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 누군가의 기댈 별이 되어주는 삶

2024-06-21     조병성 목사(한국밀알선교단 단장)
조병성

최근 한 예배에서 이정숙 집사라는 분의 간증을 들었습니다. 그분은 세상 사람들이 듣기엔 ‘참 기구하다’는 표현이 절로 나올 삶을 살아오셨습니다.

집사님은 50대 초반에 이미 네 번의 ‘사별(死別)’을 경험했습니다. 첫 번째는 아버지와의 사별이었습니다. 10살 무렵 여느 때와 같이 학교를 가며 “다녀오겠습니다”하고 집을 나섰는데 그것이 아빠와의 마지막 인사였습니다.

어느 날은 학교에서 가정 조사를 하며 선생님이 “아버지는 무슨 일을 하시니” 물으셨다고 합니다. 그 물음에 집사님은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왈칵 쏟아내며 조심스레 “돌아가셨어요”라고 답변했답니다. 흐느껴 울던 어린 소녀에게 선생님은 “그렇구나! 미안하다. 선생님도 너만 할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라고 말해주셨습니다. 선생님의 뜻밖의 한마디는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5학년이 되었을 무렵 아버지 친구의 권유로 교회에 나갔더니 마침 그때 담임선생님이 계셨습니다. 큰 위로와 격려를 주셨던 선생님을 만난 집사님은 ‘선생님이 믿는 하나님이라면 나도 믿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교회를 정말 열심히 다니셨다고 합니다.

집사님은 열심히 공부해 서울에 있는 약학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꿈같은 대학 생활을 누리며 살아가던 20세 청년은 다시 큰 고통을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어머니와 할머니와의 사별이었습니다. 가족을 위해 헌신하셨던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고 그 소식을 듣고는 충격으로 할머니마저 돌아가신 겁니다.

20세 청년은 졸지에 고아가 되고 말았습니다. 하나님에 대한 열심은 분노와 원망으로 바뀌었고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면 내게 이럴 수 있는가’하는 생각에 힘겨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하나님의 은혜로 다시 일상을 회복했고 대학 졸업 후 교회에서 남편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됐습니다. 그런데 그 남편마저 빗길 교통사고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게 됩니다. 집사님은 이때 하나님께 이렇게 울부짖었습니다. 

“당신이 내게 무엇을 원하든 나는 단 1%도 당신의 뜻에 협력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당신의 뜻을 이해할 수도 없고, 신뢰할 수도 없습니다. 당신은 공평치 않습니다. 당신이 당신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는 그런 존재라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게 할 겁니다.”

그런데 새벽마다 눈물짓던 집사님에게 생각의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내가 그렇게 사랑하고 의지했던 사람들을 잃은 것도 너무 아프고 힘든데 하나님까지 잃으면 나는 어떡하지!’ 결국 집사님은 하나님이야말로 상처받은 자신을 회복시킬 유일한 기초라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믿음으로 하나님이 허락하신 광야를 걷겠다고 다짐한 것입니다.

광야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광야 위의 수많은 별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남편까지 떠나보내고 울부짖던 그녀에게 하나님이 많은 사람들을 보내주신 것입니다. 그녀는 광야에서 수많은 별과 같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통해 위로와 격려를 받게 됩니다. 

여전히 자신의 연약함을 보고 그 삶의 힘겨움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지만 이제 내가 광야에서 만난 작은 별과 같이 나도 누군가의 아픔을 달래주는 광야의 작은 별이 되어 하나님이 자신을 그렇게 위로해 주신 것처럼 나도 누군가의 별이 되어 그들을 위로하는 통로가 되겠노라고 집사님은 고백합니다.

우리도 “내 백성을 위로하라!”고 부탁하신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상처받은 위로자’로 누군가의 기댈 별이 되어주는 삶이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