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저출생 위기 극복 위해 ‘범국가적’ 연대 선언
‘2024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선포식 및 컨퍼런스’ 지난 2일, 종교-정치-경제-시민단체 연대 중요성 선언 주형환 부위원장 “결혼과 출산의 행복한 가치 심어달라”
한국교회가 범종교 시민단체와 함께 결혼과 출산, 양육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적극 나설 것을 선언했다. 대한민국의 출산율이 계속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출생 관련 정책이 잘 시행될 수 있도록 위기 극복에 힘을 모으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지난 2일 포시즌스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4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선포식 및 국민 컨퍼런스’에는 정계와 교계,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인사 200여명이 참석해 결혼과 출산 문화 확산에 머리를 맞댔다.
기독교대한하나님의 성회 대표총회장 이영훈 목사의 초대 인사로 시작된 이날 행사에서 한국교회총연합 장종현 대표회장은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감소 문제는 대통령께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만큼 심각한 위기에 놓여 있다”며 “결혼과 출산을 우리 사회 공동의 책임으로 인식해 기쁨으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생명의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한교총 산하 36개 교단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주관하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보건복지부, 한국교회총연합, 한국천주교주교회의,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함께 한 선포식에서는 주형환 부위원장(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이 기조강연에 나섰다.
주형환 부위원장은 “1980년대 초반에 이미 합계출산율이 1명대로 떨어졌는데 산아제한정책을 폐지한 것은 1996년”이라면서 “인구감소에 대응할 시기를 놓치면서 우리나라 출생아 수는 1970년대 100만명을 기준으로 50년 만에 1/5이 감소해 2023년 현재 23만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주 부위원장은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경제, 사회, 교육, 안보, 지역 전반의 국가적 비상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산업인력의 부족과 교육인프라 붕괴, 노년부양비 급중, 지역 소멸 가속화의 문제를 언급했다.
저출산보다 심각한 문제는 비혼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의 97.5%는 결혼을 통한 출산인데 반해 혼인건수는 점점 줄어 20대 혼인률은 8%에 불과하다는 것. 결혼을 안 하거나 결혼 연령이 늦어지다 보니 무자녀 비중이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주 부위원장은 “우리 정부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부담과 기회비용을 축소하고 일-가정 양립 정책에 집중할 것”이라며 △결혼인센티브 강화 △아이 낳는 가정에 지원 강화 △유자녀 가정 혜택 확대 △출산과 양육에 대한 사회공동체 책임 강화 등 수요자 중심의 구체적인 정책을 공개했다. 또한 “0~11세까지는 국가가 돌봄을 책임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필요조건을 갖춰도 출산율의 획기적인 전환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해외 다른 나라들이 출산율 상승을 위해 일-가정 양립과 공동체 교육, 가족친화적 기업문화 정착에 힘을 쏟았지만 일시적인 증가 후 다시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형환 부위원장은 “결과적으로 생명의 가치, 가족 공동체의 가치에 대한 사회 인식의 변화가 절실하다”며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이 행복이라는 가치를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고 이 일은 종교계가 앞장설 때 가능하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저출생 문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의제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를 기록했다. 대한민국의 소멸이 우려될 정도의 위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출산율을 반전시킬 다양한 정책을 제시했다. 특히 저출생 극복은 당리당략을 떠나 여야가 함께 힘을 모아야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 역할도 강조됐다.
이날 축사를 전한 국민의힘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인구 쇼크라는 말이 이제는 전혀 과장된 말이 아니며 뼛속까지 우리는 위협하는 말이 되고 있다”면서 “중앙정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며 국가 차원의 국민운동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교회와 성당, 사찰과 같은 종교단체가 중심에 서주시고 언론이 뒷받침을 해줘야 큰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도 여야를 떠나 범국가적으로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박 대표는 “통계청의 장래 인구 통계에 따르면 현재의 추세가 계속 될 경우 2070년대에는 인구가 3,600만 명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국가 소멸이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냉엄한 현실이기에 대한민국의 생존이 달려 있다는 각오로 저출생 위기 극복에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전했다.
여야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이기일 체1차관도 저출생 극복에 종교계의 역할을 당부했으며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정운찬 이사장도 영상축사를 보내왔다.
이날 여의도순복음교회의 저출생 극복을 위한 다양한 지원사례가 발표됐으며,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도 활동을 소개했다. 특히 자녀 여섯을 키우고 있는 가수 박지헌 씨가 “단어와 언어의 사용에서부터 결혼과 출산의 중요성을 알리는 표현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며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고 축복임을 강조했다.
국민 컨퍼런스에서는 초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 사회의 결혼 및 출산, 양육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며 이를 적극 지원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 △한국 사회의 다음세대를 위한 돌봄을 통해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실천적 모델들을 적극 발굴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연구해서 알릴 것 △한국 사회의 종교계, 정계, 학계 및 시민단체들과 협력하여 더 나은 출생 지원 및 돌봄 그리고 출생 관련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비전선언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