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갈팡질팡하는 이스라엘의 모습을 보여주는 뼈아픈 풍자
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132) “그는 곧 뒤집지 않은 전병이로다” (호 7:8)
근동의 패권 싸움이 격화되자 불안해진 이스라엘은 이 나라 저 나라와 동맹을 맺고 조공을 바치며 뛰어다닙니다. 그 모습을 묘사한 선지자의 비유가 인상적입니다. “에브라임이 여러 민족 가운데에 혼합되니 그는 곧 뒤집지 않은 전병이로다(8절)” 화덕에 전병을 구울 때는 반죽이 적당히 익었을 때 뒤집어주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너무 빨리 뒤집으면 설익고 너무 늦으면 겉이 타버려 못쓰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왕들은 여호와 하나님을 믿고 의연히 행하는 대신 자신의 안위만을 위하는 약삭빠른 기회주의자의 모습을 보여주곤 했습니다. 십 년의 재위 기간 내내 불순종의 아이콘 여로보암의 행적을 따른 므나헴은 앗수르 왕 불(디글랏 빌레셋 3세)의 진격을 막기 위해 은 일천 달란트라는 거액을 지불합니다. 재원 조달을 위해 이스라엘의 부자들을 쥐어짠 것은 차치하고도, 므나헴의 외교와 정책이 국가의 안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왕위를 지키기 위한 사적 동기에서 나왔다는 것을 성경은 명확히 증언합니다.
“앗수르 왕 불이 와서 그 땅을 치려 하매, 므나헴이 은 천 달란트를 불에게 주어서 그로 자기를 도와 주게 함으로 나라를 자기 손에 굳게 세우고자 하여 그 은을 이스라엘 모든 큰 부자에게서 강탈하여 각 사람에게 은 오십 세겔씩 내게 하여 앗수르 왕에게 주었더니, 이에 앗수르 왕이 되돌아가 그 땅에 머물지 아니하였더라”(왕하 15:19~20)
뇌물이 헛되지 않았던지 므나헴은 왕위를 지켰습니다만, 그 평화 아닌 평화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므나헴의 아들 브가히야가 통치 2년 만에 부하 베가에게 살해당하고, 베가가 반 앗수르 정책을 취하자 디글랏 빌레셋이 이스라엘에 쳐들어와 영토를 빼앗고 백성들을 포로로 끌어갔던 것입니다(29절). 친이집트와 친앗수르를 오가던 이스라엘은 결국 베가를 이은 호세아 때에 앗수르 왕 살만에셀의 손에 의해 나라를 빼앗기고 맙니다. “호세아 제 구 년에 앗수르 왕이 사마리아를 점령하고 이스라엘 사람을 사로잡아 앗수르로 끌어다가 고산 강가에 있는 할라와 하볼과 메대 사람의 여러 고을에 두었더라”(왕하 17:6)
이스라엘의 누추한 행보를 빗댄 ‘뒤집지 않은 전병’ 비유에 이어 호세아의 신랄한 비유법이 이어집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방인들에게 힘을 빼앗긴 줄도 모르는 분별력 없는 사람들,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차 하나님을 찾지 않는 바보들입니다(호 7:10). 애굽에 호소하고 앗수르로 문안을 가는 그들은 ‘어리석은 비둘기’ 같아 머잖아 그물에 걸려 죽게 될 처지라고 힐난합니다(11~12절). 쏟아지는 비유에 현기증을 느낀 독자라면 예언자와 그를 보내신 하나님의 의도를 알아챌 만도 합니다. 역사의 주재이신 전능하신 하나님을 왕으로 모시고도 피조물에 불과한 세상 왕들을 그토록 두려워하는 것은 하나님을 어지럽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을! 이스라엘은 하나님보다 세상 왕들을 더 두려워했습니다. 우리는 두려워하는 것의 종이 됩니다. 예수께서 오신 것도 죽음에 매이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우리를 해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자녀들은 혈과 육에 속하였으매 그도 또한 같은 모양으로 혈과 육을 함께 지니심은 죽음을 통하여 죽음의 세력을 잡은 자 곧 마귀를 멸하시며 또 죽기를 무서워하므로 한평생 매여 종 노릇하는 모든 자들을 놓아주려 하심이니”(히 2:14~15)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모든 것을 두려워하게 되지만, 하나님을 두려워하면 다른 무엇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난세에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하나님을 경외하는 굳센 믿음입니다. “만일 너희가 굳게 믿지 아니하면 너희는 굳게 서지 못하리라”(사 7:9)
백석대·구약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