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 중간사] 세례 요한과 말라기 사이 간격이 길 뿐 중간기는 없다

김병국 교수의 신구약 중간사 이야기 (52)

2024-04-11     김수연 기자
김병국

이제부터는 주전 63년에 로마가 예루살렘을 정복한 때로부터 주후 1세기 말, 즉 신약성경이 완성될 때까지의 역사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이 부분은 엄밀하게 말해서 신구약 중간기의 역사는 아닙니다. 신구약 중간기는 세례 요한의 출현으로 끝나기 때문입니다.

사실 정확히 말해서 신구약 중간기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세례 요한이 구약의 마지막 선지자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선지자와 율법이 예언한 것은 요한까지니”(마 11:13). 정확히 말하자면 구약시대의 마지막 선지자인 세례 요한과 그 직전 선지자인 말라기 사이의 간격이 좀 길뿐입니다.

(1) 로마 식민지 기간
* 로마의 폼페이 장군의 예루살렘 정복

신약성경을 펼치면 이스라엘은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 전부터 이스라엘이 로마의 속국이었던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전 63년에 로마의 폼페이(Pompey) 장군에 의해 예루살렘이 함락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로마가 이스라엘을 지배했습니다.

당시 예루살렘에서는 두 파가 경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리스토불루스를 지지하는 파와 히르카누스를 지지하는 파입니다. 그 중에서 히르카누스를 지지하는 자들은 예루살렘을 둘러싼 로마군의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고 두려움에 빠져 항복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아리스토불루스 지지자들은 끝까지 항전할 것을 주장했지만 대세가 그들에게 불리해졌습니다. 그러자 그들은 성전 안으로 들어간 다음 예루살렘 시의 다른 부분과 성전을 연결하는 다리를 끊어버리고 결사항전 채비를 갖추었습니다(유대고대사 1.7.2).

히르카누스를 지지하는 예루살렘 주민들은 폼페이 장군에게 성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이에 폼페이 장군은 부하 피소(Piso) 장군을 보내 예루살렘 성을 접수하도록 하고 자신은 성전 북부의 골짜기 너머로 가서 그 골짜기를 메우는 일에 착수했습니다. 성전 내부에 있던 유대인들의 반격이 심해서 그 작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안식일에는 방어전투만 할 뿐 공격을 하지 않았습니다. 율법을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안식일마다 로마군은 비교적 수월하게 골짜기를 메우는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골짜기를 메우는 작업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로마는 성전을 공격했습니다. 로마 군인들이 몰려들어오는 중에도 제사장들은 제사를 드리는 일에만 열중했다고 합니다(유대고대사 1.7.5). 성전을 점령한 후에도 폼페이 장군은 성전의 보물들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자신에게 협력했던 히르카누스를 대제사장으로 임명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성전을 정화한 후 제사를 계속 드릴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유대인들과의 마찰을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노력한 것입니다. 어쨌든 주전 63년 이후 이스라엘은 로마의 지배하에 들어갔습니다.

백석대·신약신학