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에 피흘리는 미얀마… 평화의 복음 전해지길”

내가 겪은 전쟁//미얀마 정원석 선교사

2024-06-19     한현구 기자
민주주의를

우리나라가 휴전 국가임을 자각하고 사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군에 입대해 철책 앞에 서본 기억이 있는 기자 역시도 그렇다. 동족상잔의 참상은 잊힌 지 오래고 북한의 위협보다는 당장 출근길에 대한 걱정이 더 앞서는 것이 현실이다.

인식이야 어떻든 우리나라는 부정할 수 없는 휴전 국가다. 하지만 사실상 정전 상태가 오랜 기간 지속된 탓에 우리가 누리는 평화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지도 희미해지고 말았다. 그런데 미얀마에서 사역한 정원석 선교사(가명)는 우리가 잊고 있던 평화의 소중함을 절실히 경험했다.

2021년 2월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벌이며 위태롭게 지속돼오던 평화에 금이 갔다.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시위에 나선 시민들을 군부가 폭력적으로 진압하며 시민들도 무장을 시작했다. 결국 미얀마 시민 방위군이 창설되고 2021년 9월 반군부 진영인 국민통합정부가 군부에 전쟁을 선포하며 본격적인 내전이 시작됐다. 미얀마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정 선교사는 “벌어질 일이 벌어졌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겉으로는 아웅산 수지 고문을 위시한 민주정권이 권력을 잡은 것처럼 보였지만 군부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했습니다. 개헌을 막기 위한 의석수는 군부가 언제나 확보하고 있는 상태였고 군부의 기득권을 위협하는 일이 생긴다면 언제든 실력 행사를 하겠다고 공공연히 협박을 해왔었습니다. 이번 쿠데타는 그 협박을 실행에 옮긴 것이죠.”

내전 발발 후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긴장된 분위기는 여전하다. 군부가 지난 4월부터 청년들을 강제 징집하기 시작하며 수많은 청년들이 국외로 도피해 숨 막히는 정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곳곳에서 안타까운 목숨들이 스러지고 있지만 전쟁이 언제까지 이어질는지는 현지에서도 감히 예상하기 어렵다.

“한국이 평화로운 민주주의 체제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여실히 느꼈습니다. 일각에서는 군부가 집권해야 미얀마 질서가 유지된다고 하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그건 군부의 폭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입니다. 쿠데타로 인해 경제가 후퇴했고 외국의 투자도 중단되며 공장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민간인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집단 학살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어요.”

미얀마에 속히 평화로운 민주주의와 자유가 주어지기를 기도해달라고 요청한 정 선교사는 선교의 새로운 가능성도 내비쳤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 불교를 이끄는 고위층 승려들이 군부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민심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는 곧 불교의 나라라는 등식이 성립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그런 분위기에 균열이 생겼어요. 국민통합정부를 이끄는 부통령을 비롯한 시민군 수반들도 대부분 기독교인이고요. 우리나라 역시 기독교 선교사들을 통해 자유와 인권, 민주주의가 힘을 얻었어요. 미얀마도 전쟁의 아픔을 이겨내고 민주주의와 복음이 뿌리내리기를 한국교회에서 기도해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