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하나님이 용서하고 싸매주시기에, 회개하는 영혼은 복 되다

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138) - “이스라엘 족속은 속임수로 나를 에워쌌고” (호 11:12)

2024-07-10     유선명 교수(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유선명

이스라엘의 죄를 지적하는 호세아의 수사는 참으로 다양하지만, 그들이 하나님을 포위했다는 언어 그림은 특히나 충격적입니다. “에브라임은 거짓으로, 이스라엘 족속은 속임수로 나를 에워쌌고 유다는 하나님 곧 신실하시고 거룩하신 자에게 대하여 정함이 없도다”(11:12) 이 묘사는 싸움 장면을 배경으로 합니다. 하나님께서 그들과 논쟁하시고 힘을 겨루시고 계십니다. 그들의 조상 야곱이 하나님을 보내드리지 않겠노라며 싸움을 청했듯, 야곱의 새 이름 이스라엘을 물려받은 이 백성은 조상 야곱의 본성처럼 하나님의 발목을 잡고 하나님과 다투는 존재라는 놀라운 말씀입니다(12:2~4). 사람이 어찌 하나님을 이길 수 있습니까? 하나님이 져 주신 이 싸움은 사실 야곱 내면의 자괴감, 낭패감, 죄책감과의 싸움이어야 했습니다. 야곱이 하나님을 붙들고 씨름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불굴의 의지가 아닌, 헤아리기 어려운 하나님의 인자하심에 빚진 결과임이 분명합니다. 하나님은 야곱의 환도뼈를 쳐 평생 그날을 기억하게 하셨지만, 이스라엘의 평생을 따라다니게 될 그 스티그마(stigma)는 ‘하나님과 씨름해 이긴 사내’라는 호칭을 동반하는 영광의 상처이기도 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의 최악을 통해서도 당신의 최선을 빚어내시곤 합니다. 그러니 죄로 인해 손상된 우리들 역시 절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과의 씨름에서 ‘이기’고도 하나님의 축복을 눈물로 간구했듯(4절), 우리도 하나님께로 향해 나아가면 됩니다. “그런즉 너의 하나님께로 돌아와서 인애와 정의를 지키며 항상 너의 하나님을 바랄지니라”(12:6) 바벨론에게 짓밟혀 초토화된 고국을 바라보며 심장이 녹아 물같이 되었다고 애통하던 시인이 믿음을 끌어올려 이렇게 고백합니다. “기다리는 자들에게나 구하는 영혼들에게 여호와는 선하시도다”(애 3:25) 선지자의 바람과 시인의 기다림은 명사형으로는 ‘소망, 희망’을 뜻하는 동일한 히브리어 단어를 옮긴 것입니다. 엄마에게 혼나고 눈물이 쏙 빠진 어린애가 다시 엄마 치마폭을 붙잡듯이, 하나님의 징계가 아무리 아파도 돌아갈 곳은 하나님 품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 그것이 믿음의 사람입니다. 그래서 다윗은 밧세바와의 범죄를 회개할 때 자신이 오직 하나님 앞에 죄를 범했다고 고백했던 것입니다. “내가 주께만 범죄하여 주의 목전에 악을 행하였사오니 주께서 말씀하실 때에 의로우시다 하고 주께서 심판하실 때에 순전하시다 하리이다 내가 죄악 중에서 출생하였음이여 어머니가 죄 중에서 나를 잉태하였나이다”(시 51:4~5)

회개하는 영혼은 복됩니다. 하나님께서 용서하고 싸매어주시기 때문입니다. 그 어떤 흉악한 죄도 하나님의 은혜를 이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사죄의 은총은 믿음으로 그분께 나아가는 자에게 주어집니다.

“만일 우리가 죄가 없다고 말하면 스스로 속이고 또 진리가 우리 속에 있지 아니할 것이요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그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요일 1:8~9) 불행하게도 호세아의 메시지를 듣던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의 처지를 깨닫지도, 시인하지도 못했습니다. 성공에 취한 그들의 자의식이 교만과 기만에 가득 차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상인이라 손에 거짓 저울을 가지고 속이기를 좋아하는도다 에브라임이 말하기를 나는 실로 부자라 내가 재물을 얻었는데 내가 수고한 모든 것 중에서 죄라 할 만한 불의를 내게서 찾아낼 자 없으리라 하거니와”(호 12:7~8)

우리 눈에 저들의 모습이 딱해 보인다면, 바로 지금이 우리 자신을 돌아볼 때입니다.

백석대·구약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