를 평가한 말이다. 해외 석학이 지적하기 이전부터 입시경쟁에 대한 우려는 국내에도 존재했다. 입시 제도에 대한 개선이나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앨빈 토플러의 비판 이전에도 그 이후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경쟁이 너무 치열해 전쟁이라는 비유를 넘어 지옥이란 말이 어울릴 정도인 우리나라의 대학입시.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이들의 우려와 걱정을 자아내는 입시 제도에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리나라의

느리지만 변화하는 입시 제도 
우리나라의 입시경쟁을 해소하기 위한 시도는 쉼 없이 이루어졌다. 지난해만 해도 6월 21일, 10월 10일, 12월 27일 총 세 차례에 걸쳐 교육제도 개편안이 발표됐을 정도다. 지난해 결정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확정안’은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적용된다. 개편안은 크게 △수능에서 심화수학 미실시 △내신에서 사회, 과학 등 선택 9개 과목은 절대평가 지정 △고교 내신 9등급제 5등급제로 개편 등이다. 

교계 교육 관련 단체들은 이번 개편을 통해 점진적으로 변화할 교육에 대한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드러냈다. 좋은교사운동의 한성준 공동대표는 “계속해서 교육제도의 변화를 시도하는 부분이나, EBS와 연계를 이어가는 것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평가할만 하다”고 칭찬했지만, “다만 고교 내신 9등급제 5등급제로의 개편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한 대표는 교육제도 개편을 넘어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우선 수능과 내신은 현재 상대평가로 진행된다. 상대평가는 내 옆에 있는 친구를 ‘친구’로 인식하는 것이 아닌 경쟁자로 인식하게 된다. 옆에 경쟁자보다 1점이라도 높은 점수를 받으려 노력한다. 절대평가로 전환해 협동심을 기르고 소모적인 경쟁을 하는 현실을 타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오지선다형의 시험을 서술형 평가로 바꾼다면 천편일률적인 학습이 아닌 창의력을 길러줄 수 있을 것”이라며 덧붙여 “대학 간의 서열 격차를 줄여야 한다. 대학 서열은 우리 사회의 불안정한 구조와 연결돼 있다. 마치 명문대를 못가면 아이의 인생이 망하는 것처럼 여기지 않는가? 대학 간의 격차를 줄인다면 학부모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을거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제도와 함께 변해야 할 인식
제도적 변화가 일어나는 가운데 많은 논의와 제언이 변화의 흐름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학부모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좋은교사운동의 한성준 대표는 부모들의 조급함을 해소해야 제도가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 대표는 “과열된 현재의 입시경쟁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한몫했다. 그리고 사교육 시장은 불안감에 부채질을 하며 분위기를 조성했고 악순환의 사이클이 완성됐다”며 “아이들의 적성과 비전에 맞는 진로 설정과 대학입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의봄’ 송인수 대표도 말을 보탰다. 송 대표는 과거 교사로 재직하기도 했으며 좋은교사운동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대표를 역임했다. 지금은 교육의봄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교육 전문가다. 송 대표도 역시 “고3 아이를 가진 가정은 사교육비로 100만원 이상씩 지출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된지 오래다. 이런 망국적이고 소모적인 입시경쟁은 없어져야 한다”며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교육제도가 나오지 못하는 것은 정치인들에게 제일 무서운 유권자가 ‘학부모’이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먼저 바뀌어야 제도도 확 바꿀 수 있다. 교육제도뿐만 아니고 취업시장도 느리지만 변하고 있다. 더 이상 명문대학교 간판이 중요하지 않게 될 것이다. 학부모들이 이를 인지하고 자녀들을 적자생존의 입시 전쟁으로 내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의 비전을 응원하는 부모
기독교인 비기독교인 할 것 없이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불안감 때문에 혹은 적자생존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아이를 입시전쟁터로 내몬다. 교육 정책과 제도가 끊임없이 개편되고 변화했음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과열된 교육열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 부모들의 중심을 잡아주는 곳이 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는 세상 풍조에 휩쓸리지 않고 하나님 안에서 기독교적 교육관을 가지고 자녀를 양육하는 기독학부모를 양성한다. 이를 위해 기독학부모교실을 열고 동명의 책 『기독학부모교실』을 발간한다. 기독학부모교실은 매년 2~3회 개최한다. 지금까지 38기가 진행됐으며, 약 1,400명의 기독교인 학부모가 ‘기독학부모’로서의 정체성을 재정립했다. 

기독학부모교실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의 자녀이기 이전에 하나님의 자녀라는 것을 인식하고 세상의 흐름에 맞춰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한 학부모가 있어 눈길을 끈다. 김지영 권사(거룩한빛광성교회)는 세 아이의 엄마다. 기독학부모교실을 접하기 이전부터 과도한 사교육에 대한 경각심과 거부감이 있었다. 김 권사는 “학창 시절 내내 과외를 받고 자랐다. 좋은 대학에 입학한 것까지는 좋았지만 신입생이 되어 수강신청을 하려니 어떻게 할지 몰라 막막했다”면서 “순간적으로 ‘과외 선생님한테 물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 사교육과 주입식 교육이 사람을 바보로 만든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과외선생님 없는 대학 생활을 힘겹게 끝낸 후, 결혼해 엄마가 되자 김 권사는 자녀들을 스마트폰과 사교육에 노출되지 않고 키우려 노력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큰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됐을 때, 중학교 진학 후에도 자신의 마음을 지킬 수 있을지 두려웠다. 그때, 기독학부모교실을 접했다. 김 권사는 “기독학부모교실에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었다. 기독학부모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고, 기독교적 자녀 교육 철학을 알게 됐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우리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하고 하나님께서 이 아이들을 인도하신다는 확신이 들었다”면서 “입시 실패가 아이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니 자유했다. 아이들의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달란트와 비전을 아이들과 함께 찾아볼 수 있었다. 정말 아이가 필요로 하고 요구할 때는 사교육을 잠깐씩 시키기도 했지만, 사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 권사의 큰딸은 작년에 대학교에 입학했다. 어려서부터 아픈 사람에 대한 애통함이 있었던 큰딸의 꿈은 신약개발 연구원이다. 큰딸은 자신의 달란트와 비전에 맞는 대학으로 진학했다. 김 권사는 “큰딸 대학 진학에 있어서도 인지도는 높지만 아이의 꿈과 맞지 않는 대학과 인지도는 조금 낮지만 아이의 꿈을 이루어 가는데 적합한 대학 이렇게 두 학교에 합격했다. 아이와 함께 기도하고 대화하면서 자신의 비전을 펼칠 수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게 됐다”며 “대학 간판보다 아이의 꿈이 더 소중하다. 오히려 아이의 비전을 이루어가실 하나님을 기대하며 설렌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