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 중간사] 유대인들, 헤롯의 혈통문제 제기 헤롯은 ‘숙청의 정치’ 시작
김병국 교수의 신구약 중간사 이야기 (55)
* 헤롯에 대한 유대인들의 저항
로마 황제에 의해 유대인들의 왕으로 임명된 헤롯은 예루살렘에 와서 자신을 왕으로 받아들여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그를 왕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그의 혈통이었습니다. 그는 순수한 유대인이 아니라 하스모니안 왕조 시절에 정복했던 팔레스타인 남부 지역 즉 이두메 지역 사람과 유대인의 피가 섞여 있는 혼혈인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혈통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더구나 왕의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방인의 피가 섞인 사람이 와서 자신들의 왕이 되었다고 하자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헤롯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로마 군대의 힘을 빌려 주전 37년에 왕위에 올랐습니다. 로마 황제로부터 왕으로 임명을 받은 후 3년이 지나서야 정말로 왕이 된 것입니다. 그 3년 동안 헤롯이 무엇을 배웠겠습니까? 유대인들은 헤롯이 왕이 되는 것을 지독하게 싫어한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헤롯이 왕으로 지내는 동안 늘 콤플렉스로 작용했습니다. 누구든 조금이라도 왕위를 노리는 것처럼 보이면 가차 없이 그를 죽여 버렸습니다.
* 헤롯 대왕의 통치
헤롯은 한편으로는 유대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를테면 황제의 상을 예루살렘에 못 들여오게 하고 황제가 새겨져 있는 동전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왕위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사람을 숙청했습니다. 그가 숙청하여 죽인 인물 중에 마리암네((Mariamne)라는 여인이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아내입니다.
헤롯은 왕이 된 후 늘 자신의 혈통 때문에 열등감에 시달렸습니다. 그러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몰락한 하스모니안 왕조의 여자들 중에 한 명을 자신의 아내로 삼자는 것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이 존중하는 정통 왕족의 혈통을 지닌 사람을 아내로 맞는다면 사람들은 그 아내 때문에 자신을 좀 더 인정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은 맞는 것 같았습니다. 헤롯은 마리암네((Mariamne)라는 여인과 결혼을 했는데 사람들은 그녀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자 마리암네가 오히려 헤롯에게 위협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을 암살하고 마리암네를 여왕으로 옹립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자 헤롯은 가차 없이 자신의 아내인 마리암네를 죽여 버렸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그는 여러 사람들을 숙청해서 죽였는데 죽기 5일 전에는 자신의 아들들 중 하나도 죽여 버렸습니다. 우리는 헤롯이 베들레렘의 아기들을 죽였다는 기사를 읽으며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하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헤롯이 한 일들을 살펴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그는 자신의 아내와 친아들까지 죽였던 사람입니다. 일종의 정신병자였습니다.
백석대·신약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