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권위를 회복하자!

2024-05-21     강인한(청수백석대학교회 담임)

공동체가 건강하려면 권위가 바로 서야 한다. 권위는 하나님이 주신 복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은 ‘권위’를 ‘자유’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탈권위주의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특별한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권위’와 ‘자유’는 서로 배척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권위가 적절히 행사될 때 자유와 질서와 안전이 보장된다.
우리는 가끔 꼬리 물기로 교차로에 차들이 뒤엉킨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서로 먼저 가기 위해 신호를 어긴 탓이다. 속도제한이나 신호위반에 관한 규정이 있어도 그런 일이 일어나는데, 애초에 교통법규라는 법적 권위가 없다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되고 수많은 다툼이 벌어질 것이다. 권위를 무시함으로써 다수가 시간 소모 없이 안전하게 운전할 자유를 잃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권위에 냉소적인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 가정과 학교. 교회와 정부를 하나님이 세우신 신적 기관이라 여기지만, 정작 이들 중에서 권위가 제대로 서 있는 곳을 찾기가 어렵다. 국민이 정부나 대통령에게 절대적인 권위를 부여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사회는 더 이상 교회를 신뢰하지 않고 성직자를 존경하지 않는다. 학교에서 선생이 설 자리가 사라지고, 교권이 추락하면서 명예퇴직을 희망하는 교사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가정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순종하는 자녀를 찾기가 어렵다.
권위가 무너지면 공동체가 무너진다. 성경에 나오는 『사사기』는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기괴하고 충격적인 시대상을 보여준다. 한 레위인이 자기 첩의 시신을 12개로 토막 내어 전국 12개 지역으로 배송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일어난다. 기브아 지역을 여행하던 한 레위인은 그의 첩이 불량배들에게 밤새 농락을 당하고 죽는 비극을 맞이한다. 그는 베냐민 지파의 잔혹한 만행을 규탄하려고 첩의 시신을 절단하여 열두지파에게 보낸다. 들끓는 분노에 휩싸인 11지파가 동맹군을 결성하여 베냐민 지파를 상대로 내전을 벌여, 베냐민 지파가 거의 몰살당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 이야기 속에서 하나님을 의식하는 사람은 전혀 없다. 도덕과 윤리는 사라지고 오로지 야만적 본능만 살아 활개 치는, 불량하고 저급한 사회의 모습만 있을 뿐이다. 당시 이스라엘이 이처럼 끔찍한 사회로 전락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그 원인은 “그 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기” 때문이다. 권위의 붕괴가 공동체의 몰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건강한 가정, 믿을만한 학교, 거룩한 교회, 강한 나라를 세우는 일은 무너진 권위를 회복하는데 달려있다. 절대적이고 궁극적인 권위는 오직 하나님뿐이시다. 하나님은 자신의 뜻과 원칙을 따라 이 세상을 다스리신다. 그리고 하나님은 각 영역마다 대행자를 세워 그들에게 자신의 권한을 위임하신다. 부모와 교사, 성직자와 정치지도자가 바로 그들이다. 그러므로, 모든 공동체 구성원은 저들을 존중하고, 저들에게 순종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 부모와 어른이 권위를 인정하는 삶의 모범을 보여야 한다. 동시에 하나님을 대행하는 권위자들은, 권위 없는 권위주의자가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낮은 자세로 섬기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모든 권위자는 하나님께서 저들에게 맡기신 권위를 정당하게 사용했는지에 대하여 언젠가는 책임을 물으시고 심판하실 것을 명심해야 한다.

청수백석대학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