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력 다해 버티는 성안교회를 위해 기도해주세요”

■ 강제집행으로 성소 침탈 후 40여일, 지금 성안교회는? 매일 새벽예배 마치면 예배당 돌며 땅밟기 기도 멈춤 없는 거리 예배, 교인들 오히려 똘똘 뭉쳐

2024-06-05     이인창 기자
성안교회는

재개발조합의 무리한 강제집행으로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내몰린 성도들이 있다. 1971년 개척된 이래 지역사회 안에서 단단히 뿌리를 내려온 교회였지만, 수익성을 앞세운 자본의 논리 앞에 재개발조합측은 인정도 사정도 없었다. 

지난 4월 22일 새벽 상대원2구역재개발사업조합은 예고도 없이 대규모 용역을 동원해 경기도 성남시 상대원동 성안교회(담임:김재일 목사)를 대상으로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무려 반세기 동안 지역주민들과 호흡해온 성안교회는 교회가 소유한 327평 중 174평만 종교용지로 보상하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보상하겠다는 계획을 통보받은 상태. 

성안교회는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기존보다 절반밖에 되지 않는 부지에서는 500여명 성도들이 함께할 터를 닦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에 반발해 법원에 소를 제기했고 본안소송을 진행 중인데도, 조합측은 계고조차 없이 행정 집행을 강행했다.

법원에 등록된 용역은 100명. 하지만 현장에 있던 실제 인원은 약 300여 명에 달했다. 성소가 침탈됐다는 소식에 현장으로 달려갔던 김재일 담임목사는 침탈을 막는 과정에서 전치 3주나 되는 부상을 입었다. 가족들은 살림살이 하나 챙기지 못하고 내쫓겼다. 용역들이 펜스를 치고 막아서 있기 때문에 두 딸 역시 당장 입어야 할 교복을 들고나오지 못했다. 

물리력을 앞세운 강제집행으로 성소가 침탈된 이후 현재 성안교회는 어떤 상황일까? 

김재일 목사는 성도들의 마음부터 싸매고자 하면서, 혹시나 지역주민들에게 부정적 인식을 주지 않도록 애쓰고자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천막에서 새벽예배와 저녁예배를 드리고 있고, 주일예배와 수요예배도 지키고 있습니다. 우리 성도들 마음 안에 있는 미움과 분노는 씻고, 성령님이 거하시도록 마음을 잘 지키자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전도의 문을 막거나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도록 하자고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물론 불의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꺾은 것은 아니다. 거리로 내몰린 지 40일이 넘었지만, 김재일 목사와 교인들은 오히려 더 똘똘 뭉쳐가고 있다. 남자 교인들은 순서를 정해 야간 불침번을 서고 있다. 여자 교인들은 강제집행에 항거하는 호소문을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서명을 받고 있다. 

물론 예배도 멈추지 않았다. 내 집처럼 드나들던 예배당은 물리력에 막혀 들어갈 수 없게 됐지만, 매일 새벽 5시 30분이면 천막에서 새벽예배를 드리고, 예배당을 돌면서 땅밟기 기도를 하고 있다. 김 목사는 저녁에도 예배를 인도하며 말씀을 선포하고 있다. 

주일예배 역시 천막에서 드리고 있다. 다행히 길 건너편 카페에서 도움을 주어서 교육부서는 자녀들을 위한 예배는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 성도들의 건강이 상할까 걱정입니다. 일교차가 커서인지 기관지 질환을 앓는 분들이 여럿 생겼습니다. 어르신 성도들도 많아서 조심스러운데 우리 성도들은 오히려 더욱 응집력을 발휘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성안교회는 지난달 16일 역시 거리로 내몰릴 위기에서 있는 상대원침례교회, 성광교회와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재개발조합의 종교탄압 중지를 촉구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후 속속 보도가 나가자 조합측이 압박을 느꼈는지, 시장과 국회의원들에게 교회 편을 들지 말라는 취지의 현수막을 내걸어 대응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조합측에서 새로운 제안이나 대화 제의는 일절 없는 상황입니다.”

성소 침탈 직후 한동안 김재일 목사와 사모는 천막을 지켜야 했고 자녀들은 교인 집과 친척 집을 전전해야 했다. 지금은 임시 거주를 위해 작은 오피스텔을 임대해 머물고 있다. 김 목사는 두 딸을 향한 미안하고 애잔한 마음을 전했다. 

“교복은 선배들이 입던 걸 물려받아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자아이들이라 얼마나 힘들고 불편하겠어요. 사춘기 시절에 상처로 남으면 안 될 텐데…. 그래도 지금을 잘 감내해주어서 감사하죠. 몸이 아파 경황이 없는 중에도 아내도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제일 크답니다.”

안교회는 조합측이 제시한 174평 종교용지만으로는 약 80평 규모의 예배당 건축만 가능하다. 건축법에서 요구하는 필수시설을 설치하면 예배당은 더 좁아진다. 조합측은 종교용지 가격을 시세의 3배 가까이 제시하면서 자연스레 교회들을 내몰려는 압박도 시도하고 있다. 

성안교회 김재일 목사와 성도들은 사력을 다해 버텨내겠다는 각오이다. 재차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지 않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한 김 목사는 총회 산하 9,700여 교회를 향해 함께 중보기도해 달라고 간곡히 호소했다. 

“다른 교회들도 피해 볼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장기적 안목에서 공동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감사하게도 한국교회총연합 차원에서 나서 주시고, 백석총회 많은 목사님들이 서명해주셔서 힘이 되고 있습니다. 전도의 문이 닫히지 않도록 애쓰고 있는데 쉽지 않습니다. 지혜를 구합니다. 무엇보다 성령께서 성전 삼아 거하시는 우리 성도들을 위해 꼭 기도해주시길 다시 한번 요청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